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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환경장관에 모든 정책 거부권 주겠다” 獨 녹색당의 총선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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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독일 녹색당 총리 후보인 안나레나 베어보크/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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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정치권에서 좌파 중심정당으로 발돋움한 녹색당이 “환경부 장관에게 모든 정부 정책을 중단시킬 수 있는 거부권을 주겠다”는 총선 공약을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다.

4일(현지 시각) 독일 언론에 따르면, 녹색당은 오는 9월 26일 열리는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환경부를 ‘수퍼 부처’로 확대 개편해 다른 부처의 정책을 환경부 장관이 중단시킬 수 있는 권리를 주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른 부처에서 추진하는 정책이 친환경적이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환경부 장관이 무산시킬 수 있게 한다는 뜻이다. 이를테면 대형 고속도로·교량 건설공사 계획이 자연환경을 지나치게 해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경우 환경부 장관이 공사를 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는 의미다.

독일에서는 지난달 200명 넘게 숨진 대홍수로 큰 타격을 입으면서 홍수의 원인으로 지목된 지구온난화를 해소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이런 흐름을 노려 녹색당이 환경부를 ‘공룡 부처’로 만들겠다는 총선 공약을 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봄 돌풍을 일으키며 지지율 1위로 올라선 독일 녹색당은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최근 지지율 하락세 겪고 있다. 따라서 환경부의 권한을 키우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것은 지지율을 반등시키기 위해 대홍수를 계기로 녹색당이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

녹색당 총리 후보 안나레나 베어보크/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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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회사 포르자의 지난 5월 정당별 지지율 조사에서 녹색당은 27%로 1위였다. 당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여당인 기민·기사당 연합(24%)을 눌렀다. 하지만 이후 녹색당 총리 후보인 안나레나 베어보크가 소득을 축소 신고했고, 경력도 부풀렸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 2일 발표된 포르자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녹색당은 20%, 기민·기사당 연합의 26%에 뒤진 2위였다. 5월과 비교해 녹색당은 7%포인트를 잃었고, 기민·기사당 연합은 2%포인트를 얻었다. 다만, 대홍수를 계기로 녹색당 지지율이 추가로 하락하지는 않고 있으며, 이후 미세하게 다시 상승세를 보이는 조사 결과도 나오고 있다.

환경부 장관에게 정부 정책 거부권을 주겠다는 발표에 대해 환경운동단체들과 녹색당 지지자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현실성이 없다거나 과격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번 독일 총선에서는 정당 난립으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는 단일 정당이 나오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2~3개 정당이 공조하는 연정(聯政)이 출범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으며, 녹색당이 연정에 참여할 경우 환경부 권한을 확대하는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주간 슈피겔은 내다봤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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