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의 루스벨트 룸에 마스크를 쓰고 입장해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기 전 마스크를 벗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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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확산과 아프가니스탄 사태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허우적대고 있다. 취임 7개월이 지나면서 내치와 외치에서 만만찮은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도 급락했다. 이번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바이든 정권의 성패가 달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22일(현지시간) 전날 기준 미국의 최근 일주일 간 하루 평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5만1227명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2주 전에 비해 39%나 증가한 것으로 미국에서 일주일 간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가 15만명을 넘긴 것은 지난 1월 말 이후 처음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지난 1월 20일 출범한 바이든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을 집권 초기 최대 과제로 설정하고 총력을 기울였다. 백신 접종 효과가 나타나면서 7월 초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가 1만명대 초반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가 다시 15만명대로 올라서면서 7개월 만에 코로나19 대응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다.
신규 확진자 통계 곡선을 보면 7월4일 독립기념일에 저점을 찍고 가파르게 상승하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독립기념일에 백악관에 1000여명을 불러 대규모 파티를 열고 “바이러스로부터의 독립선언이 가까웠다”고 자축하는 등 너무 빨리 샴페인을 터트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너무 빨리 승리를 선언하고 방역 경계심을 풀면 델타 변이 등의 재확산을 불러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미국인의 3분의 2가 지지했던 아프간 철군 역시 상황이 꼬이면서 바이든 정권을 위기로 몰고 있다. 아프간 정부의 신속한 붕괴를 예측하지 못한 탓에 미국인 등의 대피 시나리오도 완벽하게 준비하지 못해 탈레반에 쫓기는 빠져나오는 상황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아프간 철군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강한 의지때문에 외교안보 당국이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과 외교안보팀의 판단 착오는 정권의 신뢰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NBC방송은 지난 14~17일 미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오차범위 ±3.1%포인트)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도가 49%로 조사됐다고 22일 밝혔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8%다. 이 기관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 지지도 50%선이 붕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BS방송이 유고브와 함께 미국의 성인 2142명을 대상으로 18~20일 실시한 설문(오차범위 ±2.3%포인트)에서도 응답자의 63%가 아프간 철군에 동의했지만, 74%는 철군이 잘못된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은 50%를 기록했다. 같은 기관의 한달 전 조사에서 58%, 두달 전 조사에서 62%를 기록한 것에 비해 급락했다.
국제사회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의 리더십도 타격을 받았다. 미국은 동맹국들로부터도 안보 공약을 믿을 수 있느냐는 의심 어린 시선까지 받게 됐다.
관건은 사태 수습 과정이다. 바이든 정권이 내우외환을 큰 피해 없이 넘긴다면 남은 임기 동안 점수를 만회하고 전화위복을 이룩할 수 있다. 아직 집권 7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고 지지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경제 상황이 순조롭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경우 백신 접종률 제고, 각급 학교의 안전한 개학, 9월 말부터 시작되는 부스터샷의 순조로운 접종 등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정부 공무원과 군인에 대해 백신 접종을 사실상 의무화하고, 코로나19 전파 위험이 높은 지역에 대해 실내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등 방역 대책을 강화했다. 다만 계절적으로 야외 생활 비중이 줄고 실내 생활 비중이 높아지는 상황이고, 일부 공화당 주지사들이 학교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금지시키고 있는 점은 코로나19 대응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프간 사태와 관련해서는 미국인과 아프간 현지인의 안전하고 신속한 대피 및 철군이 최대 관건이다. 아프간 철군 지지 여론이 여전히 높은 데다 외교안보 사안은 국내 문제에 비해 지지율에 미치는 영향이 적기 때문에 사태가 무리 없이 마무리되면 지지율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적일 수 있다. 만에 하나 미국인 대상 테러 등으로 희생자가 발생한다면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 수 있다.
익명의 민주당 후원자는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이런 유형의 순간들이 대통령직의 성패를 좌우한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압도당하거나 반대로 통제하고 관리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집권 초반 직면한 위기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극복하느냐에 바이든 정권의 성패가 갈릴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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