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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중러정상 아프간대응 '의기투합'…서방과 다른길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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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만·남중국해 中입장 지지"…시진핑 "러 발전경로 지지"

연합뉴스

2019년 11월13일 브라질에서 만나 악수하는 시진핑-푸틴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미국과 전방위적으로 각을 세우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 정상이 25일 전화 협의를 갖고 아프가니스탄 대응에서 '의기투합'한 것은 향후 아프간 사태 전개에 일정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탈레반을 아프간 정권의 주체로 인정할지 여부, 다시 말해 여성인권 침해와 과격주의의 전력이 있는 탈레반이 꾸릴 아프간 새 정부를 지원하느냐, 제재하느냐를 놓고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은 아직 단일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아프간에서 자국민을 빼내는 시한 문제를 놓고도 주요 7개국(G7·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캐나다·이탈리아) 간에 의견일치를 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나란히 미국과 갈등 중인 중국, 러시아는 이번 정상 간 소통을 계기로 아프간 문제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관련 국제 논의를 주도하려 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중국 관영 CCTV 보도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에 대한 내정간섭 및 외세개입 반대, 테러세력 단절 촉구 등에서 뜻을 같이했다.

아프간의 내정에 관여하지 말자는 것은 결국 자신들도 아프간에 병력을 투입하는 등의 군사 개입을 하지 않을 테니 서방도 같은 스탠스를 취하라는 취지로 읽힌다.

'강대국의 무덤'으로 불리는 아프간의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거리를 두면서, 서방보다는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탈레반과의 관계를 활용해 점진적으로 중앙아시아에서 미국의 자리를 대체하려는 의중이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대 아프간 제재 반대에 대해 러시아가 공감했는지는 발표된 통화 내용만 봐서는 불확실하다.

다만 "양국이 아프간 문제에 대해 유사한 입장과 공통의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는 푸틴 대통령의 발언에 비춰 볼 때 모종의 공감대를 형성했을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그럴 경우 아프간의 미래를 둘러싼 서방과 중·러 양 진영의 논의가 복잡하게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아프간 문제 외에도 다양한 현안에서 뜻을 같이하며 '반미 밀월' 관계를 재확인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확고히 견지하고 대만, 홍콩, 신장(新疆), 남중국해 문제에서 핵심 이익을 수호하는 중국의 정당한 입장을 확고히 지지한다"며 "외세의 중국 내정 간섭과 코로나19 기원 규명의 정치화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말했다고 CCTV는 전했다.

또 시 주석은 "신발이 발에 맞는지는 신는 사람만이 안다"면서 "중국과 러시아에서 어떤 제도가 잘 작동하는지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 사람들이 가장 큰 발언권을 가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러시아는 새 시대의 전면적인 전략적 협력 파트너로서 반(反) 간섭 협력을 심화하고 자국의 미래와 운명을 자신의 손으로 확고히 통제해야 한다"며 "중국은 러시아가 자국 여건에 맞는 발전 경로를 취하는 것을 확고히 지지하고 국가 주권과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러시아의 조치를 확고히 지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달 말까지 아프간 철군'…시한 고수한 바이든
(워싱턴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이달 말까지 아프가니스탄 내 미국인과 아프간 조력자들을 대피시키고 미군을 완전히 철수한다는 기존 시한을 고수해야 한다는 국방부 권고를 수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의 화상 회의에서 이런 사실을 통보했다. 사진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2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아프간 사태에 대해 발언하는 모습. sungok@yna.co.kr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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