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력자 수용하되…그외 아프간 난민 수용은 '유보적'
15일(현지시간) 아프간인들이 걸어서 터키 국경을 넘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구진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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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아프가니스탄 난민 사태가 임기 말 문재인 정부의 대외정책 핵심 키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현재 우리 정부의 대응 기조는 20여년 간 우리나라의 대(對)아프간 협력 사업에 함께 했던 조력자들은 수용하되 그 외 아프간 난민 건에 대해서는 '유보적'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우리나라는 20여년 간 아프간에 상당한 금액의 원조를 했고, 종합병원 등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며 "이 과정에서 협력 사업에 직접 참여하거나 도움을 준 분들이 많다. 이 중에서 한국으로 이주를 희망하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이들이) 안전하게 우리나라로 이동하는 방법에 대해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도, 미국으로 탈출하려는 아프간인 일부를 한국 내 미군기지에 임시 수용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서는 "관련 협의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사실상 조력자와 난민을 구분해 대응하겠다는 것으로 이러한 입장 표명 배경에는 무엇보다 아프간 난민에 대한 국내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은 데다 국제 사회조차 난민수용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선 아프간 난민의 숫자가 정확히 집계가 되지 않고 있다. 또한 난민 수용은 주로 주변국가가 1차적으로 담당해 왔는데, 현재 아프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일부 국가들이 소극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
BBC에 따르면 이란의 경우 아프간 접경 3개 주(州)에 피난민을 위한 비상 천막을 설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 이란 내무부는 아프간 상황이 호전되면 이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내겠다는 방침이다.
국경에 철조망을 설치한 파키스탄의 경우 임란 칸 총리가 지난 6월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면 국경을 봉쇄할 것이라고 일찌감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단 최소 한 개 국경이 현재 개방돼 아프간인 수천 명이 파키스탄으로 건너왔다고 한다.
22일(현지시간) 카불에서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이 하미다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환승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구진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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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도 아프간 난민 수용 계획을 발표하고 나섰지만, 규모가 그리 크지 않거나 구체 계획이 서지 않은 상태다.
미국의 경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간 난민·분쟁 피해자·특별이민 비자 신청자 등을 위해 5억달러(약 5867억원)을 긴급 승인했지만, 수용할 난민의 구체적인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영국과 캐나다는 2만명을 수용하기로 했다.
오스트리아와 스위스는 난민 불수용 입장을 밝히는 등 일부 유럽연합(EU) 국가의 경우, 아프간 난민에 부정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한 잦은 테러 행위로 형성된 '이슬람 공포증' 등 국내 여론을 살펴야 한다는 점도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행보를 막는 주요인 중 하나다. 특히 내년 3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자칫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평가다.
일련의 상황에서 '아프가니스탄 난민 수용을 위해 주한미군 활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와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월스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미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을 포함해 일본 등 해외 미군 기지에 아프가니스탄 피란민 수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단 우리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정 장관은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의 관련 질의에 "(아프간 함락) 초기 단계에 (난민들의 미군기지 수용) 가능성을 논의한 건 사실이지만 심각하게 논의한 건 아니다"고 답했다.
정 장관은 또한 "(주한미군 기지가 아프간 난민을 수용하는데 활용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며 "주한미군 당국도 본국 정부로부터 (그런 지시를) 받은 적 없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의 관련 질문에도 "(현재는) 한미 간에 협의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며 "만일 그런 게 있다면 비용은 철저하게 미국이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훈 국가안보실장도 이날 국회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리적 여건과 편의성에 따라 중동이나 유럽지역 미군기지를 활용하는 것으로 최종 정리됐다"고 말했다.
이웅현 고려대 융합연구원 교수는 "과거부터 난민 문제는 유엔과 주변국가들이 위주로 했기 때문에 아프간 문제는 우리에게는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렇지만 굳이 '수용' 또는 '불수용'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면 정부는 대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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