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국방참모총장 BBC 인터뷰…"새 정부 구성할 여지 줘야"
1기 탈레반 체제 '억압 통치' 부활 우려 고조
17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자비훌라 마주히드 탈레반 대변인이 아프간 장악 후 첫 공식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포토공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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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아프가니스탄을 접수한 무장 정파 탈레반이 새 정부 구성 협상에 들어간 가운데, 두 번째 들어설 탈레반 정부는 억압 통치를 일삼았던 1기와 다를지 지켜봐야 한다고 18일 영국군 수장이 밝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닉 카터 영국 국방참모총장은 이날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인내심과 용기를 갖고 그들이 정부를 구성해 신뢰를 보여줄 여지를 줘야 한다"면서 "이번에 들어서는 탈레반은 1990년대 우리가 기억하는 탈레반과는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탈레반은 단일 조직이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전역에서 모인 이질적 부족 출신들이 모인 집단"이라면서 "덜 억압적이고 더 합리적일 수 있다. 현재 카불의 통치 상황을 보면 그렇게 볼 징후가 있다"고 덧붙였다.
탈레반 지도자들은 2001년 미국의 침공 이후 지난 20년간 어둠 속에서 몸을 숨긴 채 활동해왔다. 그러나 미군 철수 후 다시 권력을 장악한 탈레반 2기에서는 지도자들이 세계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한 이슬람 운동 관계자는 전했다.
탈레반 2인자이자 정치지도자인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는 이날 흰색 SUV 차량 수십 대의 호위를 받으며 제2 도시 칸다하르에 입성했다. 1994년 탈레반 설립 멤버이자 탈레반의 항복부터 미군 철수를 약속한 평화협정에 이르기까지 전면에 나선 '협상가'로, 탈레반 2기 정부 수장으로 전망되는 인물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바라다르가 뛰어난 정무 감각으로 탈레반 내 강경파 사이에서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바라다르는 칸다하르 입성에 앞서 발표한 영상 성명에서 "이제 우리가 어떻게 우리 국민을 섬기고 보호하며, 국민의 미래를 보장할지 보여줄 시간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2016년부터 탈레반 최고 종교 지도자로 군림해온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탈레반은 구소련이 10년 전쟁을 끝내고 철수한 뒤 정치적 혼란이 거듭된 1990년대 아프가니스탄에서 반외세·이슬람 수호를 기치로 조직된 무장 세력이다. 1994년 정식 설립됐지만 빠르게 세력을 확장, 1996년부터 2001년 미국 침공 전까지 아프간을 통치했다.
당시 탈레반 치하 아프간은 여성들에게 온 몸을 덮는 부르카 착용을 강제하고 여성의 교육과 사회 활동을 금지하는 등 이슬람 율법의 극단적인 해석과 적용에 근거한 강압 통치로 악명이 높았다. 미군 철수 결정 넉 달 만인 지난 15일 탈레반이 아프간 전역을 접수하면서 다시 아프간에 공포 정치가 부활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간)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재장악한 뒤 공포에 질린 채 탈출을 시도한 아프간인들이 카불 공항에서 카타르로 가는 미국 공군 C-17 수송기에 빼곡하게 탑승해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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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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