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앞에서 30여명 호소…"한국 정부 도움 절실"
아프가니스탄 한국 협력자 구출 촉구 시위 |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아프가니스탄(아프간)에 사는 가족들이 한국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탈레반에게 죽임을 당할 위기에 처해 가족을 살려달라고 한국 정부와 국민들에게 호소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재한 아프간 한국 협력자 가족 30여 명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앞에서 "한국을 돕고, 한국에 가족이 있는 모든 아프간 협력자 가족들이 아프간에서 나올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신속히 조치해주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자신이나 가족이 아프간 주재 한국 기업·NGO·교회 등에 협력한 아프간인들이다. 이날 기자회견은 특정 단체에서 주최하지 않고, 한국 곳곳에 있던 아프간인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자는 의견이 모여 성사됐다고 한다.
이들은 "우리는 미군 군사기지를 건설하던 한국 기업에 종사했거나, 한국 NGO에 협력한 본인이자 그 가족이고 탈레반에 의해 박해당하는 하자라 종족"이라며 "한국 정부의 구출자 목록에 가족이 배제돼있는 사실을 알고 당황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아프간에 해외에서 구출을 위한 비행기들이 온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모든 나라가 자국에 협력한 아프간 사람들을 구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한국 정부도 모든 협력자를 구출해주길 요청한다"고 했다.
이들은 아프간에 있는 가족들에 대한 구출 요청과 함께 "이제 돌아갈 나라가 없어진 재한 아프간 국민들의 난민 신청도 너그러이 받아준다면 한국 사회에 보답하는 아름다운 협력자가 될 것을 약속한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관련 공장에서 일하는 아짐(37)씨는 "2008년 한국에 왔다. 부모님과 친구들 모두 아프간에 있는데 탈레반 때문에 모두 무서워하고 있고 일도 하지 못하고 집에만 있다고 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여자들은 매우 두려워하고 있고, 부르카 가격이 너무 올라 걱정하고 있다"며 "미국이나 캐나다 같은 다른 나라에서도 비행기를 보내 구출을 돕고 있는 만큼 한국도 도와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아프간에서 온 A씨는 "아프간에 남겨두고 온 가족들이 걱정돼 한국 정부의 도움을 요청하고자 지난주 혼자 외교부를 찾았었다"며 "혼자 말하는 것보단 여럿이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 전국 각지에서 모이게 됐다"고 했다.
국제난민지원단체 피난처 이호택 대표는 "오늘 기자회견 참석자 대다수는 아프간의 다수를 차지하는 파슈툰족에게 박해받는 하자라족"이라며 "가장 걱정하는 건 아프간 내 미군 기지 건설을 도운 이들을 비롯한 군 관련 협조자, 개종자, 교회 협조자, 여성들이다. 한국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뒤 외교부 일대에서 간격을 띄운 채 1인 시위를 벌였다.
chi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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