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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단독] 박현주의 계속된 도전…아시아 넘어 '실리콘밸리 혁신'에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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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격의 미래에셋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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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글로벌 혁신기업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차량공유 업체 디디추싱과 동남아시아 모빌리티 업체 그랩에 선제적으로 투자한 데 이어 미국 유망 벤처기업으로 꼽히는 대체육 전문회사 '임파서블푸드'에 과감한 투자를 감행한 것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박 회장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같은 과감한 행보로 미래 혁신기업 투자의 보폭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IB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그룹은 지난해 8월까지 임파서블푸드에 약 1800억원을 투자했으며, 이 회사의 가치 상승으로 4000억원 이상의 지분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그새 기업가치가 2배 이상 상승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그룹은 지난해 3월 임파서블푸드의 F라운드 투자에 1500억원을 투입했으며 작년 8월 G라운드에서 추가로 300억원을 투입했다.

이번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H라운드 투자로, 임파서블푸드가 받는 마지막 프리 IPO(상장) 투자가 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내년 임파서블푸드가 나스닥에 상장할 경우 기업가치가 100억달러(약 11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대와 같이 기업가치가 상승할 경우 미래에셋그룹은 2년여 만에 최소 2배가 넘는 투자수익률을 거둘 전망이다.

임파서블푸드 투자는 환경·책임·투명경영(ESG) 관점에도 부합한다. 소 사육은 탄소배출이 많고 토지와 물도 많이 필요한데, 대체육 업체 투자를 통해 탄소 발생을 줄이고 소비자 건강에 기여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박현주 회장은 그간 펀드를 모아 호텔, 컨벤션 등 대체투자 중심의 투자를 많이 해왔지만 벤처기업 투자를 한층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며 "성장성이 있는 기업에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과감히 베팅하라는 주문이 내려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미래에셋그룹은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벤처투자를 중심으로 해외 벤처기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미래에셋의 투자 성공 사례로 늘 따라다니는 '타이틀리스트'처럼 수년래 2~3배 수익을 봤더라도 펀드를 모으거나, 인수금융 형태로 일부 자본을 태우는 방법에서 벗어나 벤처기업 부문에서는 자기자본 직접 투자를 통해 보다 과감한 베팅을 모색하고 있다.

실제로 박 회장은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투자 확대를 예고했다. 박 회장은 "우리한테 연간 300~400개 딜이 들어오고 있다"며 "대부분 해외 딜이고 국내 딜은 잘 안 쳐다본다"고 전했다. 그는 "이제 고속도로 톨게이트에 도달한 느낌이 든다. 문을 통과하면 달리는 속도는 한층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그룹은 2018년 투자한 중국 차량공유 업체 디디추싱과 동남아 모빌리티 업체 그랩 건으로 2~3배에 달하는 투자 대박을 기대하고 있다. 2018년 디디추싱에는 약 2500만달러, 그랩에는 1억5000만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디디추싱은 상장으로 엑시트를 앞두고 있으며 최대 3배에 달하는 수익을, 그랩은 올해 말 미국 상장이 실현될 경우 배 이상의 수익이 기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부터는 동남아를 중심으로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부칼라팍에 5000만달러, 인도의 빅바스켓에 6000만달러, 싱가포르 호텔 예약 플랫폼인 레드도어즈에 1000만달러를 투자했으며, 베트남에서는 엔터 기업인 팝스월드와이드에 3000만달러를 투입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이 네이버, YG엔터 등과 함께 만든 동남아 그로쓰펀드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으며, 온라인 중심의 투자는 대부분은 기업가치 상승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지난해부터는 제약·바이오를 비롯해 국내에서도 각광받고 있는 배달 대행, 인터넷은행 등에도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미래에셋은 중국 항암제 개발 회사인 JW테라퓨틱스에 2800만달러, 인도 음식 배달 업체인 조마토에 1억5000만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는 보다 다양한 업종을 테마로 벤처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제약·바이오 투자도 늘렸다. 중국계 항체 치료 바이오 스타트업 에핌압바이오테라퓨틱스, 영국 항체약물접합체 개발사 익수다테라퓨틱스, 홍콩 인공지능 제약사 인실리코, 미국 디지털 우울증 상담 챗봇 플랫폼 워봇헬스, 미국 단일세포 유전체 기반 치료제 스타트업 이뮤니타스테라퓨틱스 등이 그 대상이었다.

아울러 동남아에서는 소셜미디어, 4차 산업을 테마로 투자를 늘렸다. 인도에서는 소셜미디어 스타트업 셰어챗, 인도판 틱톡인 트렐, 인도판 카카오뱅크 인터넷전문은행 주피터, 인도 2위 에듀테크 스타트업 언아카데미, 인도 농업 금융 핀테크 스타트업 자이키산 등이다.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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