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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9월 우한연구소 유출”vs“7월 미 폐질환 조사해야”…미·중 끝없는 코로나19 기원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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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코로나19 기원을 놓고 끊임없는 논쟁과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미 공화당 하원 의원들은 2019년 9월 이전에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출됐다는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고, 중국은 같은 해 7월 미국에서 보고된 전자담배 관련 폐 질환이 코로나19와 관련됐을 수 있다며 조사를 촉구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마이클 맥컬 의원은 2일(현지시간) 코로나19 기원에 관한 공화당 자체 보고서를 공개하고, 2019년 9월12일 이전에 중국 우한연구소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출됐으며 중국이 이를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뉴욕포스트 등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공화당은 이 보고서에서 우한연구소가 2016년 이미 코로나 바이러스를 유전적으로 조작하는 데 성공했고, 2018∼2019년 적극적으로 인체 면역체계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9년 7월 우한연구소에서 가동된 지 2년도 안 된 공기 소독과 폐기물 처리 시설의 개보수를 요청한 것을 바이러스 유출의 근거로 제시했다. 실제 개보수 등이 이뤄졌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이 작업이 상당히 이례적이고 바이러스 유출과 관련돼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같은 해 9∼10월 위성사진을 바탕으로 코로나19와 유사한 폐렴 증상으로 인해 우한연구소 인근 병원 방문자가 크게 늘었다는 주장을 폈다. 이런 상황에서 10월 우한에서 세계군인체육대회가 열렸는데 이것이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바이러스가 9월12일 이전에 유출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박쥐와 쥐에서 수집한 우한연구소의 데이터베이스가 이날 인터넷에서 삭제됐다는 점을 근거로 한다. 공화당은 늦어도 2020년 1월 인민해방군이 우한연구소에 배치됐다는 점을 바이러스 유출과 은폐 의혹의 또 다른 근거로 삼았다. 맥컬 의원은 “바이러스가 2019년 8월 말이나 9월 초쯤 우한연구소에서 유출된 것으로 믿는다”며 “그들은 그것을 은폐하려 했지만 너무 늦은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이같은 연구소 유출설에 맞서 중국도 또 다른 코로나19 기원 가능성을 제기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1일 중국 과학자와 방사선학자들이 발표한 논문을 인용해 중국에서 코로나19 발병이 확인되기 이전인 2019년 7월쯤 미국에서 보고된 전자담배 관련 폐 질환(EVALI) 사례 중 일부가 코로나19로 의심된다는 주장을 폈다. 학자들이 당시 폐 질환 환자 142명의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사진을 분석한 결과 16명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고, 이 중 5건은 코로나19 환자의 임상적 특징과 유사한 매우 의심스러운 사례로 판단됐다는 것이다. 양잔추(楊占秋) 우한대 바이러스연구소 교수는 “EVALI와 코로나19는 증상이 유사하다”며 “당시 핵산 검사 키트가 없어 일부 코로나19 환자가 EVALI로 오진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이 당시 환자의 혈액 샘플로 항체 검사를 하고 그 데이터를 국제사회와 공유한다면 코로나19 기원에 더 가까워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양측의 주장 모두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다. 미국은 앞서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들이 중국 우한 현지 조사를 진행한 후 연구소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낮다는 결론을 내리자 코로나19가 공식 보고되기 이전인 2019년 11월 우한연구소의 연구원 3명이 유사한 증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연구소 기원설을 재점화했다. 의혹이 계속 제기되자 최근에는 WHO가 우한연구소를 포함시켜 2차 기원 조사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중국이 “기원 조사를 정치화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조사를 거부한 상태다. 중국은 또 과거 생물 무기 프로그램을 다뤘던 미국 메릴랜드주 포트 데트릭 생물 실험실 주변 지역에서 2019년 7월 원인을 알 수 없는 호흡기 질환 등이 발생했다며 이곳을 기원 조사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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