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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코로나 경증 환자는 자택 요양”…日 정부 방침에 국민들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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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스가 총리, 병상부족 등 의료시스템 포화 막기 위해 추진”

“경증 환자, 집에서 원격의료로 상태 체크…전염 우려 시 호텔 이송”

정치권·SNS, '코로나 환자에 적절한 치료 제공 안하겠다는 것“ 비판

”G7 중 확진·사망건수 적지만 스가 신뢰 낮아…총선거서 타격 클 듯“

”코로나 대응 실패, ‘자민당 독주’ 못 막아도 의석 줄이기 가능“ 분석

세계일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도쿄=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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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2020 도쿄올림픽을 치르고 있는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일본 정부가 경미한 환자는 자택에서 요양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해 국민들 사이에서 공분을 사고 있다.

이는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병상 부족 등 의료 시스템 포화를 막기 위해 추진하는 정책이다. 이 같은 방침에 이 몇 달 앞둔 총선거에서 연임을 앞두고 있는 스가 총리와 여당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4일 블룸버그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지난 2일 일본의 입원 환자 수가 약 8만 명으로 최고치에 달하면서 증상이 경미한 환자들은 자택에서 치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미한 환자들은 집에서 원격으로 의사에게 회복 상태를 체크 받게 되며, 가정 내 전염이 우려될 경우 호텔로 이송된다.

또한 50세 이상이나 기저질환자에게는 ‘칵테일 치료제’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게 일본 정부의 설명이다.

이는 의료 시스템 포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당장 중증이거나 중증으로 발전할 우려가 있는 환자를 위해 병상을 확보해두자는 것이 일본 정부가 마련한 고육책이다.

특히 일본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이미 의료 시스템 분열을 경험한 적이 있다. 환자 수는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유연성이 부족해 대처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번 정책이 공개되자 정치권은 물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스가 총리와 정부를 향해 “코로나19 감염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야권에서는 스가 총리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적극적인 공세를 펴고 있다.

나가쓰마 아키라 입헌민주당 의원은 이날 의회에서 “지금도 국민들은 제 때 입원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노리히사 타무라 보건상은 인재(人災)에 대해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범여권에서도 우려가 크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연립 여당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는 전일 스가 총리에게 “중증이 아니지만 증상을 호소하는(intermediate) 환자들도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며 “병원 병상 수를 늘리는 방안을 고려해달라”고 촉구했다.

자민당은 내달 당 지도부를 선출하고 11월 말까지는 총선거를 치른다는 계획이지만, 이번 정책으로 비난 여론이 커지면 선거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일본 정치 여건상 오랫동안 집권해온 자민당을 무너뜨릴 지지 기반이 야권에는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의석수가 줄어드는 것만으로도 스가 총리의 당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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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오후 일본 도쿄도(東京都) 우에노(上野)역 인근 거리가 행인들로 붐비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이날 일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사태를 확대·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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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스가 총리는 작년 9월 취임한 이래 최근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그는 주요 7개국(G7) 중 가장 지지부진한 코로나19 백신 보급을 서두르고 올림픽 개막과 함께 폭증하는 확산세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본은 1억2000만 규모 인구의 약 30%가 백신을 맞았고, 65세 이상 고령층만 놓고 보면 4분의 3이 접종을 마쳤다. 다만 다른 G7 선진국인 미국과 독일, 영국이 인구 절반 이상 접종을 달성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뒤처진다.

블룸버그통신은 낮은 백신 접종률과 함께 이번 정책 관련 쏟아지는 비판의 원인으로 블룸버그는 스가 총리의 낮은 신뢰도를 짚었다.

블룸버그는 “일본은 다른 G7 선진국에 비해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훨씬 적은 편이지만, 국민들이 스가 총리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몇 주 동안 주요 전국 여론조사에서 스가 총리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으며, 응답자 대다수는 스가 총리의 코로나19 대응을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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