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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중 "한미연합훈련 중단"요구에…외교부 "한미가 결정할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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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한미 군당국은 오는 16일부터 훈련 규모를 축소해 실시하기로 일정을 확정했다. 사진은 최근 미군의 평택 캠프험프리스에서 헬기가 이륙하는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중국의 한미연합훈련 중단 요구에 대해 정부가 "한미가 결정할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다. 내정 간섭 소지가 있는 중국 측 요구에 원론적이지만 단호한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야권은 9일 군 당국이 훈련 규모를 축소해 실시하기로 한 데 대해 "문재인정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심기 경호에 나섰다"고 맹공을 펼쳤다.

한미 군 당국은 10일부터 사전연습 격인 위기관리참모연습(CMST)을 실시하기로 했다. 본훈련인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은 16~26일로 예정돼 있다. 한미 군 당국은 코로나19 확산과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 등 때문에 훈련을 위한 별도의 인력 증원은 하지 않을 예정이다. 연합훈련을 위한 증원 인력이 있었던 전반기 연합지휘소훈련에 비해 줄어든 규모다.

앞서 지난 6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영상으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한미연합훈련 반대를 공개적으로 표명해 '내정 간섭 논란'이 일었다. 왕이 외교부장은 역내 긴장 완화를 이유로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주장했다. 중국은 북핵 문제 해법으로 한미연합훈련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동시에 중단하자는 '쌍중단' 전략을 취해왔다. 하지만 북한을 비롯한 한반도 주변 당사국들이 모두 참여한 ARF 다자회의에서 이를 공론화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중국의 내정 간섭 논란이 거세게 일자 외교부는 9일 입장을 표명하고 "한미연합훈련은 방어적 성격의 연례 훈련으로, 한미 양국이 동맹 차원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도 이날 기자들에게 "ARF에서 중국의 한미연합훈련 언급은 이례적"이라며 "대부분 국제사회에서는 한미연합훈련의 성격이 연례적이고 방어적이기 때문에 북한을 포함한 어떤 특정국에도 위협이 되지 않는 연습이라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중국은 러시아와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중국 관영 환구시보가 보도했다. 역내 긴장 고조를 이유로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했던 중국이 자국 영토에 러시아군을 입국시켜 합동훈련을 실시하는 것이다.

야권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 간담회에서 "북한 김여정(노동당 부부장)의 한미연합훈련 중단 하명에 문재인정부는 역시 예측대로 즉각 복종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미연합훈련을 축소 실시하고 기한 단축도 고려 중이라는 건데, 무늬만 훈련이고 알맹이는 텅 빈 가짜 훈련으로 땜질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 관계자는 북한과의 소통 과정에서 이번 훈련은 전시작전권 환수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점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무늬만 있는 한미훈련조차도 김정은에게 허락을 받고 실시하겠다는 구걸 행각"이라며 "김정은 심기 경호를 통해 내년 대선에서 또 한 번의 가짜 평화쇼를 벌이는 데 협조해 달라고 아양을 떠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임승호 국민의힘 대변인도 "이미 축소된 한미연합훈련을 또 축소해 '빛도 안 좋은 개살구'가 됐다"며 "김여정이 윽박지르자 작년에는 대북전단금지법을 제정해 입법권을 내주더니, 이번에는 국군 통수권을 내준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날 한미연합훈련 연기 의견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오차 범위 안에서 우세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6일 전국 만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훈련 연기 주장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0.4%로 집계됐다. '공감한다'는 응답은 45.3%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4.4%포인트다. 연령별로 분석해보면 20대는 한미연합훈련 연기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62% 수준으로 다른 연령층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공감한다'는 의견은 33.9%에 그쳤다.

야권에서는 홍현익 국립외교원장 내정자가 '한미연합훈련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발언한 것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홍 내정자의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태도는 비상식을 넘어 반국가적"이라며 "이러니 중국 외교부장과 김여정이 대놓고 상왕 노릇을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외교를 망가뜨리고 국격을 무너뜨리는 내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한예경 기자 / 연규욱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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