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 기자 “아프간은 지금 아수라장”
탈레반, 시위 촬영 카메라맨 구타도
독일 공영방송 직원은 집 습격당해
CNN의 클라리사 워드 기자(오른쪽)가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현장 보도에 나서자 탈레반 무장대원들이 지켜보고 있다. 함께 취재한 브렌트 스웨일스 PD가 촬영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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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탈레반이 곳곳에서 취재를 방해하고 언론인을 탄압하거나 폭행한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탈레반 대변인이 카불 점령 뒤인 지난 17일 처음 개최한 공식 기자회견에서 여성 인권 존중과 함께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 활동 보장’을 약속했지만, 국제사회 우려대로 공염불인 분위기다. 국제언론단체는 탈레반이 언론인에게 가택 급습은 물론 납치·살해까지 했다며 “언론 자유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18일엔 CNN의 클라리사 워드 기자가 카불 공항 밖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취재하던 중 겪은 두려웠던 상황을 보도했다. 워드 기자는 “(함께 현지 취재 중인) CNN 프로듀서 브렌트 스웨일스가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고 있는데, 탈레반 대원 두 명이 다가와 총으로 그를 내리치려 했다”고 전했다. 워드는 “다른 탈레반 대원이 ‘기자들이니 때리지 말라’고 제지해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다”고 설명했다.
얼마 전 미얀마 민주화 시위 르포도 했던 워드 기자는 “나는 온갖 혼란스러운 상황을 취재해 봤지만, 이번 사태는 정말 아수라장이고 말도 안 된다”며 “너무 위험하고,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워드의 리포트에선 여성을 억압하는 탈레반의 행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머리카락을 가리는 히잡을 쓴 워드 기자가 한 탈레반 대원에게 인터뷰를 시도하자 그는 “얼굴을 가리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겠다”고 소리쳤다. 탈레반이 공식적으론 여성에게 히잡만 쓰면 된다고 했지만, 현실에선 얼굴까지 다 가리는 부르카 착용을 강요하는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다. 해당 대원은 무거운 쇳덩이가 달린 채찍도 들고 있었다고 한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은 아프간 동부 잘랄라바드 등에서 벌어진 반(反)탈레반 시위에서 탈레반 대원들이 시민과 함께 지역 통신사 기자와 카메라맨 등 언론인들도 마구 때렸다고 보도했다. 국제언론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탈레반이 독일 공영방송 DW의 직원 3명을 포함해 언론 종사자 최소 4명의 집을 급습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지난 9일 탈레반 추정 무장대원들이 민간 라디오 방송 관계자를 살해하고 기자를 납치했다고 밝혔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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