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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이슈 세계 금리 흐름

360조 풀렸지만 빚투만 잔뜩… ‘기준금리 0.5%’ 15개월 만에 깨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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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금통위 결정에 촉각

0.5%로 인하 후 360조 풀렸지만

부동산·증시 유입 역동성 하락

실물경제 활성보다 빚투만 자극

韓銀도 “금융불균형 해소 역점”

코로나 경기 불확실성 최대변수

농협銀 등 신용대출도 한도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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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5개월 동안 이어진 ‘기준금리 0.5%’를 바꿀지 주목된다. 한은은 지난해 3월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내리고, 두 달 뒤인 5월에는 0.5%까지 인하한 바 있다. 이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가계부채가 폭등하고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이 부풀며 ‘금융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지속돼 왔다.

25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 시중에 풀린 돈은 M2(평잔, 계절조정) 기준 3411조7527억원에 달했다. M2는 현금성 자산을 의미하는데, 한은이 금리를 0.5%까지 낮춘 5월 이후 13개월 동안 360조6584억원 늘어났다.

시중에 풀린 돈은 크게 늘었지만 시중에 돌고 있는 돈은 줄고 있다. 시중에 돌고 있는 돈을 의미하는 통화승수(M2를 본원통화로 나눈 값)는 지난해 2월 15.57 수준이었는데, 3월(15.19), 4월(15.18), 5월(15.03) 하락을 거듭하더니 지난해 6월 14.88까지 떨어졌다. 올해 3월에는 역대 최저치인 14.17을 기록했고, 6월 통화승수는 14.22로 집계돼 5월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에 풀린 돈이 실물경제로 흘러가지 않아 경제 역동성이 하락하는 현상이 지난해 5월 이후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늘린 통화량이 부동산·주식 시장에 묶여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금이 충분히 경제에 돌아다니지 못하고, 실물경제 활동보다는 자산투자 같은 데 사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돈이 동네 골목골목을 돌아다니지 않고 땅 판 사람에게 들어가 있으면 역동성이 하락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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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중 가계신용이 1805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도 금리인상 필요성에 힘을 싣고 있다. 저금리로 돈을 빌려 부동산과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빚투’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금융권을 압박하며 대출절벽까지 현실화하는 상황이다. NH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이 부동산 관련 대출을 일시 중단한 데 이어, 일부 은행들은 신용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농협은행은 24일부터 개인 신용대출의 최고 한도를 1억원 이하, 연소득의 100%로 축소했고, 저축은행중앙회는 23일 회원사들에 전화해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제한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기준금리 인상 외에는 남은 카드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러한 금융불균형 문제는 이주열 한은 총재도 공감하고 있다. 이 총재는 7월 기준금리를 0.5%로 동결한 금통위 결정 후 “경기회복세, 물가오름세, 금융불균형 누적 등을 보며 통화정책 조정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금융불균형 해소에 가장 역점을 둬야 할 때라는 것에 대부분의 위원들이 뜻을 같이했다”며 “경제주체들이 차입에 의한 자산 투자를 늘리고 있는데, 금리를 정상화하면 경제주체들의 위험 추구 행위는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고도 말했다. 금융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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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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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금통위 회의록에 따르면 참석자 7명 중 이 총재를 제외한 5명이 금리인상의 필요성이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특히 현 금융위원장 후보자인 고승범 전 위원은 당시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소수 의견이 나온 뒤, 다음 회의에서 금리인상이 이뤄진 경우가 많다.

다만 변수는 코로나19 상황이다. 한은이 지금까지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이유도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 때문이었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로 4차 대유행이 진행되는 가운데 금리를 인상한다면 경제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동성 회수가 필요하긴 한데, 코로나19 상황을 보면서 인상 시기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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