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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이슈 세계 금리 흐름

돈줄 죄도 금리 인상은 아직?…고용 우려속 복잡한 Fed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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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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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잔치가 파장을 향해 가는 것일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돌입할 의사를 내비치면서다. 18일(현지시간) 공개된 지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FOMC 위원 과반수 이상이 "올해 안에 테이퍼링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Fed가 다음달 테이퍼링을 공식발표하고 이르면 11월 시행을 검토 중이라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의 보도가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Fed는 현재 매달 국채 800억 달러, 주택저당증권(MBS) 400억 달러 등 총 120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사들이는 양적완화(QE)를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자산 가격을 밀어올린 유동성이 마를 수 있다는 우려에 시장은 낙담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1.08%), S&P500(-1.07%), 나스닥(-0.89%) 모두 하락했다.

아시아 증시도 실망감을 드러냈다. 19일 코스피(3097.83)는 전날보다 1.93% 하락하며 3100선이 무너졌다. 코스닥(991.15)도 전날보다 2.93% 떨어지며 1000포인트 아래로 내려갔다. 원화값은 전날보다 8.2원 떨어진 달러당 1176,2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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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시의 한 가게에 "직원 구함" 안내문이 붙어져 있다.[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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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가 돈줄 죄기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긴 것은 테이퍼링의 전제 조건이 어느 정도 충족됐기 때문이다. Fed는 인플레이션 목표치(2%)와 완전 고용이라는 목표치를 향해 상당한 추가 진전이 이뤄지면 테이퍼링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지난 7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5.4%로 목표치를 한참 넘어섰다.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커지는 상황이다. 고용 지표도 나름 긍정적이다. 미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7월 비농업 부문 신규 일자리는 94만3000명으로 4개월 연속 증가세다. Fed의 목표치에는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연내에 달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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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용 상황 나아졌지만.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럼에도 Fed 속내는 복잡하다. 고용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FOMC 위원들 사이에 테이퍼링 돌입을 둘러싼 이견이 존재하는 지점이다. 7월 FOMC 회의에서 위원 다수의 의견은 “최대 고용을 향한 ‘실질적인 추가 진전’이 아직은 충족되지 않았다”였다. 지난달 신규 일자리도 지난 6월보다 5000명 더 늘어나는 데 그치며 증가 폭이 크게 꺾였다.

때문에 Fed가 설정한 완전 고용 목표치인 3.5% 안팎의 실업률을 달성하는 것은 상당 기간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는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하려 자발적으로 사표를 낸 사람과 코로나19 충격으로 장기간 구직을 포기해 취업 경쟁력이 떨어진 사람도 여전히 많은 만큼 3% 실업률 달성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델타 변이로 인한 코로나19 재확산도 변수다. 의사록에서 위원들은 델타 변이로 인해 경제 회복세가 둔화하며 고용 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신규 확진자가 늘어날 경우 물가가 떨어질 수 있는 주장도 나왔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테이퍼링을 서둘러야 한다는 전제가 사라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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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소비심리는 갈수록 위축 .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경기 둔화 조짐도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미시간대가 지난 13일 발표한 8월 미국 소비자태도지수는 70.2로 2011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경기 회복을 견인한 미국 정부의 재정지출 효과가 약해지며 소비 심리에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둔화와 소비심리 위축이 테이퍼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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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미국 앨라배마주의 한 메르세데스벤츠 공장에서 노동자가 작업중인 모습.[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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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다음 달 3일 발표될 8월 고용 지표가 향후 Fed의 행보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실리콘밸리 은행의 피터 엔지 선임 외환 트레이더는 “비둘기파(통화 완화) 위원들은 테이퍼링 결정 전에 더 많은 데이터를 원하는 것 같다"며 "(8월) 고용 지표 결과가 (테이퍼링 결정에) 더 많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8월 고용지표 결과에서도 호조세를 이어간다면 Fed가 9월 테이퍼링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돈줄은 죄겠지만 기준금리 인상까지는 요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Fed 위원들은 “테이퍼링 시기와 기준금리 인상은 어떠한 연관성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테이퍼링이 끝나기 전에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빨라진 테이퍼링 속도가 금리 인상 시점도 당길 수 있겠지만, 시장은 내년 상반기 이후에야 금리인상이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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