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대책 무색… ‘인구 감소’ 가속
상반기 전국 출생아 13만6917명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소치 기록
2분기 합계출산율은 0.82명 그쳐
자연감소 8651명… 2020년 동기 2배
코로나 영향 결혼 연기·취소 속출
상반기 혼인건수 역대 최저치 추락
아기 울음소리 끊긴 신생아실 경기도의 한 산부인과 병원 신생아실의 아기 침대 대부분이 비어 있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67개월째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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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저출산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역대 최저 출생아 수 기록을 갈아치울 것이 확실시된다. 올 상반기 출생아 수는 1년 전보다 5000명 가까이 줄었다. 출생아보다 사망자 수가 더 많은 인구 자연감소 현상이 벌써 20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저출산 극복을 위한 정부의 대책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에도 40조원이 넘는 예산을 저출산 대책으로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25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인구동향’을 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전국 출생아 수는 13만6917명으로 1년 전보다 4941명(-3.5%) 감소했다. 이는 1981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소치다.
올해 출생아 상황은 모든 면에서 지난해 기록을 뛰어넘고 있다. 올해 2분기(4~6월) 출생아 수는 1년 전보다 1865명(-2.7%) 감소한 6만6398명으로, 2분기 기준 최소 기록을 갈아치웠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인 합계출산율은 2분기에 0.82명을 기록, 지난해 동기 대비 0.03명 감소했다. 이 역시 2분기 기준 역대 최저치다. 이로써 분기별 합계출산율은 2019년 2분기부터 9개 분기 연속으로 1명을 밑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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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별로 보면 25~29세 여성의 출산율이 1년 새 2.7명 감소했으며, 30~34세(-2.8명)와 24세 이하(-0.7명)도 출산율이 떨어졌다. 다만 35~39세 여성의 경우 출산율이 1년 전보다 1.4명 늘었고, 40세 이상(0.3명)에서도 소폭 증가했다.
시도별로 보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대구, 인천, 울산, 세종 등 13곳의 2분기 출산율이 작년 동기 대비 줄었다. 광주와 대전은 출산율이 늘었고, 서울과 부산은 작년과 유사한 수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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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로만 한정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6월 출생아 수는 2만1526명으로 1년 전보다 591명(-2.7%) 감소했다. 이로써 월별 출생아 수는 2015년 12월부터 67개월째 전년 동월 대비 감소를 기록했다.
반면 6월 사망자 수는 2만4391명으로 1년 전보다 738명(3.1%) 늘었다. 이에 따라 6월 인구 자연증가분(출생아-사망자)은 -2865명으로 집계됐다.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더 많은 인구 자연감소는 2019년 11월 이후 20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2분기 기준으로는 8651명 자연감소를 기록했으며, 감소폭은 작년 동기(4410명)의 2배 가까운 수준으로 늘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인구가 1만5690명 자연감소했다.
저출산 실태는 결혼 건수 감소와도 연관된다. 상반기 혼인 건수는 9만6265건으로 1년 전보다 1만3012건(-11.9%) 줄었다. 혼인 건수는 상반기 기준 역대 최저로 떨어졌고, 감소폭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분기 연령별 혼인율은 남자는 30대 초반에서, 여자는 20대 후반에서 가장 크게 감소했다. 일반적으로 결혼 적령기로 분류되는 연령대에서 가장 크게 줄어든 셈이다. 2분기 이혼 건수는 1년 전보다 735건(-2.7%) 감소한 2만6224건으로 집계됐다. 다만 혼인 지속기간이 20년 이상인 부부의 이혼은 1만1050건으로 8.4% 늘면서 2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김수영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2012년 이후 혼인은 계속 감소하는 추세로, 주로 혼인하는 연령층 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결혼이 연기되거나 취소된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저출산·결혼 기피 현상이 짙어지고 있지만 정부 대책은 사실상 아무런 효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저출산 대응 예산으로 올해에만 42조9000억원(국비 기준)을 편성했다. 2006년(1조원)과 비교하면 15년 새 저출산 대응 예산 규모는 43배가량 늘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올해 저출산 예산이라고 책정된 분야 중 상당 부분이 복지 지출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출산과 육아 등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정책 마련과 예산 투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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