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으로는 중국과 서쪽으로는 파키스탄-아프간과 맞서야
미국이 아프간 버린 것처럼 인도도 버릴 수 있다는 충격 받아
23일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탈레반들이 차량을 타고 카불 시내를 순찰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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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집권으로 외견상 가장 골치 아픈 나라는 미국일 터이다. 그러나 미국은 자국민의 철수만 완료하면 문제는 끝난다. 그러나 인근 인도는 그렇지 못하다. 국토를 다른 곳으로 옮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탈레반의 집권으로 가장 골치 아픈 나라는 미국이 아니라 인도일 것이라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최근 분석했다.
탈레반의 집권으로 인도는 대미관계는 물론 대중관계도 재설정해야 한다. 게다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파키스단의 대인도 도발도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파키스탄 바로 위에 위치한 아프간에 주둔하고 있던 미국이 철수했기 때문이다.
인도는 최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친미적 성향을 보였다. 미국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를 미국의 편으로 끌어들이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국무부가 지역명칭을 ‘아시아-태평양’이 아니라 ‘인도-태평양’으로 개명할 정도로 미국은 인도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군이 아프간에 주둔함으로써 테러세력이 인도에 침투하는 것을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을 했었다. 그런 미군이 철수해 버렸다. 안보 공백이 생긴 것이다.
인도는 미국을 믿고 중국과 국경분쟁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아프간에 탈레반 정권이 생김에 따라 중국과 협력해야 할 판이다. 인도는 여러 가지로 복잡해진 것이다.
일단 인도는 아프간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대사관과 영사관은 물론, 아프간에 투자한 30억 달러(3조5000억)도 포기해야 할 형편이다.
탈레반 정권은 인도에 위협이다. 이슬람 근본주의 정권과 힌두 정권은 공통점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아프간에서 탈레반 정권이 탄생함으로써 인도는 이슬람 국가에 두 겹으로 포위되는 형국이다. 인도의 바로 위에는 파키스탄, 그 위에는 아프간이 위치하고 있다.
아프간 위치도 - 구글 갈무리 |
이전에는 아프간의 미군과 인도가 파키스탄을 포위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반대가 됐다.
특히 파키스탄이 문제다. 파키스탄은 탈레반 정권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탈레반은 파키스탄의 군사원조로 빨리 세력을 확대할 수 있었고, 결국 정권까지 쟁취했다.
그런 상태에서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했다. 원래 불구대천의 원수인 인도와 파키스탄 관계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파키스탄의 대인도 도발은 더욱 대담해질 것이다.
거기다 미군의 철수로 생긴 안보 공백을 중국이 메우려 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의 관계는 최근 국경분쟁을 벌이는 등 최악이다.
인도 군인들을 실은 트럭이중국과 충돌이 발생한 레를 향해 이동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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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모한 싱 전 총리의 홍보수석이었던 산자야 바루는 “미군 철수로 인도가 테러 위협에 그대로 노출됐다”며 “이는 인도 안보에 큰 재앙”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과 인도의 관계가 재설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미국이 아프간을 버린 것처럼 인도도 버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인도는 더 이상 일방적 친미행보를 벌일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탈레반의 재집권은 인도에게 악몽이다. 미국이 아프간을 침공하기 두 해 전인 1999년 탈레반의 지원을 받는 반인도 테러세력은 인도의 민간 항공기를 납치했었다.
최근에는 탈레반이 파키스탄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반인도 테러 단체를 지원하고 있다. 이 테러단체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국경분쟁을 벌이고 있는 인도령 잠무 카슈미르에서 벌어지는 반인도 테러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은 미군 철수로 인한 안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아프간에 접근하고 있다. 중국은 아프간 사태에 직접 개입을 하지는 않더라도 영향력을 최대한 확대하려 할 것이다.
탈레반이 카불을 접수했음에도 대사관을 철수하지 않는 나라는 중국, 러시아, 파키스탄, 이란뿐이다.
인도는 동쪽 국경에서 중국과 국경분쟁을 벌여야 하고, 서쪽 국경에서는 파키스탄과 아프간 연합세력과 맞서 싸워야 한다. 인도는 양쪽으로 포위당한 것이다. 인도는 이제 히말라야 산맥 언저리에서 외톨이가 됐다.
무엇보다 인도에게 충격을 준 것은 미국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 것이냐다. 미국의 국익에 맞지 않으면 아프간을 버렸던 것처럼 인도도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도는 미국과 등거리를 유지하고 본래의 외교노선인 비동맹 외교를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 원래 인도는 대국이기 때문에 비동맹 외교가 외교정책의 기본이었다.
반둥회의 당시 인도 네루 총리와 저우언라이 중국 외교부장 - 구글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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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동맹 외교의 상징인 1955년 반둥회의 당시 회의의 좌장은 중국의 저우런라이 외교부장과 자와할랄 네루 인도 총리였다.
sino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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