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연구기관 연구 성과 활용 현황 따져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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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그래서 도대체 이 기술은 언제 실용화 되냐?", "또 설레발만 치고 흐지부지 될 게 뻔하다." 최신 과학기술 개발 소식을 알리는 기사에 늘 따라붙는 댓글들입니다. "중국에게 빼앗길까 겁난다"는 것 빼고 가장 많습니다. "자랑스럽다"는 칭찬은 1%도 안 됩니다. 그래서 알아 봤습니다. 천문학적 세금을 들여 전국의 대학ㆍ공공연구소 등 공공연구기관들이 생산하는 연구 성과들은 도대체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요?
◇3분의1 민간이전
정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20 기술이전ㆍ사업화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ㆍ공공연구소 등 공공연구기관들이 매년 신규 개발하는 기술 중 민간 기업에게 이전되는 비율은 3분의1 정도입니다. 매년 30%가 넘는 기술이 '쓸만하다' 싶어 상업화를 위한 최종 검증 단계에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구체적으로 2019년 기준 총 3만2481건의 기술이 새로 개발됐는데, 이중 1만1676건(35.6%)이 기업들에게 팔렸습니다. 분야 별로는 바이오ㆍ의료가 3254건으로 가장 많고 정보ㆍ통신 2990건, 기계ㆍ소재 1836건, 융복합ㆍ기타 1460건, 전기ㆍ전자 1249건, 화학 62건 등의 순입니다.
이같은 기술 이전은 크게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2011년 5193건에 불과했지만 2014년 8254건을 거쳐 2015년 1만1614건으로 처음으로 1만건을 돌파한 후 꾸준히 그 수준을 유지하는 중입니다. 공공연구기관들의 연구개발 투자와 실적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공공연구기관의 연구개발비는 2011년 9조5599억700만원에서 2019년 13조1033억900만원으로 4조원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기술 개발 실적도 크게 늘어났죠. 2019년 말 기준 공공연구기관은 총 35만4472건의 누적 기술 개발 건수를 기록했는데, 이는 10년 전인 2011년 11만6439건에 비해 3배 넘게 증가한 수치입니다. 2019년에도 전년(33만7082건) 대비 1만7390건(5.2%) 증가하는 등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공공연구기관들이 기술 이전으로 벌어 들인 돈도 2019년 기준 2273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2007년 이후 13년 연속 1000억원대를 달성했습니다. 전년에 비해도 376억이나 늘었고 10년 전인 2011년 1258억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했죠. 연구소 별로, 공공연구소가 1419억원으로 전년대비 310억원 늘었고, 대학 연구소들도 854억원으로 전년 보다 66억원 증가했습니다. 한 건의 기술을 팔 때 마다 벌어 들이는 돈은 평균 2700만원이었습니다. 이중 순수 기술이전 수입은 1900만원대, 나머지 800만원은 지분 취득 후 매각 소득입니다.
기술을 사간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자체 연구개발(R&D) 능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이 기술이전 수입 중 67.6%인 1535억2400만원을 지불해 가장 큰 고객이고, 해외기관(427억8400만원·18.8%)도 주요 손님이었죠. 반면 대기업은 151억4600만원(6.7%), 중견기업은 113억4500만원(5.0%)를 차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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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전 효율성 2%대
투자 대비 효과는 어떨까요? 마침 '기술이전 효율성'이라는 지표가 있습니다. 기술이전 수입을 연구개발비 지출액으로 나눠 본 건데요, 투입된 연구개발비 중 생산된 신규 기술을 팔아 얼마를 회수했냐는 의미입니다. 따져 보면 약 2% 안팎으로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2019년 기준 공공연구기관들은 13조1033억900만원의 연구비를 썼는데, 기술이전 수입은 2273억1400만원을 거둬 1.73%의 '기술이전 효율성'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매년 비슷합니다.
민간 기업으로 이전된 기술들이 최종 상업화 검증을 마치고 실제로 제품ㆍ서비스 생산 또는 공정 개선에 활용돼 수익을 얻고 있는 경우는 2019년 기준 약 26.6%로 나타났습니다. 2019년 기준 파악 가능한 9962건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입니다. 아직 준비 중인 게 50.1%, 활용되지 않는 기술이 23.3%라고 합니다.
정리해보면, 공공연구기관들은 최근 들어 연구개발비가 많이 늘어나면서 기술 개발 및 민간 이전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술이전 효율성이 2% 안팎에 그치는 것을 감안하면 '가성비'는 아직 많이 떨어집니다. 정부는 공공연구가 주로 기초ㆍ원천 기술 개발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합니다. 공공기관들이 창출한 대부분의 연구 성과(기술성숙도 4단계 이하)가 사업화를 위해서는 좀더 후속 지원을 통해 성숙(기술성숙도 7단계 이상)시켜야 하는 상황이라는 거죠. 이에 따라 지난 13일 '공공연구성과 활용 촉진'을 위해 5개 분야에 84억원을 지원해 공공연구성과와 시장 수요 간의 간극을 해소하기 위한 중간단계 지원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상업적 잠재력이 있는 실험실의 아이디어를 발굴해 시장의 수요에 맞게 실용화 시키는 연구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괴짜'들의 호기심 충족을 위해 세금이 낭비 되는 것은 당연히 막아야 합니다. 다만 '과학'이 기술이 되는 데에는 빨라도 30년, 늦으면 50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어떤 '쓸모없어 보이는' 연구 개발이라도 수십년 후엔 '천재'의 발명품이 될 수 있습니다. 기초ㆍ원천 기술이 부족해 과학ㆍ기술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한 명도 없는 한국의 현실도 고민해야 봐야하지 않을까요.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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