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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카불 인터뷰] 주민들 "탈레반 믿지 않는다…두려워 외출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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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항복에 많은 이 탈출…여권도 없이 공항으로 몰려갔다 참변"

"거리 텅 비었고 물·전기 끊어져…탈레반은 무기 확보에 바빠"

연합뉴스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군용차량을 타고 순찰하는 탈레반. [신화=연합뉴스]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우리는 탈레반을 믿지 않습니다. 그들이 두려워서 외출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머물고 있는 주민 A씨의 말이다.

익명을 요구한 A씨는 17일 연합뉴스와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한 인터뷰에서 "15일 탈레반이 도시를 포위하자 주민들은 완전히 패닉에 빠져 탈출에 나섰다"고 말했다.

카불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는 그는 "정부가 항복을 선언하자 수많은 이들이 앞다퉈 카불을 빠져나갔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급해진 사람들은 전날 카불 국제공항으로도 몰려갔다가 여러 명이 숨지는 참사가 빚어졌다"며 "그들은 비자나 여권도 없이 무작정 비행기에 타기 위해 공항으로 달려간 것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할 즈음부터 물과 전기가 끊어졌고 인터넷도 제대로 연결이 안 된다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거리에는 무장한 탈레반이 차를 타고 순찰하고 있다"며 "관공서에서 일했던 민간인들은 살해 위협 때문에 도망가거나 집을 떠나 다른 곳에 숨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나도 두려워서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며 "은행, 관공서, 학교, 대학, 상점 등은 모두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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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수도 카불의 국제공항에서 나오는 주민의 짐을 검사하는 탈레반 조직원(오른쪽). [AFP=연합뉴스]


A씨는 "탈레반이 카불 주민을 학살했다는 말은 아직 듣지 못했다"며 "하지만 그들은 매우 잔인하며 자비가 없다는 점을 잘 안다"고 강조했다.

탈레반의 공격을 피해 고향을 떠나 카불로 피한 상태인 또 다른 주민 B씨도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거리는 텅 비었고 몇몇 사람만 밖에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B씨는 민간인 대상 잔혹 행위가 아직 없는 것에 대해 탈레반이 지금은 정부 물자와 무기 확보에 정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탈레반 조직원들은 지금 관공서 건물 등으로 들어가 무기를 확보하는데 바쁜 상황"이라고 말했다.

20년만의 재집권을 앞둔 탈레반은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했던 과거 통치기(1996∼2001년) 때와는 공식적으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탈레반 지도부는 전날 "민간인에게 겁주지 말고, 일상생활을 재개하도록 하라"고 병사들에게 명령했다고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이 밖의 여러 성명 등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겠다며 여성 권리도 존중하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해당 보도에 대해 B씨는 "지금은 카불 내의 탈레반은 좋은 모습을 보이려 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주민들은 탈레반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도시가 공포에 휩싸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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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이륙하려는 미국 공군 C-17 수송기를 따라 아프간인들이 달리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 캡처. [AP=연합뉴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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