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G7 화상 정상회의서 결정…탈레반 거부 시 '굴욕'
英 당국자 "철수 다 못했는데 탈레반 자극하면 안 된다"는 우려까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8월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코로나19 대응 관련 연설을 하는 모습. © AFP=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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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달 31일로 잡은 아프가니스탄 철군 시한을 두고, 엄격 준수를 요구하는 탈레반과 자국민·현지인 대피를 위해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는 동맹국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영국 현지시간으로 24일 예정한 주요 7개국(G7) 화상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대피 시한 연장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의장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성명을 통해 "최우선 과제는 지난 20년간 우리를 도운 시민들과 아프간인들의 대피를 완료하는 것"이라며 이 같은 의지를 시사했다. 프랑스 외무부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초 이달 31일을 철군 완료 시점으로 설정했고, 이에 미군과 미·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병력, 영국군의 철수가 시한에 맞춰 진행돼왔다.
그러나 서방 군대의 철수가 90%가량 이뤄진 이달 초 탈레반이 진격을 강화, 결국 지난 15일 수도 카불 함락과 함께 아프간 정부가 항복하면서 미·유럽은 자국군 철수와 자국민 대피를 다 마치기도 전에 쫓기는 신세가 됐다.
바이든 정부는 이미 필요 시 주둔 시점을 연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2일 백악관에서 가진 대국민 연설에서 "필요하다면 철군 시한 연장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탈레반이 '철군 시한 연장'을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 이후 스카이뉴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영국 언론들을 통해 "남은 미군과 외국군은 바이든 정부가 정한 일정에 따라 철수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위반이 되고,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우리 지도부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23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탈레반들이 차량을 타고 카불 시내를 순찰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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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압박 속에서 안전한 철수를 보장받아야 하는 서방 군대의 상황은 다소 굴욕적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31일까지 원하는 모든 미국인을 대피시킬 시간이 있다고 믿는다"면서도 "현재 카불과 공항 상황에 대해 탈레반과 대화하고 있지만, 어떻게 될지는 대통령이 결정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바이든 대통령이 결정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미 결정권은 탈레반 측이 쥐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FT에 따르면 탈레반 지도부는 카불 공항을 통한 외국군의 대피를 9월까지 계속 허용할지를 두고 투표를 진행했다.
제임스 히피 영국 국방장관은 영국 L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카불의 새 체제와 대결하면 상당히 역효과를 낼 수 있고, 대피 임무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이 시한 연장을 원하더라도, 탈레반은 거절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G7 정상들은 이번 회의에서 탈레반이 세울 아프간 새 정부 인정과 원조 유지 및 제재 여부도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로서 유럽 국가들이 탈레반 체제를 합법 정부로 인정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며, 제재가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영국 정부 한 관계자는 "아직 외국군이 철수를 다 마치지 않은 상황에서 탈레반을 위협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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