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시위 확산에 온라인서도 동조…항전 세력도 집결
탈레반 잔혹행위 속속 드러나…탈레반 검문에 공항 앞에서 절망
19일 독립기념일에 맞춰 카불 시내에서 국기를 들고 행진하는 주민. [로이터=연합뉴스] |
(뉴델리·카이로=연합뉴스) 김영현 김상훈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안팎에서 반(反)탈레반 물결이 거세지고 있다.
아프간 정권을 무너뜨린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에 반대하는 시위가 온·오프라인으로 확산하고 있고, 직접 총을 들고 항전하려는 세력도 결집 중이다.
그런 와중에 베일에 가려졌던 탈레반의 잔혹 행위도 속속 공개되고 있다.
◇ 확산하는 시민 저항…무력 항전 소식도
20일 외신과 소셜미디어(SNS)에 따르면 아프간 독립기념일인 전날 수도 카불과 여러 도시에서 많은 이들이 국기를 앞세우고 행진했다.
이들은 "아프가니스탄 만세", "우리의 국기, 우리의 자존심" 등 구호를 외쳤다.
한 차로를 차지한 채 수십m 길이의 초대형 국기를 맞들고 도로를 따라 걸어간 이들도 있었다.
탈레반은 아프간 장악 후 기존 국기를 자신들을 상징하는 깃발로 교체하고 있었는데 이날 곳곳에서 저항에 부닥친 것이다.
잘랄라바드 등 지방에서는 탈레반의 총격에 여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카불에서는 탈레반이 시위대를 향해 총을 쏘지는 않았다. 대신 오후 9시 이후 통행금지령을 발동, 주민 통제에 나섰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18일 런던의 시위…"영국 도운 아프간인들 대피지원하라" |
온라인에서는 '아프간인을 구하라'(#saveafghan), '아프간 여성을 구하라'(#saveafghanwomen) 등의 해시태그 달기 운동도 벌어졌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영국 런던, 벨기에 브뤼셀, 인도 콜카타 등 세계 각지에서도 탈레반에 반대하고 아프간 국민을 지지하는 동조 시위가 열렸다.
카불 북부 판지시르 계곡에는 반탈레반 항전 세력이 집결 중이다.
여기에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선언한 암룰라 살레 제1부통령, 야신 지아 전 아프간군 참모총장, 일반 군인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의 '국부'로 불리는 아흐마드 샤 마수드의 아들 아흐마드 마수드는 최근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판지시르에서 탈레반과 싸운 아버지의 뒤를 따르겠다고 밝혔다.
앞서 우즈베크족 군벌 출신 압둘 라시드 도스툼 전 부통령도 판지시르로 1만명의 부대를 출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비스밀라 모함마디 아프간 정부 국방장관 대행은 저항군이 북동부 바글란주의 3개 지구를 탈레반으로부터 탈환했다고 전했다고 스푸트니크 통신이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탈레반 대원 수십명이 죽거나 다쳤다고 모함마디 장관 대행은 설명했다.
판지시르의 아프간 무장 군대. [AFP=연합뉴스] |
◇ 보복은 없다던 탈레반 만행 속속 드러나
"보복은 없다"던 약속과 달리 탈레반의 만행도 속속 공개되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전날 탈레반이 자사 기자를 잡기 위해 그의 집에 들이닥쳐 가족 1명을 사살했다고 보도했다.
도이체벨레는 아프간 현지 라디오방송국인 팍티아 가그의 대표도 탈레반에 살해당했고 전했다.
AFP 통신이 유엔 위협평가자문단으로부터 받은 보고서와 자체 취재한 데 따르면 탈레반은 체포 우선순위 명단을 갖고 대상자 색출 작업도 벌이고 있다.
아프간군과 경찰, 정보기관에서 주요 역할을 맡았던 이들이 '블랙리스트'에 들어갔다.
탈레반은 과거와 달리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국영 TV 여기자의 출근을 가로막는 일도 발생했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소수 민족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인권단체인 국제 앰네스티는 최근 조사를 통해 탈레반이 지난달 초 가즈니주에서 하자라족 민간인 9명을 살해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자라족은 아프간에서 인구가 3번째(9%)로 많지만, 아프간 주통치 세력인 파슈툰족(42%)에 의해 줄곧 탄압받아왔다.
영국군이 지키는 호텔의 철조망 너머에서 군중이 머리 위로 아기를 옮기는 모습. 이 호텔에서는 엄마들이 아기를 철조망 너머로 던지는 일이 발생했다. [트위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살려달라' 철조망 너머로 아기 넘긴 부모들…탈레반 제지에 절망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따르면 지난 15일 아프간 정부가 항복을 선언한 이후 지금까지 1만8천여명이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아직 카불을 탈출하지 못한 사람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공항에 접근하려 하고 있다.
특히 오는 31일로 예정된 미군 철수 시한이 지나면 미군이 주도하는 카불 공항 경비가 약화할 것을 우려해 다른 국가들도 시민 구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어려움이 적지 않다.
탈레반이 카불 국제공항으로 가는 길을 막고 검문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DPA통신에 따르면 탈레반은 하늘을 향해 총을 쏘거나 막대기 등을 휘두르며 사라들의 공항 민간 터미널 쪽 접근을 막고 있다.
공항 민간인 이용구역 진입이 어려워진 일부 엄마들은 아기라도 살리기 위해 철조망 너머 경비를 서는 외국군에게 아기를 건네는 비극까지 발생,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SNS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아기라도 살려달라"는 외침 속에 던져진 아기들은 운 좋게 영국 군인이 손으로 받아내기도 했지만, 일부는 날카로운 칼날이 달린 철조망 위에 걸려 다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카불의 상황이 여전히 어렵고 예측불허"라며 "가장 큰 난제는 (탈출하려는) 사람들을 카불 공항에 들여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탈레반에 카불을 빠져나가려는 외국인과 아프간인들의 안전한 출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독일 정부는 헬리콥터와 특수부대를 동원해 카불 시내에 발이 묶여 있는 이들을 공항까지 수송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데이비드 헬름볼트 독일 국방부 대변인은 "내일 헬리콥터 2대를 카불로 보내 위험한 상황에 처한 이들을 최대한 빨리 구출해 카불 공항으로 수송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카불 도심의 탈레반 [AFP=연합뉴스] |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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