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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북, 한·미연합훈련 비난하며 통신선 다시 차단...남북관계 '시계(視界)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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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0일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하며 “배신적인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는 내용의 담화문을 발표했다. 사진은 2019년 3월 베트남 하노이 호찌민묘를 방문했을 당시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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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가 연합군사훈련을 위한 위기관리 참모훈련(CMCT)를 시작한 10일 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명의의 담화를 통해 이를 강하게 비난한 뒤 군 통신선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채널을 통한 정기통화에 응답하지 않았다. 북한이 통신선 복원에 합의한 지 14일 만에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빌미로 다시 대남 비난에 나서면서 남북관계는 다시 ‘시계(視界) 제로’ 상태에 빠졌다.

김 부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한·미연합훈련을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집중적 표현”, “침략적 전쟁연습”으로 규정했다. 또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는 “침략적 본심을 가리우기 위한 위선”이라며 노골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북한은 통상 문재인 대통령을 ‘남조선 당국자’로 칭해왔는데, 이날 담화에서는 복수인 ‘남조선 당국자들’이라고 표현하며 “배신적인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김 부부장은 “나는 위임에 따라 이 글을 발표한다”고 명시함으로써 담화 내용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임을 밝혔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한·미 군사훈련을 ‘핵전쟁예비연습’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또 “조성된 정세는 우리가 국가방위력 키워온 것이 정당하다는 립증(입증)”했으며, “현실은 말이 아니라 실제적인 억제력만이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안전 보장”이라고 주장해 자신들의 핵무장 정당성을 부각시켰다.

북한은 김 부부장의 담화가 나온 뒤 이날 오후 군 통신선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채널을 통한 정기통화에 응답하지 않았다. 오후 4시 동해지구와 서해지구 군 통신선, 오후 5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마감통화는 모두 이뤄지지 않았다. 남북은 지난달 27일 통신연락선을 전격 복원한 뒤 하루에 두 번씩 개시·마감통화를 정기적으로 진행해왔다.

남북 통신선 복원 조치를 통해 남북관계와 북·미 대화의 진전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던 북한이 한·미 군사훈련을 명분으로 다시 강경 자세로 돌아선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특히 지난 1일 김 부부장이 담화에서 공개적으로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며 한·미를 압박한 이후 나온 조치여서 사전에 계산된 행보였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반도 정세에 밝은 안보전문가는 “북한은 자신들의 요구로 한·미 군사훈련이 중단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통신선을 복원하고 군사훈련중단을 요구한 뒤 훈련이 강행되자 다시 강경자세로 돌아선 것은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일련의 행보”라고 지적했다. 한·미 군사훈련이 한반도 평화에 장애요인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한·미에게 책임을 돌리고 강경 대응을 위한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김 부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반드시 스스로를 더욱 엄중한 안보 위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긴장의 수위를 높였다. 특히 북한은 김 부부장의 비난 담화를 내부 매체인 조선중앙TV를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공개했다. 김 부부장이 지난 1일 한·미연합훈련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힌 담화를 대내 매체에서도 공개하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다. 담화 내용을 북한 주민들에게 공개한 만큼 언어적 압박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 행동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따라 통신선 복원을 계기로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고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하려던 문재인 정부의 구상도 중대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북한은 이날 담화에서 “미군이 남조선에 주둔하는 한 조선반도정세를 악화시키는 화근은 절대 제거되지 않을 것”이라며 주한 미군 문제를 거론함으로써 향후 북·미 대화에서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할 것임을 시사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월 제8차 노동당대회 사업총화(결산)보고에서 장거리 타격 능력을 높이기 위한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 전략무기 보유 등을 국정 과제로 제시했다. 한·미연합훈련을 빌미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집중하느라 미뤄뒀던 국방력 강화 목표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 담화는 북한이 새 무기 시험 준비가 됐다는 신호일 수 있다”면서 “이미 단거리탄도미사일과 초대형방사포에 대한 시험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점에서 다음 순서는 신형 잠수함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와 유엔 대북제재 장기화, 만성적 식량난 등 어려운 대내 상황과 향후 대화 재개 국면을 고려해 무력 도발 같은 파국보다는 정세 관리에 중점을 둔 압박에 방점을 둘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번 담화에는 ‘상응하는 조치’나 ‘응분의 대가’ 같은 도발을 예고하는 표현은 포함되지 않았다.

일단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 1일 김 부부장이 발표한 담화에 이어서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북측의 기존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본다”면서 “오늘 담화의 의도나 북한의 앞으로의 대응 등에 대해서 현 시점에서 예단하지 않고 북한의 태도 등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특정 표현이나 언급 내용을 가지고 담화 의도나 북한의 대응에 대해 예단하지 않겠다”면서 “향후 북한의 태도를 면밀히 주시하면서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박은경·유신모 기자 yama@kyunghyang.com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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