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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유엔 “탈레반 민간인 즉결 처형 보고 받아… 감시기구 설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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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미첼 바첼레트(맨 왼쪽)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2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아프가니스탄 인권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유엔 인권이사회 특별회의에서 개막 연설을 하고 있다. 제네바=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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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인권최고대표가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민간인을 즉결 처형한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24일(현지시간) 밝혔다. 아프간 내 인권 상황을 면밀히 감시할 수 있는 전담기구 설립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이사회 최고대표는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이사회 특별회의에서 “민간인과 전투 능력을 잃은 아프간 정부군에 대한 즉결 처형, 여성의 자유로운 이동 및 학교 교육에 대한 제한, 소년병 모집, 평화로운 시위 및 반대 의견에 대한 억압 등과 관련한 신뢰할 만한 보고를 접수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엔인권)이사회가 이번 위기의 심각성에 상응하는 대담하고 강력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프간 인권 상황 진상 규명을 위한 감시기구를 설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제네바 주재 아프간 대표부 대사도 탈레반의 인권 유린을 규탄했다. 나시르 아마드 안디샤 대사는 “탈레반의 인권 존중 약속에도 강제 결혼과 언론인 협박, 가택 수색 등 인권 유린이 자행되고 있다. 현지 상황은 불확실하고 끔찍하다”면서 유엔의 개입을 촉구했다. 그는 이사회가 탈레반에 ‘인권 유린에는 결과가 따른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도 했다. 안디샤 대사는 기존 아프간 정부에서 낙점된 인물이다. 유엔은 본부 내 자격심사위원회를 통해 각국을 대표하는 대사를 직접 임명한다.

반면 탈레반에 우호적인 중국은 이날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을 겨냥해 ‘아프간 내에서 저지른 인권 침해 혐의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천쉬 주제네바 중국 대표부 대사는 “미국과 다른 나라들은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다른 주권 국가들에서 군사 개입을 감행하고 역사와 문화가 크게 다른 국가들에 자신들의 모델을 강요한다”며 “이러한 행위는 해당국에 큰 고통을 가져왔다”고 비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엔 인권이사회는 아프간 사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결의안 초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다만 파키스탄이 제출한 이 초안에는 탈레반이 직접 거론되지 않았으며,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제조사단 구성에 관한 내용도 없다고 통신은 전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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