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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美에 "죽기로 싸우겠다"던 아프간 대통령, 다음날 내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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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2일(현지시간)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의 해외 도피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미 CBS와의 인터뷰에서 "일주일 전(탈레반의 카불 입성 당시)으로 돌아가 보자"며 "나는 그 전날 가니 대통령과 통화했다. 그는 그때 '죽기로 싸우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 다음 날 그는 가 버렸고, (아프간) 군대는 무너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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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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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뉴욕타임스(NYT)는 가니 대통령은 국외로 탈출할 계획을 블링컨 장관에게 숨겼고, 미국 측은 언론 보도를 보고서야 가니 대통령이 아프간을 떠난 사실을 알았다고 전했다. 가니 대통령은 지난 15일 탈레반이 아프간 수도 카불에 진입하자 해외로 도피했고, 18일 자신이 아랍에미리트(UAE)에 있다고 밝혔다.

미 정부 관계자들은 잇따라 가니 대통령에 대해 불만을 표현하고 있다. 앞서 웬디 셔면 미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UAE로 도피한 가니 대통령에 관한 질문에 "그는 더는 아프간의 인물이 아니다"고 답했다. 카불 함락 다음날인 16일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이 가니를 아프간 대통령으로 인정하냐'는 질문에 "국제 사회와 협력할 일"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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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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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30만 명의 아프간 정규군 육성을 위해 막대한 지원을 했지만, 아프간군이 탈레반에 허무하게 항복해 미국에 책임이 전가된 데 강한 불만을 표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NYT "바이든 행정부, 가니 대통령 너무 믿다 오판"



NYT는 22일 조 바이든 행정부의 아프간 철수 계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이유 중 하나로 '가니 대통령을 지나치게 믿은 것'을 꼽았다. NY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가니 대통령은 지난 6월 25일 백악관 회담에서 겉으론 서로에게 찬사를 보냈지만, 취재진이 나간 뒤엔 갈등을 빚었다.

당시 가니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국에 협력한 아프간인들이 출국할 비자를 보수적으로 승인해줄 것' '아프간 정부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것처럼 보이지 않게 조용히 철군할 것' '항공기 등 공중 지원을 지속해줄 것' 등 3가지를 요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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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 대통령(오른쪽)과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지난 6월 백악관에서 회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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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공중 지원과 조용한 철군에 동의했다. 실제로 미군은 바그람 공군기지 등에서 기습적으로 철수해 '야반도주'란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또 가니 대통령이 "아프간인들의 출국 비자를 보수적으로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점에서 국민의 출국을 방해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아프간 군 병력을 요충지에 집중하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요구를 가니 대통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대통령은 가니 대통령과의 만남 일주일 뒤인 지난달 2일 언론에 "가니 정부가 정부를 유지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에 의해 빠르게 무너졌다는 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이런 판단은 오판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친동생, 아들·딸 근황 비판 보도 이어져



가니 대통령과 그의 가족 근황에 관해선 비판적인 외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가니 대통령이 아프간을 떠날 때 엄청난 양의 돈다발을 챙겼다는 증언이 나왔지만, 그는 18일 영상을 통해 "근거 없는 주장이며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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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의 친동생 하슈마트 가니(왼쪽에서 네 번째)가 탈레반에 충성을 맹세했다는 영상이 SNS에 퍼져 논란이 일었다.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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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동생 하슈마트 가니는 탈레반 지도부와 웃으며 악수하는 영상이 21일 공개돼 논란이 됐다.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탈레반 측은 "하슈마트가 충성을 맹세했다"고 밝혔고, 하슈마트는 "카불의 새 질서를 인정해야 한다"며 탈레반을 옹호했다. 하슈마트는 부동산·건설· 운송 등 사업을 하는 민간 기업 가니그룹의 회장이라고 한다.

또 가니 대통령의 아들 타렉과 딸 마리암은 각각 미국 워싱턴DC, 뉴욕에서 호화 생활을 한다는 사실이 외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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