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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함흥의 여름철 핫플, 마전유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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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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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북한 시즌2-22] 여름 하면 바로 떠오르는 것이 시원한 계곡과 푸르른 바다다. 바다에서 물장구를 치면서 놀다 보면 철없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가 심해지면서 피서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계곡이나 바다가 더 생각나는 것 같다. 오늘은 북한에서 유명한 마전유원지(마전해수욕장)를 통해 북한 주민들은 여름철 피서를 어떻게 보내는지 소개하려고 한다.

마전유원지는 함경남도 함흥시 흥남구역에 위치해 있으며 우리나라 동해안에 있는 유명한 백사장 중 하나다. 마전해수욕장은 북한 TV에서도 여러 번 소개될 정도로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여름철 대표 휴양지다. 함흥 사람들은 여름에 마전유원지 몇 번 다녀왔는지를 자랑처럼 이야기하기도 한다. 한 해에도 여러 번 다녀올 만큼 마전해수욕장은 5~6㎞ 길이의 드넓은 백사장과 그와 잇닿은 소나무 그늘로 피서지로서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해마다 7월 말부터 8월 15일까지 마전해수욕장은 사람들로 최절정을 이루는데 북한 방송에 소개된 자료에 따르면 하루에 10만명의 관광객이 몰려들 때도 있다고 한다. 보통 함흥시나 그 주변 지역 사람들이 공장 기업소별로, 인민반별로 조직적으로 가기도 하고, 여러 가족 단위, 친척들, 친구들과 사적으로 가기도 한다. 함흥이 아닌 타 지역에서 오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지만 극히 드물다고 볼 수 있다.

마전해수욕장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은 아침에 출발해 저녁에 돌아오는 당일치기 여행객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수욕장은 아침부터 사람들로 북적이는데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처음으로 하는 일은 소나무 그늘이 좋은 장소를 찾는 것이다. 그곳에 가져온 짐을 풀고 어느 정도 영역을 표시해둔 후에야 바닷물에 들어가 해수욕을 즐긴다.

마전유원지에서의 하이라이트는 점심시간이다. 각자 집에서 준비해온 갖가지 음식과 함께 고기를 구워 먹는데 함흥 사람들은 이를 불고기라고 부른다. 불고기는 돼지고기를 일정한 크기로 자르고 거기에 대파, 고춧가루, 설탕, 식초 등 갖가지 양념으로 재운 이후 불에 구워 먹는 것을 말한다. 돼지고기와 함께 신선한 오징어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같이 양념하는 사람들도 있다. 보통 집에서 출발할 때 양념한 고기를 가져가 물놀이한 이후에 직접 구워 먹는다.

평소에 고기를 자주 먹지 못하는 북한 주민들에게 소나무 그늘 밑에서 먹는 불고기는 최상의 맛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자주 놀러 다니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여름철 한두 번 가는 여행이라 이날만큼은 불고기도 먹고 술도 마시면서 소박하지만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는 것이다. 필자가 북한에 있을 때까지는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직접 준비해온 음식을 먹었는데 최근에는 마전해수욕장에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생겼다. 그렇지만 돈 많은 사람들이 가끔 이용하는 정도이지 대중적이지는 않다고 한다.

점심시간 이후에는 곳곳에서 녹음기와 증폭기로 음악을 틀어놓고 춤판을 벌이는데 이 또한 재미있는 풍경이다. 해수욕장에는 수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어 춤판은 하나가 아닌 수십, 수백 개가 넘는다. 그룹별로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이 볼륨을 높이고 춤을 추다 보면 좋은 음향기기가 있는 곳으로 자연스럽게 춤판이 합쳐진다. 처음 본 사람들이지만 음악이 있다면 낯섦은 잠시 접어두고 서로 어울려 춤을 추기도 하고, 그 모습을 옆에서 구경하기도 한다.

이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 보면 어느새 저녁이 되고 밤늦게까지 노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저녁시간이 되면 대부분 사람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갈 준비로 분주해진다. 여행객들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음번 여행 또는 다음해 여름을 기약하며 현실로 돌아간다.

올해도 어김없이 마전해수욕장에는 여행객으로 분주할까? 최근 북한 뉴스를 보니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강이나 호수, 바닷가로 가지 못하도록 통제한다고 한다. 마전유원지를 찾는 것은 무더운 여름철 함흥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여행인데 올해는 그것도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제7차 전국노병대회 같은 국가적인 행사는 하면서 피서는 못 하게 한다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성희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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