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5 (금)

이슈 세계 금리 흐름

한은 기준금리 0.5%→0.75%…초저금리 시대 막 내렸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초저금리 시대'도 막을 내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6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코로나19 확산 속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린 뒤 1년 3개월간 이어진 ‘동결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기준금리 인상만으로 따지면 2018년 11월(1.5%→1.75%) 이후 2년 9개월 만이다.

중앙일보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주열 한은 총재가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했지만 최근 코로나19의 거센 확산세로 인해 인상 시점에 대한 전망은 엇갈렸다. 실제 이날 금리 인상 결정에도 금리 동결 소수의견(주상영 위원)도 등장했다.

그럼에도 한은이 통화정책의 방향타를 튼 것은 누적된 금융불균형 때문이다. 초저금리 기조 속 시중에 넘치는 유동성이 부동산 등 자산시장 과열을 부추기고 있다. 최근의 집값 급등도 금리 인상 압력을 키웠다.

가계 빚 증가세는 걱정스러운 수준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계 빚은 사상 처음 1805조원을 돌파했다. 증가 규모나 속도도 거침없다. 최근 1년간 늘어난 가계 빚만 168조6000억원이다. 증가 폭으로도 사상 최대치다. 초저금리 기조를 등에 업은 가계가 지난해부터 대출을 늘리며 주식·부동산·암호화폐 등에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을 끌어모아 투자)’을 이어온 영향이다.

중앙일보

실질GDP 성장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백신 접종 확대 속 세계 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국내 경제가 올해 4% 성장률을 기대할 만큼 상황이 개선된 것도 한은이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었던 요인으로 꼽힌다. 물가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다. 한은은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 5월과 동일한 4.0%로 전망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로 전망해 기존 예상치보다 0.3%포인트 올려잡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르면 올해 말부터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면서, 향후 통화정책 결정을 둘러싼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필요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중앙일보

소비자물가 상승률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한은은 이날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국내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당분간 2%를 상회하는 오름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므로,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갈 것”이라며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시기는 코로나19의 전개 상황 및 성장·물가 흐름의 변화,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최근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시그널(신호)’을 시장에 끊임없이 보내왔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 6월 기자회견에서 “완화적 통화정책을 연내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 있게 정상화해 나가겠다”며 사실상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못 박았다. 지난달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고승범 위원)도 등장했다.

가파른 집값 상승세에 부담을 느껴온 정부도 금리 인상에 무게를 실어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28일 부동산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며 "금리가 오르면 주택 가격이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의 전망은 팽팽하게 엇갈렸다. 델타 변이로 인해 지난달부터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50일 넘게 1000명대에 머물면서 실물 경기 위축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 전문가 절반 이상이 이번 금통위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1∼17일 채권업계 종사자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100명 중 과반이 넘는 67명이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의결문 전문

□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재의 0.50%에서 0.75%로 상향 조정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하였다.

□ 세계경제는 주요국의 백신 접종 확대, 경제활동 제약 완화 등으로 회복세를 이어갔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으로 주요국 국채금리가 하락하였으며, 미 연준의 연내 테이퍼링 가능성 등으로 미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내고 신흥시장국 주가는 하락하였다.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코로나19의 재확산 정도와 백신 보급 상황,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및 파급효과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 국내경제는 양호한 회복세를 이어갔다.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으로 민간소비가 다소 둔화되었으나 수출이 호조를 지속하고 설비투자도 견조한 흐름을 나타내었다. 고용 상황은 취업자수 증가가 지속되는 등 개선세를 이어갔다. 앞으로 국내경제는 수출과 투자가 호조를 지속하는 가운데 민간소비가 백신접종 확대, 추경 집행 등으로 점차 개선되면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금년중 GDP성장률은 지난 5월에 전망한 대로 4%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 및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 지속, 서비스 가격 상승폭 확대 등으로 2%대 중반의 높은 수준을 이어갔으며,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은 1%대 초반을 나타내었다.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대 중반으로 높아졌다. 금년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 전망치(1.8%)를 상회하는 2%대 초반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이며, 근원인플레이션율은 1%대 초반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 금융시장에서는 국제금융시장 움직임, 국내 코로나19 재확산 등에 영향받아 주가가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상당폭 상승하였다. 국고채 금리는 장기물을 중심으로 하락하였다. 가계대출은 증가세가 확대되었으며, 주택가격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서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였다.

□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으나 국내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당분간 2%를 상회하는 오름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므로,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시기는 코로나19의 전개 상황 및 성장·물가 흐름의 변화,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