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진행된 CNN의 미국 대선 TV토론 화면.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 중 연신 단상 위 종이에 무언가를 적으면서 절반씩 분할해 송출된 화면은 트럼프의 호통에 대해 바이든이 고개를 숙인 듯한 장면이 지속적으로 노출됐다. CNN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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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오후 9시부터 90분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 스튜디오에서 열린 첫 TV토론에 나선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서로를 이렇게 불렀다. 특히 토론 내내 쉰 목소리를 내며 혼란스러운 표정을 이어간 바이든에 대해 현지 언론들은 ‘후보 교체론’까지 언급하며 혹평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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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웅성’…반성하듯 고개 숙인 바이든
이날 CNN 스튜디오에 입장한 두 사람은 악수도 나누지 않고 단상에 섰다. 각각 민주당과 공화당의 상징색인 푸른색과 붉은색 넥타이 차림이었다. 첫 번째 질문은 1주일간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토론을 준비해온 바이든 대통령이 내세우려던 경제 이슈였다.
그러나 답변이 시작되자마자 취재진이 모인 프레스룸에선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됐다. 바이든 대통령의 목소리가 이미 완전히 잠겨 있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CNN이 주최한 첫 대선 토론회에 참석해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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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인 바이든의 쉰 목소리를 확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는 즉각 주제를 인플레이션과 중국에 대한 대응 전략 등으로 돌려 바이든 대통령을 몰아세웠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단상 위 백지 메모지에 연신 무언가를 적었다. 그 바람에 두 후보를 절반씩 분할해 송출된 TV화면 속 바이든은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는 트럼프의 호통을 들으며 90분 내내 반성하듯 고개를 숙인 듯한 모습이 됐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메모지와 펜에 손을 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TV에 노출된 트럼프는 꼿꼿하게 정면을 응시하다가 바이든의 어눌한 말이 나올 때마다 고개를 가로 저으며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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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번 가래 삼키고…“첫째는…. 또 첫째는…”
토론이 이어질수록 바이든의 표정은 어두워졌고, 목소리는 한층 잠겼다.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유지했던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8번에 걸쳐 마른 가래를 삼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CNN이 주최한 대선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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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에 몰린 바이든은 주장과 논거를 순서와 번호를 메겨 제시하려 했지만, 이 역시 잘 되지 않았다. ‘첫째’로 시작한 발언은 ‘둘째', '셋째’를 기억하려는 듯 여러번 중단됐고, ‘첫째’라고 말하고 다음에도 다시 ‘첫째’라고 하는 일도 생겼다.
바이든은 “첫째, (트럼프는) 거짓말을 한다. 둘째, (트럼프의 주장과 달리) 대통령은 보복할 권리가 없다. 셋째, (트럼프는) 포르노 스타와 성관계를 한 범죄자”라고 공격했지만, 트럼프는 “첫째, 나는 섹스를 하지 않았다. 둘째, (바이든이 언급한)그 사건은 항소 중”이라며 바이든의 방식으로 맞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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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분한 바이든…트럼프에 먼저 ‘버럭’
예상과 달리 트럼프는 토론 내내 침착한 모습이었다. 반면 바이든은 제대 군인에 대한 처우를 문제 삼은 트럼프에 반박하는 중 돌연 “내 아들은 이라크에 파병갔다가 암 4기 판정을 받고 돌아왔다”며 “내 아들이 패배자나 멍청이가 아니라, 당신(트럼프)이 멍청이이자 패배자”라고 했다. 2015년 뇌암으로 사망한 장남 보 바이든의 사례를 스스로 꺼낸 뒤 분을 삭히지 못하고 욕설을 한 거다.
박경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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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트럼프는 “그 말은 내가 한 게 아니니, 내게 사과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바이든은 “내가 당신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생각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재차 반박했지만, 트럼프는 바이든 임기 첫해인 2021년 이뤄진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를 “역사상 가장 당혹스러운 순간”이고 비판하며 화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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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리한 공격엔 ‘딴 소리’로 대응
트럼프는 불리한 주제엔 아예 답변을 회피한 전략을 택했다. 그는 자신의 약점으로 꼽히는 낙태권·복지 이슈. 대선 불복 문제가 나올 때마다 “앞에서 못다한 얘기를 마무리 짓겠다”며 주어진 시간을 자신에게 유리한 답변을 하는 데 썼다.
토론을 주최한 CNN은 자막으로 사회자가 요구한 원래의 질문을 화면에 띄워 ‘동문서답’을 하고 있음을 표시했다. 트럼프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되는 ‘의회 폭동 사건’에 대해선 참다 못한 사회자가 “네·아니오로 답해달라”는 요청 했지만 그는 끝까지 분명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선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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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타’ 된 건강 관련 질문
핵심 쟁점인 건강 문제가 토론 막판에 배치된 것도 바이든에게 악재가 됐다. 나이 관련 질문이 나왔을 때 그의 목소리는 이미 완전히 잠겨 있었고, 바이든은 침을 힘들게 삼키고서야 “삼성이 미국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도록 설득했다”는 취지의 답변을 시작할 수 있었다.
반면 트럼프는 “나는 두 번이나 (골프) 클럽 챔피언십에서 승리했지만, 그(바이든)은 골프공을 50야드도 못 친다”며 피부에 와닿는 비교를 시도했다. ‘골프광’ 트럼프의 도발에 바이든은 “누가 공을 더 멀리 보내는지 대결해보자. 부통령 때 내 핸디캡은 6(규정 타수보다 6타 많음)이었다”고 맞섰다. 트럼프는 그러나 “당신의 스윙을 봤는데, 핸디캡 6는 완전한 거짓말”이라고 반박했고, 바이든은 “한때 (핸디캡) 8이었다”고 말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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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이를 놓치지 않고 “애들처럼 행동하지 말자”며 하자, 바이든은 “당신이 어린 아이”라고 말해 자신이 더 고령임을 확인하는 듯한 모양새가 됐다. 골프로 나이 논란을 무마하려는 바이든의 발언이 이어지자, 프레스센터 곳곳에선 기자들의 실소가 이어졌고 민주당 관계자들의 표정은 한층 어두워졌다.
애틀랜타=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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