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활주로에서 16일(현지시간) 사람들이 비행기 탑승구에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트위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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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닉(공포)에 빠진 인파가 끝도 없이 공항 활주로에 뛰어든다. 비행기 탑승구와 연결된 계단에는 수십명이 필사적으로 매달려 있다. 이륙하는 비행기 바퀴에 매달렸다가 추락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수라장이 된 공항에서 총성이 울리고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이어진다. 희망을 잃은 사람들에게는 정부도, 구호단체도, 유엔도, 그 어떤 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공항 모습이다.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1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전쟁 승리를 선언하자 아프간 국민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인파가 몰린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5명이 사망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마치 1975년 월남 패망 직전의 ‘사이공 탈출’을 떠올리게 하는 급박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16일 로이터통신은 목격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카불 공항에서 5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한 목격자는 “카불 공항에서 5구의 시신이 차량에 실려 옮겨졌다”고 했다. 또다른 목격자는 “희생자가 총에 맞은 건지, 인파에 깔려 압사당한 건지 확실치 않다”고 전했다. 카불 공항에서 이륙한 항공기 바퀴 부근에 매달렸던 시민들이 추락해 숨지는 참극이 벌어졌다고 인디아TV 등이 전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활주로에 인파가 몰려들어 있다. 트위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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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외신들은 카불 공항에서 수천 명의 시민들이 한꺼번에 활주로로 몰려들자 이들을 해산하려고 미군이 발포하면서 일부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군 관계자가 사망자에 대해 공식 확인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 미국 관리는 로이터 통신에 “공항에 몰려든 군중이 통제불능 상태였다. 발포는 혼란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도 “미군의 발포로 공항에서 아프간인 여러 명이 사망했다고 보안군 소식통이 전했다”고 전했다.
SNS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면 공항으로 끝도 없이 많은 시민이 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탕, 탕’하는 총성이 산발적으로 들리는 가운데 아이를 업거나 안은 시민들이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앞으로 내달린다. 게시물 작성자는 “시민들이 패닉(공포)에 빠져 공항을 향해 달려가고, 미군이 총을 발사했다. 이런 모습을 보는 게 정말 슬프다”라고 적었다. 또 다른 동영상에는 기관총을 난사하는 소리가 들리고, 시민들이 공항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담겼다.
밀려든 인파로 도저히 여객기가 뜰 수 없는 상태가 되자, 공항 당국은 모든 민항기의 운항이 중단됐다고 이날 오후 발표했다. 아울러 아프간 항공 당국은 카불 영공 통제가 군에 넘어갔다며, 항공기 노선 변경을 권고했고 이미 유나이티드항공 등 여러 외항사들이 아프간 영공을 피하기 위한 항로 조정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은 공항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아프간에 머물기로 결심한 사람은 모두 카불 공항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허용한다. 민간인은 해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카불 시민들은 그동안 미군과 국제동맹군, 국제 NGO단체와 협업하거나 외국인들을 상대로 사업을 한 경우가 많아 탈레반에 처형을 당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이처럼 수도 카불의 끔찍한 상황이 전해지면서 일각에서는 ‘사이공 탈출 때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평가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미군 철수 이후 삽시간에 탈레반에 함락된 아프간 상황을 “스테로이드를 맞은 사이공”이라고 묘사했다.
국민들이 아비규환에 빠진 것과 대조적으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72)은 엄청난 양의 현금을 갖고 누구보다 빨리 국외로 도피했다. 주아프간 러시아대사관 대변인인 니키타 이센코는 “(전날) 정부가 붕괴할 때 가니는 돈으로 가득한 차 4대와 함께 탈출했다”고 말했다고 16일 스푸트니크통신이 보도했다. 가니 대통령은 돈을 탈출용 헬기에 실으려 했지만 실패해 일부는 활주로에 남겨둔 것으로 전해졌다.
알자지라 방송은 가니 대통령이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로 향했다고 보도했다. 국민을 버리고 외국으로 급히 달아난 가니 대통령은 뒤늦게 페이스북을 통해 “학살을 막기 위해 떠나기로 했다”면서 “만약 자신이 아프간에 머물러 있었다면 수없이 많은 애국자가 순국하고 카불이 망가졌을 것”이라고 변명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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