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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2조 짜리 장난감? 우주로 가는 '자주발사체'![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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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발사 날짜 정한 한국형 우주로켓 누리호 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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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한국 기술로 만든 우주발사체 '누리호'의 첫 발사가 오는 10월21일로 예정됐습니다. 한국이 세계 7대 우주강국으로 도약할 누리호의 발사를 둘러 싼 궁금증을 정리해 봤습니다.

◇자주 발사체가 왜 필요해?

누리호 개발에는 2010년부터 11년간 1조9500여억원의 막대한 자금이 투입됐습니다. 우주 개발이 시급한 민생 현안ㆍ국정 과제가 아닌 상황에서 왜 굳이 '국산 우주 발사체'의 개발에 그 많은 돈을 써야 하냐는 말들이 나옵니다. 이미 미국과 러시아, 중국, 일본, 유럽 등이 치열하게 달ㆍ화성 탐사 등 우주 개발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들도 한가하거나 돈이 많아서 우주에 세금을 낭비하고 있는 게 아니죠. 점점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지구의 에너지ㆍ자원ㆍ환경 문제를 해소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인류의 우주 진출은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잇따라 화제가 된 제프 베이조스 등 억만장자들의 '한가한' 우주 관광은 사실 '부산물' 수준입니다. 지구 고궤도 태양광 발전소 설치, 소행성ㆍ달ㆍ화성ㆍ소행성 자원 채취 및 식민지 건설 등은 향후 수십년 내 가시화될 것입니다. 실제 미국과 중국, 일본 등은 지구에서 수만km 떨어진 곳에 원자력발전소보다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해 지구로 전력을 전송하는 방법을 본격 연구 중입니다. 지구상 보다 태양광이 10배 이상 더 거세고 발전량이 원자력발전소 1기 이상이 될 수 있어 효율도 높습니다. 다만 지구로 전송하는 기술이 과제죠.

또 미국의 민간 업체들은 달에 잔뜩 쌓여 있는 무공해 고출력 핵융합 소재 헬륨3(He3), 우라늄, 백금를 채굴하거나 태양계 소행성 '16프시케'의 자원 개발을 적극 추진 중입니다. 이와 관련 최근 캘리포니아공대 연구진은 미 항공우주국(NASA)가 내년 탐사선을 발사할 예정인 화성-목성 사이 소행성 프시케가 실제 1000조원대 가치의 희귀 금속류로 이뤄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같은 우주 개발은 물론 6G 초고속 통신망, 우주인터넷 구축을 위한 위성 발사나 한국형 위성위치정보시스템(KPS) 구축 등을 위해서도 자주 발사체는 필수입니다. 지금부터 적극적으로 기술 개발과 노하우 축적에 나서야 20~30년 내 본격화될 우주 개발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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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나로호는 뭐고?

2013년 1월 '나로호' 발사 성공을 기억하는 분들은 "왜 누리호를 한국의 첫 우주 발사체라고 부르냐"는 의문을 갖기도 합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한 한국의 로켓 개발 역사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식 로켓은 1958년 국방과학기술연구소에서 개발했지만 연구소가 해체되면서 연구가 중단되는 시련을 겪습니다. 이후 1970년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생기면서 로켓 연구가 재개되고 1990년대부터 항우연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개발연구가 시작됐습니다. 1990년 1단형 과학로켓(KSR-1) 개발을 시작으로 2단형 중형과학로켓(KSR-II), 액체추진과학로켓(KSR-III)이 개발됐고 2002년부터 독자적 우주 발사체 보유를 위해 나로호 개발에 나섭니다. 그러나 미국ㆍ일본 등은 기술 이전 및 협력 제안을 거들떠 보지도 않았죠. 이에 한국은 러시아와 손을 잡고 나로호를 개발해 두 차례의 실패 후 세번째 시도 만에 발사에 성공합니다. 그러나 엔진을 통째로 러시아로부터 수입해 진정한 의미의 '독자적 발사체'는 아니었습니다. 한국 기술진들은 나로호 개발 과정에서 기술을 습득했고, 이를 바탕으로 2006년 30t급 액체 엔진 시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는 현재 누리호의 75t 액체엔진 개발의 밑거름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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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기술의 총아

누리호는 국가 안보 및 정세상 이유로 기술 이전을 꺼리는 외국의 도움 없이 100% 국산 기술로 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75t, 7t 규모의 액체 엔진은 한국이 수십년간 쌓아 온 로켓 엔진 제작 노하우와 기술을 쏟아 부었지만 수 많은 오류과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가까스로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2015년 7t급 엔진, 2016년 75t급 엔진을 만들었지만 연소 불안정으로 20회의 설계 변경 끝에 16개월 만에 오류를 시정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1단 엔진 118회 1만1379.5초, 2단 엔진 36회 3910.5초, 3단 엔진 85회 1만5845.7초 연소시험을 진행해 안정성을 검증한 후 최종 발사를 기다리고 있죠. 추진제(연료+산화제)를 싣는 연료탱크와 터보펌프, 각종 배관들도 소재 개발 및 용접ㆍ제작 등을 순수 국내 기술로 진행했습니다.

엔진을 4개 묶어 추력을 한 데 모으는 '클러스터링' 기술도 주목됩니다. 아무리 동시에 제작된 같은 출력의 엔진들이라도 4개를 묶어 우주선을 위로 밀어 올리려면 정확히 동일한 출력을 동시에 내야 합니다. 스페이스X의 팰콘9 로켓 등 많은 우주 발사체들이 비슷한 방식을 씁니다만 간단한 기술이 아니라네요. 항우연 기술진은 지난해 이같은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부품 파손 등의 사태가 발생해 당초 올해 2월 1차 발사 일정을 10월로 8개월 이상 미루는 등 차질을 빚었지만 지난 3월 엔진 4개를 묶은 1단부의 최종 종합연소시험에 성공을 거뒀습니다.

발사체 외에도 엄빌리컬(탯줄)타워로 불리는 발사대 및 지원시설도 순수 국내 기술로 구축됐습니다. 엄빌리컬 타워는 발사체를 기립한 후 연료를 주입하고 전기 신호를 연결하는 것은 물론 발사때 적정 추력 발생 이전까지 로켓을 고정시켰다가 방출하는 것이 핵심 역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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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행 경로는?

누리호는 정상적으로 발사될 경우 10월21일 전남 고흥군 나로도 발사대에서 남쪽(필리핀 해상 방향)으로 비행각도 170도로 발사됩니다. 한국은 사실상 우주 발사체를 쏠 수 있는 유일한 방향이 그쪽이라고 하네요. 일본 영해에 발사체가 떨어지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랍니다. 일본은 무신경한 필리핀 등의 국가와 달리 국제기구에 한국이 우주발사체 발사를 위해 항공ㆍ항행 정보를 신고할 때마다 예민하게 반응한답니다. 이때는 누리호의 예상 경로 주변의 항공기ㆍ선박 운행이 일시적으로 통제됩니다. 추락하게 될 누리호의 1단부ㆍ2단부는 필리핀 북동쪽 해역에 추락할 예정인데, 일단 정부는 수거할 생각은 없다고 합니다. 10분 안팎의 비행 끝에 1.5t의 모의 위성을 궤도에 올리게 되면 발사는 성공합니다.

◇ 마지막 관문 남았다

아직 누리호 발사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2018년 누리호 시험발사체(75t급 엔진 1개)를 발사할 때에도 최종 시험 단계에서 산화제(액체산소)의 누설이 발견되면서 1차례 일정이 연기됐었습니다. 항우연은 이번에도 WDR(Wet Dress Rehearsal)이라고 불리는 마지막 최종 점검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실제 비행할 누리호(비행모델ㆍFM)의 연료통에 영하 183도의 초저온 상태인 산화제 액체산소를 주입했다가 빼내는 시험입니다. 워낙 저온이라 연료통 및 주입 시스템에 이상이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사전 체크하기 위함입니다. 날씨도 변수입니다. 온도는 영하 10도~영상 35도, 바람은 지상풍 평균 풍속이 초속 12.8m, 순간 최대풍속 초속 15m를 넘지 않아야 합니다. 비행궤적 주변 18㎞ 이내에 낙뢰도 없어야 하죠, 발사장과 반경 50㎞ 이내에 강수가 없고, 가시거리가 3㎞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도 있습니다. 만약 이상이 생기면 발사가 연기되고, 날씨의 경우 1~2일 지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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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과제는?

누리호 발사가 큰 의미를 갖습니다만 '출발'에 불과합니다. 미국과 중국이 100m를 훌쩍 넘기는 초장대 우주로켓을 개발해 달ㆍ 화성까지 수십t을 실어나르는 판국에 47.2m의 신장에 고작 1.5t 화물을 싣고 저궤도(600~800km) 밖에 못 가는 누리호에 만족할 수는 없습니다. 누리호로는 정지궤도(3만6000km)에 올라간 천리안 위성(3.5t)도 감당이 안되죠. 당초 항우연도 1.5조원대 개량 사업을 통해 누리호의 추력을 키워 2030년 달 착륙선 발사에 사용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6월 끝난 예비타당성검토에서 "도전적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한미 미사일 지침 폐지가 반영이 안 됐다"는 등의 지적을 받아 일단 보류된 상태입니다. 일선 연구현장에선 "비현실적 탁상 공론"이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미사일 지침 폐지로 고체연료 로켓 부스터 장착이 가능해 진 점 등을 반영해 계획을 새로 짜고 있답니다. 액체 메탄 등 청정 연료 사용, 재활용 가능한 로켓 개발, ICT 기술을 이용한 첨단 제어 장치나 추력 조절 장치 개발, 연소 방식 개선(다단연소 사이클) 등이 개량을 위한 기술적 과제로 꼽힙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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