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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복잡한 중국 “탈레반, 중국 공격 불허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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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복귀 보는 속내 노출

외교부 “아프간 선택 존중”

중앙일보

16일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아프가니스탄 사태에 대한 중국측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신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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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에 복귀한 탈레반을 보는 중국 당국의 속내는 복잡하다. 미국이 막고 있던 극단주의 이슬람 세력이 중국의 화약고인 신장(新疆)으로 옮겨붙을까 우려해서다. 중국은 지난달 2일 미국의 바그람 공군기지 철수부터 예방 외교에 나섰지만 급박한 사태 전개에 당혹한 모양새다.

16일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아프가니스탄 정세는 이미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다”며 2주 만의 정례 브리핑을 시작했다. 그는 “중국은 아프가니스탄 국민의 염원과 선택을 존중한다”면서 “중국은 아프간 국가 주권과 각 정파의 염원을 충분히 존중하는 기초 위에 아프간 탈레반 등과 연락과 소통을 유지해, 아프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한 건설적 역할을 발휘하겠다”며 원칙적 입장을 밝혔다. 탈레반 정부를 승인하겠냐는 질문에도 즉답을 피했다. “건설적 역할 발휘”란 입장만 반복했다.

대신 요구 사항은 분명히 전달했다. 화 대변인은 “어제(15일) 아프간 탈레반은 전쟁이 이미 끝났으며 협상으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이슬람 정부를 세우고, 책임지는 행동으로 아프간 국민과 외국 외교 사절의 안전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점을 중국은 주의한다”며 “중국은 (탈레반이) 발표를 실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압박했다.

동투르키스탄 이슬람 운동(ETIM)과 신장웨이우얼 독립 세력의 연계를 염두에 둔 발언도 잊지 않았다. 화 대변인은 “탈레반 측은 여러 차례 중국과의 양호한 관계를 희망했고, 중국이 아프간 재건과 발전에 참여하길 기대했으며, 결코 어떤 세력도 아프간 영토를 이용해 중국에 위해를 가하도록 허락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며 “중국은 이를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7월 28일 탈레반 이인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중국의 초대로 톈진(天津)에서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회담을 갖고 ETIM과 관계를 끊겠다는 다짐을 재확인한 발언이다.

중국의 아프간 외교는 지난달 초 미군의 바그람 철수부터 발 빠르게 이어졌다. 7월 12일부터 16일까지 왕이 부장은 아프간과 인접한 투르크메니스탄·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을 순방했다. 14일에는 타지키스탄 수도 두샨베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아프가니스탄 연락 그룹’ 외교장관 회담을 열고 아프간 대책을 수립했다. 중국 대책의 핵심은 러시아와 철벽 군사 공조다. 이달 9~13일 닝샤(寧夏)의 칭둥샤(靑銅峽) 합동전술훈련기지에서 열린 중·러 ‘서부·연합 2021’ 군사훈련이 중심이다. 코로나19 방역도 무시한 채 양국 병력 1만 명과 스텔스 전투기 젠(殲)-20 등 최첨단 무기도 과시했다. 탈레반은 중·러 군사훈련이 끝난 뒤 이틀 만에 아프간 전역 장악에 성공했다.

국수주의 성향의 환구시보와 네티즌은 아프간 함락을 계기로 미국을 비난했다.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강대한 미국이 20년이란 시간을 들였지만, 아프간 탈레반을 무너뜨리지 못했다”며 “미국은 확실히 ‘종이호랑이’인 듯하다”고 비난했다. 네티즌들은 SNS에 “어제는 사이공, 오늘은 카불, 내일은 타이베이”라며 대만 차이잉원(蔡英文) 민진당 정부를 공격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서울=김홍범 기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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