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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아프간 장악 성공했지만…탈레반 앞에 놓인 여섯 가지 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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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명 미만 병사로 전국 통치해야…인력·자금·경험 부족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탈레반이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의 정권을 다시 잡았지만, 희망하는 대로 '정상 국가'를 만들려면 인력·자금·경험 부족 등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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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탈레반 기 꽂고 카불 순찰하는 탈레반
[AP=연합뉴스]



23일 현지 매체와 외신들에 따르면 탈레반 지도부는 지난 15일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정권 이양'을 선언한 뒤 속속 카불로 모여들어 기존 정치 지도자들과 새 정부 구성을 논의하고 있다.

탈레반 지도부는 "서구식 민주주의는 아니겠지만, 모든 사람의 권리를 보호할 것",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정부", "여성 인권을 존중하고, 국제적 고립을 원하지 않는다"는 등의 기본 방침을 천명하면서 과거 5년 집권기(1996년∼2001년)와 달라질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지방 경찰청장을 기관총으로 처형한 모습, 부르카를 쓰지 않고 외출했다는 이유로 아프간 여성을 총살한 모습 등 과격한 행태가 전해지면서 '역시나 탈레반'이란 비판과 공포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알자지라 방송은 탈레반이 정권을 잡은 뒤 여섯 가지 난제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국민의 인정, 10만명 미만의 병력, 정부 운영시스템(거버넌스), 과거 집권기 행태의 반복 여부, 정부 운영자금, 권력 통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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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집권 후 시내 순찰도는 탈레반 대원들
[EPA=연합뉴스]



먼저, 아프간 국민이 탈레반 세력을 나라의 지도자로 인정하느냐이다.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의 통치 기간 수없이 많은 테러로 정권 안정이 안 됐고, 보건과 교육 서비스 부족, 내각의 부패가 국민을 실망하게 했다.

수도 카불 등 주요 도시 시민은 '부역자'로 낙인 찍힐 우려가 크기에 탈출을 시도하고 있지만, 나머지 농촌·교외 지역은 탈레반을 환영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싫어하지도 않는 분위기다.

탈레반이 정권의 안정을 이루려면, 이른 시일 안에 국민의 '공포'가 아니라 '인정'을 끌어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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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다하르주 순찰도는 탈레반 병사들
[EPA=연합뉴스]



10만명도 안되는 탈레반 병사로 아프간 전국을 통치하는 것도 크나큰 과제다.

5월부터 미군·국제동맹군이 철수한 뒤 탈레반은 농촌·시외지역부터 장악하면서 상당수 지역에는 지역 원로 등의 중재로 무혈입성했다.

전문가들은 "탈레반이 순식간에 전국을 점령했더라도, 주요 도시를 통치하는 것은 또 다른 과제다. 상당한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령, 아프간 북동부 바다크샨주의 싱난지구는 탈레반 병사 6명에 의해 점령됐다.

탈레반 지도부가 17일에 대대적인 일반 사면령을 발표한 것도 이전 정부 인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됐다.

전국의 사법·보안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 아프간 곳곳이 무법상태에 빠질 수 있다. 저항군의 활동이 점차 커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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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카불시내에서 '탈레반 기' 판매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탈레반의 정부 운영 시스템(거버넌스)과 과거 집권기 행태의 반복 여부도 관건이다.

탈레반이 전투에는 능하겠지만, 20년 전 5년 통치 경험으로 현대식 정부 시스템을 제대로 갖출 수 있을지 미지수다.

20년 전 탈레반 집권 당시 극단적인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따르면서, 노래 부르기와 음악 감상이 금지됐다.

탈레반은 여학생 등교와 취업을 금지했고, 공공장소 부르카(여성의 전신을 가리는 복장) 착용 등으로 여성의 삶을 강하게 규제했고, 당시 성폭력과 강제 결혼이 횡횡했다.

도둑의 손을 자르거나 불륜을 저지른 여성을 돌로 쳐 죽게 하는 등 공개 처형이 이뤄졌다.

하지만, 탈레반이 정권을 잃은 지난 20년간 아프간 국민 대부분이 서양 문화에 익숙해졌기에, 과거로 돌아가자고 하면 강력한 저항에 맞닥뜨리게 된다.

전문가들은 "탈레반이 정부 업무를 운영할 관료, 공무원을 충분히 유지해야 한다"며 "국가 운영을 위한 전문직, 기술직 등 고급 인력의 해외 도피로 인력이 부족할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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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 시내 돌아다니는 탈레반 병사들
[UPI통신=연합뉴스]



정부 운영과 공공서비스를 위한 자금 부족도 탈레반의 큰 숙제다.

아프간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로, 아프간 정부 예산 중 미국 등의 지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80%에 달한다.

특히, 미국이 아프간군 지원을 위해 보내는 연간 30억 달러(3조5천억원) 규모의 자금이 끊길 가능성이 큰데, 이는 아프간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차지한다.

아울러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아프간 중앙은행은 4월 기준으로 94억 달러(한화11조원)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수십억 달러가 미국 은행에 있는데, 미 행정부는 탈레반이 재집권하자마자 동결했다.

탈레반이 러시아, 중국과 경제협력 가능성을 논의했고, 아프간에 상당한 광물이 묻혀있지만, 정부 재건 비용 마련은 쉽지 않다.

그동안 아프간에서 활동하던 유엔 등 국제기구와 NGO 직원들이 철수하면서 원조가 끊기는 문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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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8일 중국서 만난 탈레반 '2인자'와 중국 왕이 외교부장
[신화통신=연합뉴스]



탈레반이 중앙 정부 구성은 물론 주지사, 시장 등 주요 보직을 차지한 뒤 '권력 통제' 문제도 떠오른다.

탈레반 고위층이 이전 정부 관료들과 마찬가지로 부패와 권력남용에 빠질 수 있다.

탈레반은 그동안 조직 내 수직·수평구조 개선에 노력해왔는데, 적군이 아프간에서 모두 사라진 다음 어떻게 변할지, 누가 이들의 권력을 견제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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