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구호물자 전달 보장" 촉구
16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 탈레반을 피해 아프간을 떠나려고 하는 아프간인 등이 항공기를 기다리고 있다. 카불=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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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사실상 점령하면서 필사의 철수작전이 계속되고 있다. 국제사회는 탈레반을 상대로 현지 주민의 출국을 허용할 것을 촉구하고 있으나 탈레반의 호응 여부는 미지수다. 카불 공항만이 외부와의 실질적인 통로지만 탈레반의 카불 시내 장악이 속도를 더하고 있는 만큼 안전한 철수 여부는 상황이 종료돼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무부는 15일(현지시간) 미국과 한국, 영국 등 66개국과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고위대표 명의로 된 공동 성명을 발표해 “치안이 나빠지는 상황에서 아프간을 떠나려는 주민과 외국인의 안전하고 질서 있는 출국을 지원할 것”을 촉구했다. 또 “아프간의 모든 도로와 공항, 국경 관문은 계속해서 개방되어야 하며 평온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탈레반을 포함한 당사자들에게 아프간 주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구호물자 전달을 보장하기 위해 “최대한의 자제”를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아프간이 바다가 없는 내륙국인 만큼 지난 1975년 북베트남의 남베트남 점령 때와 같이 바다를 통한 ‘보트피플’ 발생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탈레반은 이미 모든 국경을 장악한 듯하다. 블룸버그통신은 탈레반이 카불 공항을 제외한 아프간의 모든 세관과 국경 검문소를 통제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사실상 카불공항만이 안전한 탈출 통로인 셈이다. 이를 고려한 듯 미국 국무부는 이날 대변인 명의로 발표한 성명을 통해 “미군과 연합군 요원들은 민ㆍ군 항공편의 안전한 출발을 위해 카불 공항을 확보하는 일련의 조치를 완료하고 있다”며 “향후 48시간 동안 병력 6,000명이 (공항 확보에) 초점을 맞춘 임무를 수행하고 항공 관제를 담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16일 오전 4시 53분(국제표준시) 현재 민항기들이 아프간 영공을 피해 비행하고 있다. 플라이트레이더24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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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항공사가 아프간 영공 통과를 제한하면서 민항기로는 아프간 탈출이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미국 유나이티드항공(UA)과 영국 브리티시에어(BA), 버진항공은 이날 아프간 영공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잇따라 밝혔다. 항공기 추적 사이트인 플라이트레이더24는 16일 오전 3시(국제표준시) 현재 아프간 상공의 상업용 여객기 비행이 거의 없다며 대신 인근 이란 및 파키스탄으로 항공기들이 우회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불 공항 당국은 16일 오후 모든 민항기의 운항 중단을 밝혔다. 군용 수송기 투입이 유일한 대안인 셈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카불 공항을 빠져나가는 모든 비행기에 빈 좌석을 남겨두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얼마나 많은 미국시민이 아프간에 살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미국 CBS뉴스는 전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을 향한 국제사회의 비판 목소리도 불거지고 있다. 섣불리 아프간 철군을 결정하고 이를 밀어붙이면서 혼란을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이다. 미국 폭스뉴스는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하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아프간 상황 악화에 대해 미국 책임론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존슨 종리가 “미국의 철수 결정이 상황을 가속했다고 말하는 것은 공정하다”고 말하면서 다만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은) 여러 면에서 예고됐던 것”이라고 말하면서다. 존슨 총리는 또 영국이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에 책임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영국의 군사 요소는 2014년에 실제로 종료됐다”고 덧붙였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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