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집권기 언론 암흑기였다가 붕괴 후 급성장
탈레반 테러 위험 속 취재 활동해와…20년간 80여명 사망
NYT·WP, 현지 직원 탈출위해 미 정부에 탄원서
2008년 4월 폭탄 테러 취재 중 추가 폭탄 공격을 받은 현장 [로이터=연합뉴스] |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아프가니스탄 기자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탈레반이 미국의 침공으로 정권을 잃기 전까지 집권기인 1996∼2001년 사이에 아프간 언론은 암흑기를 겪었다.
모든 TV 방송국의 문이 하루아침에 강제로 닫혔다. TV 수상기는 파괴됐다.
신문에서 사진과 사설, 칼럼이 금지된 데 이어, 대부분의 인쇄매체는 발행이 중단됐다.
탈레반이 장악한 종교 라디오 방송과 신문 한 곳만이 운영됐다.
2001년 탈레반 정권이 무너진 뒤 아프간의 미디어 분야는 급속히 성장했다.
지난달 21일자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최근까지만 해도 많은 TV 방송국, 라디오 방송국이 운영됐고, 인쇄매체만 1천 개 이상이었다.
처우는 열악하다. 현지 매체 기자들은 월 200∼1천 달러를 받았다. 보험 혜택도 받기 어렵다. 다만, 해외 매체에 소속된 기자들은 월 600∼3천 달러를 받았다.
이들은 테러가 빈번한 환경 속에서 목숨을 내놓고 취재해야 했다. 기자들은 탈레반의 목표물이기도 했다.
납치와 암살에 대한 불안감을 달고 일하는 기자들이 부지기수다.
아프간 정부군과 탈레반 간의 전투를 취재하던 중 살해된 로이터 통신 소속 아프간 사진기자를 추모하는 방글라데시 언론인들 [로이터=연합뉴스] |
특히 소수의 여성 기자들이 표적이 되기에 십상이었다.
2018년 4월 아프간 기자 10명이 같은 날 숨졌다.
9명은 카불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를 취재 중 추가 폭탄 공격으로 사망했다. 10번째 희생자는 호스트주(州)에서 총격을 받아 발생했다.
미군의 철수가 시작되자 아프간 기자들은 더욱 위험에 도출됐다. 지난 6월에는 TV 뉴스 앵커가 탄 승합차가 폭발했다.
국경없는기자회(RSF) 집계에서 지난 20년간 아프가니스탄에서는 85명의 언론인이 업무상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도 아프간 대학에서 미디어 학과는 인기다. 12개 주립대가 전국에서 저널리즘 프로그램을 제공해왔다.
수도 카불대에서만 1천152명이 저널리즘 및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에 등록돼 있다.
이 프로그램은 남녀 비율이 50대 50일 정도로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이제 아프간 기자들과 대학의 저널리즘 프로그램에 대한 미래는 암울해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아프간 장악 후 첫 기자회견 하는 탈레반 [AP=연합뉴스] |
탈레반 대변인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는 17일 기자회견에서 "여성들이 히잡을 쓰면 학업과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고 혼자서 집밖에 나서는 것도 허용될 것"이라며 온건한 자세를 취했다.
특히 그는 "아프간이 더는 전쟁터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아 복수하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 집권기 대비) 긍정적으로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언론 분야에 대해서는 메시지의 온도가 달랐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아프간 내 민간 언론 활동도 독립적으로 이뤄지기를 원한다"면서도 기자들은 국가의 가치에 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탈레반의 '장밋빛' 약속 자체에 대해서도 회의론이 비등한데, 언론에 대해서는 대놓고 통제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미군 철수가 시작된 후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를 무너뜨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제 언론계에서는 아프간 언론인들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뉴욕타임스 본사 [AFP=연합뉴스] |
지난 6일 미국 컬럼비아대 언론대학원의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에 따르면 미국 매체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언론인보호위원회를 포함한 언론 단체들은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의회 지도부에 호소문을 보냈다.
이들은 아프간에서 미국 매체에 기여한 지원 인력 및 기자들이 미국으로 망명할 수 있도록 특별 비자를 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 단체는 "(우리를 도운) 아프간인들이 심각한 피해와 죽음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달 24일 비정부기구와 기타 프로젝트에서 미국을 도운 아프간인들을 위한 망명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미국 매체를 위해 일해온 이들을 포함시켰다.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는 보도를 위해 아프간에 남아있겠다는 미국 매체의 현지인 기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탈레반이 미국 당국의 예상보다 빠르게 카불을 점령하자 미국 매체들도 다급해졌다.
NYT와 WP 등 3개 매체는 현지 직원 및 가족들의 신속한 출국을 위해 미국 정부에 공동 탄원서를 냈다고 WP가 16일 보도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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