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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아프간 철수 서두른 바이든 역풍 직면…리더십 흠집, 여론 악화 [다시, 탈레반의 아프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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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미국 해병대 수송 헬리콥터 CH-46 시나이트가 1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카불|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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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철수가 완료되기도 전에 아프가니스탄이 탈레반 수중에 떨어지면서 완전 철군을 서두른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역풍에 직면했다. 동맹국에서도 미국의 리더십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역사상 가장 긴 20년 전쟁에 지쳐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에 호의적이었던 미국 내 여론도 악화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월 아프간 주둔 미군 완전 철군 시점을 9월11일로 설정했다. 이어 지난 6월 다시 8월 말로 앞당겼다. 영국, 독일 등 미국 주도 연합군으로 아프간에 군대를 보낸 유럽 동맹국들은 이를 두고 속을 끓여왔다. 바이든 정부가 동맹국들의 국가안보에 끼칠 위험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정책을 결정한다는 불만때문이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2월 동맹국과 협의 없이 아프간 주둔 미군을 올해 5월1일까지 완전 철수한다고 탈레반과 전격 합의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는 행태를 보였다는 것이다.

특히 동맹국들은 미국의 안보 공약을 믿어도 되는지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게 됐다. 취임 일성으로 ‘미국이 돌아왔다’고 알리면서 글로벌 이슈에 대한 개입을 약속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토비아스 엘우드 영국 하원 국방위원장은 워싱턴포스트에 15일(현지시간) “AK-47 소총, 로켓추진수류탄, 지뢰로 무장한 반군에게 패배한 마당에 어떻게 ‘미국이 돌아왔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중동의 미국 동맹국 역시 미국이 위험에 처한 아프간 정부에 대한 보호를 냉정하게 거둬들이는 장면을 보면서 속내가 복잡할 수 밖에 없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민간 군사 전문가 리아드 카와지는 러시아가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을 끝까지 비호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아프간의 혼돈을 뒤로하고 병력을 철수시켰다면서 “동맹으로서 미국의 신뢰도는 당분간 의심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UAE는 중동에서 가장 많은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는 나라다.

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섣부른 철군으로 아프간이 과거 탈레반이 통치했던 시절처럼 테러리스트들의 온상이 되고, 대규모 난민이 유럽으로 유입될까봐 전전긍긍이다. 캐트린 클뤼버 애쉬브룩 독일 외교위원회 이사는 독일 정부가 겉으로는 아프간 철군과 관련해 미국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고 있지만 독일 당국자들은 미국의 처사에 속을 끓이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은 2015년 시리아 내전이 심각해지면서 난민 100만명이 유럽으로 몰려든 것처럼 아프간 난민들이 대거 밀려오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비판이 쇄도했다. 당초 미국에선 아프간 철군에 대한 여론과 정치권의 호응이 높았다. 20년 전쟁에 대한 피로감이 팽배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철군을 적극 추진했던 터라 야당인 공화당도 반대할 명분이 없었다. 그러나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관 인력들이 탈레반에게 쫓겨 헬기로 다급하게 퇴각하는 장면의 충격은 미국 국민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바이든 대통령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던 1975년 베트남 사이공 탈출 장면이 재연됐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총공세 모드다. 공화당 서열 1위인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성명에서 “미국인과 취약한 아프간인들이 다급한 카불 탈출을 포함해 바이든 정부의 실패한 아프간 퇴각은 미국 리더십의 수치스러운 실패”라고 비판했다.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는 방송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며칠 전만 해도 사이공 사태처럼 아프가니스탄 대사관에서 헬리콥터로 대피하는 광경이 펼쳐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지금 바이든 대통령의 ‘사이공 (탈출) 순간’(이 펼쳐졌다)”라면서 “불행하게도 이 상황은 매우 예측 가능했다”고 말했다.

탈레반이 향후 미군에 협조했던 시민들을 폭력적으로 보복하고 여성 인권을 극도로 억압하는 등 폭정을 일삼을 경우 바이든 정부는 더욱 곤혹스러워질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인권과 민주주의를 외교 원칙을 내세웠지만 위기에 처한 아프간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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