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 목표치 여전히 미달…카타르공항 포화로 다른 환승지 확보 나서
바이든 "모든 미국인 집에 데려다줄 것"…델라웨어 자택행 일정도 취소
영국군이 지키는 호텔의 철조망 너머에서 군중이 머리 위로 아기를 옮기는 모습. 이 호텔에서는 엄마들이 아기를 철조망 너머로 던지는 일이 발생했다. [트위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이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인 등의 대피 작전에 속도를 내지만 여전히 본궤도에는 오르지 못한 모습이다.
공항 안팎에서 대피를 희망하는 이들이 몰려 정체 현상을 빚는가 하면, 기착지 공항의 포화 상태로 아프간발 항공기가 제때 출발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2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지난 14일 이후 1만3천 명이 대피를 마쳤다고 밝혔다. 전날 대피 인원은 3천 명이라는 게 백악관의 설명이다.
대피작전을 돕기 위해 공항에 배치한 미군도 목표치인 6천명에 거의 도달했다. 대피 대상은 미국 시민권자, 아프간전 때 미국을 도운 아프간 현지인, 제3국인이다.
그러나 이런 대피 인원은 미국이 당초 목표로 삼은 하루 5천∼9천 명 대피 수준에는 못 미친다.
더욱이 이날 아프간 외부로 통하는 통로인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의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는 일까지 생겼다.
중간 기착지인 카타르 공항이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는 것과 맞물려 8시간 넘게 비행기가 출발하지 못한 것이다. 카타르는 미국 특별이민비자를 신청한 아프간인을 8천 명까지 수용키로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는 유럽과 중동의 11개 국가가 아프간인을 포함해 대피 대상자들의 비행기 환승을 허용했거나 곧 허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독일의 람스타인 공군기지를 환승을 위해 임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미국과 합의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또 알바니아, 코소보, 북마케도니아, 우간다도 아프간 현지인의 일시 수용을 제시했다고 CNN 방송은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수천명이 공항 안에서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고, 공항 밖에는 수천명이 안으로 들어가려 하고 있다"며 "탈레반 점령 후 아프간에 발이 묶일 것을 우려하는 공포감이 아프간인 사이에 팽배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연설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연설에서 "우리는 집에 오길 원하는 어떤 미국인이라도 집에 데려다주겠다"며 대피 작업에 총력전을 벌이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또 미국인은 물론 미국을 지원한 모든 아프간인을 대피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탈레반이 대피 목표일인 8월 31일 이후에도 아프간인이 자국을 떠나려 할 경우 그렇게 허용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지만 상황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탈레반이 아프간인의 공항 내부 진입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 서방에 협력한 아프간인을 색출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대피 작전이 미군에 위험을 수반하는 역사상 가장 어려운 공수작전 중 하나라면서 "나는 총사령관으로서 필요한 모든 자원을 동원할 것을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군대에 대한 어떤 공격이나 우리 작전에 관한 방해가 있을 경우 신속하고 강력한 대응에 직면할 것임을 탈레반에 분명히 했다"고 경고 목소리를 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금요일인 이날 델라웨어주 자택으로 가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백악관에 머물기로 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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