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분쟁조정 어렵다고 판단
'대규모 환불 사태' 머지포인트 경찰 수사 |
(세종=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국민신문고에 머지포인트 민원을 신청했는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금융감독원으로, 금감원에서 다시 한국소비자원으로 이송됐어요. 제대로 처리되고 있는 게 맞을까요?"
돌연 서비스를 중단한 할인결제 플랫폼 '머지포인트'의 피해자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는 피해 구제 신청 방법을 문의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피해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정부의 다양한 민원 창구를 통해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어느 곳에서도 제대로 된 답변을 얻지 못하고 있다. 정부 부처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민원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다는 분통까지 터져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실에 따르면, 이달 공정위 산하 한국소비자원의 머지포인트 관련 소비자피해 상담 접수 건수는 13일 누적 기준 249건에서 일주일 뒤인 19일 누적 기준 992건으로 4배 가까이 폭증했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소비자 정책 총괄 부처인 공정위가 너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 의원은 지난 20일 정무위 전체 회의에서 공정위를 향해 "문제가 터지면 기관 간 합동으로 뭘 한다든지 체계적인 대응능력을 보여줘야 국민이 안심하고 이 사태를 차분히 기다릴 것 아니냐"며 "이런 노력이 전혀 안 보이니까 밤새 줄 서 있는 일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 공직자가 왜 필요하냐"고 질타했다.
이에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소비자 정책의 주무 부처니까 정부가 이런 대규모 소비자 피해가 있을 때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하는지, 부처 간 공조가 가능하기 위한 제도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개선책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대화하는 국민권익위원장과 공정거래위원장 |
공정위 설명을 종합하면, 머지포인트 사태의 핵심은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른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채 이뤄진 영업행위에 대한 관리·감독의 문제이므로 주관 부서인 금융위원회가 중심이 돼 관련 대책을 마련 중이다.
지난 18일 열린 소비자정책위원회에서도 위원장인 김부겸 국무총리가 금융당국에 실태조사 등을 포함한 대책을 수립해 보고하라고 특별히 지시했다고 한다.
공정위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전자상거래법과 약관법 위반 여부를 검토했지만, 제재가 필요한 지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산하 기관인 소비자원으로 쇄도하는 민원과 관련해선 분쟁 조정의 여지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뱅크런'(예금 대량인출)으로 머지포인트에서 피해자들에게 반환해줄 돈이 현실적으로 부족한 만큼 분쟁 조정보다는 민사소송을 통한 구제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이처럼 공정위는 당장의 사태 해결을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없지만, 향후 입법 논의 등을 통해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회에는 통신판매업자가 판매와 관련한 허가ㆍ등록 사항을 소비자에게 알리도록 하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의원)이 발의돼 있다. 무소속 양정숙 의원도 통신판매중개업자가 통신판매업자의 사업 관련 신고·허가 등에 관한 정보를 확인하도록 의무화하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등록된 사업자인지 여부가 소비자에게 제대로 고지되도록 하고, 불확실한 사업 방식을 마케팅에 마구 활용하는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등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필요한 제도적 장치가 무엇인지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 |
bo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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