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이슈 스포츠계 사건·사고 소식

[천병혁의 야구세상] 일탈행위 일벌백계 필요하지만 '선택적 징계'는 안된다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연합뉴스

음주운전으로 퇴출당한 송우현
[키움 히어로즈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매년 바람 잘 날 없는 프로야구이지만 올핸 유독 나쁜 소식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NC 다이노스와 한화 이글스, 키움 히어로즈 선수들이 원정 숙소에서 방역수칙을 어기고 외부 여성과 술자리를 가진 사건으로 인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 사상 초유의 리그 중단 사태를 불렀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야구대표팀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경기력으로 참패를 당한데다 김경문 감독의 인터뷰 실언, 강백호의 태도 논란까지 불거져 비난이 크게 일었다.

그뿐만 아니다.

전반기 롯데 자이언츠의 베테랑 투수 송승준이 금지약물을 소지한 사실이 확인돼 출장 금지 처분을 받은 데 이어 최근 두산 베어스 소속 선수도 금지약물 조사를 받고 있다.

또 KIA 타이거즈 외국인 선수 에런 브룩스는 대마초 성분의 전자담배를 반입하다 적발돼 곧바로 퇴출당했다.

이쯤 되면 팬들이 KBO리그를 '비리의 온상'이라 불러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선수들의 일탈 행위가 도를 넘다 보니 일각에서는 단 한 번만 문제를 일으켜도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는 등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KBO는 예전보다 징계 수위를 다소 높이긴 했으나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연합뉴스

kt wiz와 후반기 첫 경기를 벌인 키움 히어로즈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런 가운데 후반기 개막을 앞두고 키움 외야수 송우현이 음주 운전으로 적발됐다.

사건 발생 직후 키움은 "경찰 조사 후 KBO 규약에 따라 징계하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가 불과 이틀 만에 송우현을 전격 방출했다.

그동안 대부분 구단이 음주 운전 선수에 대해 임의탈퇴 조처를 했다가 여론이 잠잠해지면 다시 불러들였던 것과는 다른 조치였다.

예전에는 키움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음주운전으로 징역형까지 선고받은 강정호가 복귀를 추진할 때 키움은 명확한 방침없이 여론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당시 키움 구단은 "강정호의 사과 기자회견 이후 뭔가를 논의하겠다"고 사실상 복귀 허용 입장까지 비쳤다.

하지만 기자회견 후에도 성난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강정호 스스로 복귀 의사를 철회했다.

키움 구단은 끝까지 눈치만 봤다.

연합뉴스

강정호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금의 송우현과의 전혀 다른 대처였다.

키움은 불과 1주 전에도 방역수칙을 위반한 한현희와 안우진에게는 솜방망이 처벌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KBO 상벌위가 먼저 한현희와 안우진에게 각각 36경기 출장정지와 제재금 500만원 처분을 내린 가운데 키움은 자체 징계로 한현희에게는 15경기 출장정지와 벌금 1천만원, 안우진에 대해서는 벌금 500만원만 부과했다.

송우현과는 너무 대조된다.

한밤중 수원 원정 숙소를 이탈해 서울 호텔에서 외부 여성과 방역수칙을 어기며 술자리를 가진 것이 음주운전과 비교해 별것 아닌 사건인가 묻고 싶다.

특히 키움은 안우진에게는 선배 권유에 의한 행위였다며 '면죄부'까지 줬다.

만약 송우현도 선배와 술을 마셨다면 봐줬을 것인가.

연합뉴스

키움 한현희(왼쪽)와 안우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키움 구단이 선수의 능력과 필요성에 따라 '선택적 징계'를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한현희와 안우진은 마운드의 주축 투수들이다.

팀 전력의 큰 부분을 차지할 뿐 아니라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획득해 다른 구단이나 해외로 이적하더라 두둑한 보상금이나 이적료를 받을 수 있는 선수들이다.

반면 송우현은 올해 뒤늦게 1군 선수로 발돋움한 선수다.

아직 확실한 주전이라고도 하기 어렵다.

혹시라도 키움 구단이 선수 징계에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면 시급히 바로 잡아야 한다.

야구 잘하는 선수만 봐주는 '선택적 징계'는 스포츠맨십에도 크게 어긋난다.

팬들의 눈높이에도 전혀 맞지 않는다.

그리고 스타 선수들의 일탈 행위는 끝없이 반복될 것이다.

shoeless@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