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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바이든이 아프간 전복 주도한 꼴" 美정가서 철군 비판 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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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인의 잃어버린 삶은 바이든의 유산이 되고 말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이 철수한 아프간에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맹공을 퍼붓자 이렇게 논평했다. 이달 31일을 목표로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 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결정이 자신의 발등을 찍고 있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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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EPA·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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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탈레반이 15일(현지시간) 아프간 수도 카불까지 장악하고 친서방 정부의 ‘백기 투항’을 받아내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철군 계획이 섣부른 게 아니었냐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향후 급진 세력의 미국 테러 가능성 등에 더해 아프간 사람들의 생명까지 위험에 빠뜨렸다는 시각이다.

14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바이든 대통령은 탈레반의 야만적인 진격에 국가를 버렸다는 비판에 직면했다”면서 “미국에서 가장 긴 전쟁을 끝내겠다는 공약이 오히려 탈레반의 아프간 전복을 주도한 행위로 기억될 위기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지난달 백악관이 조사한 폴리티코 모닝컨설트 여론조사 결과 바이든 행정부의 철군 결정에 대한 미국 내 지지도는 지난 4월 69%에서 7월 59%로 10%p 떨어졌다. 한때 철군 결정이 초당파적 지지를 받았지만, 탈레반의 급속한 세력 확산에 부정적 여론이 늘었다. 특히 응답자들은 탈레반의 공세가 미국 영토에 대한 테러로 이어질까봐 우려된다고 답했다. 이에 서퍽대학교 정치연구센터의 데이비드 팔레오고스 소장은 “앞으로 미국을 향한 탈레반의 움직임이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여부를 가를 요인으로 떠올랐다”고 짚었다.

미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성명을 내고 “바이든 행정부는 우리(트럼프 행정부)가 건네준 계획을 따르지 않고, 아프가니스탄에서 도망쳤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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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15일 미 대사관 직원을 피신시키기 위해 출동한 미군 차누크 헬기가 비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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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탈레반이 카불의 미국 대사관에 깃발을 내건다면 이 얼마나 망신스러운 일인가”라며 “이는 나약함과 무능, 총체적인 전략적 모순에 따른 완전한 실패”라고 비판했다. 이어 “내가 아직도 그립지 않은가”라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날 아프간 주재 미 대사관 외교관과 직원의 철수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야당인 공화당도 이에 가세했다.

이날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탈레반의 진격은 이슬람주의 세력이 카불에 있는 미 대사관을 불태우고 9·11테러 20주년을 기념하는 망령을 불러냈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으로 우리는 1975년 사이공(베트남 호찌민)의 굴욕적인 함락의 속편을 향해 돌진하고 있고, 심지어 상황이 그때보다 나쁘다”고 비판했다. 동료 공화당원인 린지 그레이엄도 트위터에 “우리 조국이 아프가니스탄으로부터 다시 위협받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존 앨런 전 아프가니스탄 미군 사령관은 논평에서 그동안 탈레반이 행했던 폭력 행위를 나열하며 “바이든 대통령이 말한 20년간의 전쟁 끝에 다가올 재앙은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역사상 최악의 상황이 닥치면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가 개인적으로 책임을 지게 할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철군 결정을 취소하고, 병력을 재배치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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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화당의 일인자인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그는 이번 바이든 행정부의 아프간 철군 결정에 ″중대한 실책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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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옹호자들은 미국이 탈레반의 전쟁범죄를 방관한 것이라며 “미국이 아프간 여성과 어린이에게 등을 돌렸다”고 지적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안드레아 프라소우는 “역사는 아프간에서 일어나고 있는 반인권적 행위의 책임을 미국에 물을 것”이라며 “미국은 자국민에 대한 인권을 유린했을 뿐만 아니라 아프간 사람들의 생명을 눈감았다”고 비판했다.

이런 비판은 민주당에서도 새어 나왔다. 진 섀힌 민주당 뉴햄프셔 상원의원은 “미군 철군에 대해 매우 실망했다”고 했고, 한 미 국무부 관계자는 트윗을 통해 “철군 결정으로 미국은 아프간 국민을 보호할 힘을 잃었고, 아프간 여성은 이제 모든 것을 잃을 처지에 놓였다”고 말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성명을 통해 아프간 여성과 소녀들이 탈레반의 비인도적인 처우에 놓이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민주당은 아직 비판 목소리에 적극 동요하지 않고 말을 아끼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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