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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전광석화로 대통령궁 접수한 탈레반…블랙호크에도 깃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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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카불 진입해 저녁에 대통령궁 집무실까지 하루도 안걸려…"거의 저항 없어"

미군 기지 헬기에 탈레반 깃발 꽂고 미 군용차 험비 몰고 나타나기도

"미국의 9·11 테러 20주년, 탈레반 재점령으로 마침표…워싱턴에 굴욕"

연합뉴스

탈레반이 아프간 대통령궁을 차지한 모습[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은 15일(현지시간) 마치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진입해 불과 하루도 걸리지 않아 대통령궁을 접수했다.

미국은 이날 카불 주재 대사관에서 성조기를 내렸고, 거의 동시에 탈레반은 미군 주력 헬기인 블랙호크에도 깃발을 꽂고 승리를 과시했다.

탈레반이 수도 카불에 진입했다는 소식이 외신 긴급보도를 통해 전해지기 시작한 것은 현지시간으로 일요일인 이날 오전, 정오를 앞둔 시점이었다.

카불과 인접한 동쪽 잘랄라바드(낭가르하르주 주도)와 서쪽 마이단 와르다크(마이단 와르다크 주도)까지 주요 도시와 국경 초소를 모두 장악하면서 카불을 포위한 탈레반은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이 국외로 도피하면서 거의 저항을 받지 않고 카불 시내를 점령해 이날 저녁에는 대통령궁까지 접수했다.

CNN방송은 탈레반이 별다른 저항도 받지 않고 "평화롭게" 카불 시내로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탈레반은 미국이 아프간 완전 철군 계획을 지난 5월 시작한 이후 전광석화 같은 공세를 퍼부어 아프간 대도시를 며칠 사이에 차례로 함락한 데 이어 이날 수도까지 손에 넣게 됐다.

미군 철수 시작 후 약 두달만에 아프간 내 400개 지역 가운데 외곽 지역들을 중심으로 거의 반 이상을 점령하더니 이달 6일을 전후해서는 아프간 주요 거점 도시들을 본격 공략, 불과 10일만에 수도 카불까지 점령한 것이다.

외신은 아프간 도시들이 마치 '도미노'처럼 순식간에 무너졌다고 표현했다.

카불을 접수한 탈레반은 즉각 대통령궁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내외에 얼굴을 공표했으며, 아프간 정부 깃발도 끌어내렸다고 알자지라 방송은 전했다.

알자지라방송이 공개한 화면에 따르면 탈레반 무장 대원들은 이날 대통령궁 내 집무실로 보이는 곳으로 몰려가 책상에 앉아 있거나, 기념 촬영을 하기도 했다.

그사이 카불에서는 탈레반 진입과 맞물려 주민 수천명이 대피 행렬에 나섰다.

이날 저녁이 되자 앞서 모습을 감췄던 가니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나타나 도피를 시인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탈레반은 6시 30분께 군경이 사라진 곳에서 치안에 나서겠다며 경찰서를 접수하겠다는 성명을 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밤이 되면서 오토바이, 경찰차 등을 나눠탄 탈레반 반군이 거리로 밀려들기 시작했고, 미군이 지원했던 정부 군용차 험비마저 탈레반이 몰고 등장했다.

밤 9시가 되자 탈레반은 통금령을 내렸고, 도시는 공포와 혼란에 휩싸였다.

노점상을 운영하는 20살 남성은 이미 상황이 암울해졌으며, "만약 더 악화한다면 집에서 숨어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20년 간 이어진 대(對) 아프간 전쟁을 뒤로 하고 5월 초부터 철군에 나서자 탈레반은 무서운 기세로 점령지를 넓히다 이날 사실상 수도까지 함락했다.

미국은 카불이 탈레반에 넘어간 이날 현지 대사관에서 성조기를 내렸다.

탈레반이 대통령궁을 장악하고 탈레반 깃발을 곳곳에 꽂은 것과 동시에 카불 주재 미 대사관의 성조기가 내려지는, 아이러니하면서도 상징적인 풍경이 펼쳐진 것이다.

한 소식통은 대사관 인력의 아프간 철수 절차가 이날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카불 공항에 머물 소수의 외교관을 제외하고는 이날 저녁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사이 탈레반은 미군 주력 헬기인 블랙호크 등에 깃발을 꽂은 사진을 이날 트위터에 뿌리며 승리를 과시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이 장면은 미군 주둔지 중 하나인 칸다하르 공군 기지에서 며칠 전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헬기는 대당 수백만 달러짜리로, 탈레반이 이를 조종할 수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탈레반이 헬기를 확보했다는 것은 미군 장비를 무력하게 내줬다는 점에서 워싱턴에 굴욕적인 일"이라고 짚었다.

AP통신도 미국이 다음달 9·11 테러 20주년을 앞두고 아프간에서의 '안전하고 질서 있는 미군 감축' 계획을 추진하면서 테러 20주년을 마무리하려 했지만, 결국 탈레반의 아프간 재점령이라는 엄혹한 현실과 함께 20주년을 기념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파키스탄 싱크탱크 'PSF' 트위터 발췌. 재판매 및 DB 금지]


newgla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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