미군의 철군으로 아프가니스탄 내 상황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지도자가 중국을 찾아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8일 중국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탈레반 공동창립자 물라 압둘가니 바라다르가 이날 중국 톈진에서 왕이 외교부장을 만났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이 아프간 바다흐샨과 칸다하르주의 주요 지역들을 점령한 이후, 탈레반 고위 관계자가 중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탈레반 대표단은 이번 회담에서 최근 미군의 탈레반 공습이 평화협정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중국 측은 아프간 상황이 중국의 안보에 미치는 영향이 주된 관심사였다. SCMP의 소식통은 “중국의 입장은 이번 사태가 아프간 내에서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아프간의 상황이 중국의 안보를 위협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안보와 이 지역에 대한 투자 문제도 중국의 관심사인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은 과거 신장 위구르 반군을 지원했으나 현재는 중국 내정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탈레반은 2001년 9·11테러 직후 미군의 침공으로 정권을 잃었지만 이후 세력을 회복하면서 정부군 등과의 장기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 5월부터 미군이 철수를 시작하자 아프간 정부군이 장악했던 지역을 차례로 점령해 나가면서 세력을 확장했다. 미군이 8월말까지 완전히 철군하면 혼란에 빠진 아프간이 중국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중국은 최근 아프간 지역에서의 주요한 역할을 모색해왔다. 왕 부장은 지난 6월 아프간 및 파키스탄 정부와의 회담에서 “탈레반을 정치적 주류로 복귀시키겠다”며 아프간 내 평화회담을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SCMP는 이날 뉴델리에서 진행되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인도 관리들 간 논의에서도 아프가니스탄과 중국 문제가 중점 사안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 [뉴스레터] 식생활 정보, 끼니로그에서 받아보세요!
▶ 경향신문 프리미엄 유료 콘텐츠가 한 달간 무료~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