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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팩트체크] 한국, 난민 지위 인정 최하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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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사태 속 "세계적으로 난민 수용 거의 안 하는 나라" 주장 나와

난민인정률, G20 중 18위…2010년 이후 꾸준히 내림세

북한이탈주민은 난민 통계에 미반영…난민 발생지역과 먼 점도 고려해야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난민 수용을 호소하는 멕시코 시민단체 회원
[EPA=연합뉴스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미군 철수 뒤 정권을 잡은 탈레반을 피하려는 아프가니스탄 국민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면서 국내에서도 난민 수용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거워졌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난민 수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과 국가 정체성과 내국인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난민 유입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 진보 계열 정당인 청년정의당 강민진 대표는 24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 잘 살고 또 정치적으로도 안정된 나라가 됐는데, 세계적으로 난민 수용을 거의 안 하는 나라로 돼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1992년 '난민 지위에 관한 1951년 협약'(난민협약)에 가입해 인종과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 정치적 의견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박해받을 우려가 있는 외국인을 난민으로 인정해 수용한다.

나아가 2013년에는 난민법을 시행, 난민 지위 인정 절차를 정비하고, 처우와 권리를 법률로 구체화하는 등 난민 문제 해소를 위한 법적 체계도 마련했다.

하지만 강 대표를 비롯해 적극적인 난민 수용을 지지하는 이들은 한국의 난민 정책이 다른 나라에 비해 여전히 뒤처졌다고 지적한다.

[표] G20 국가별 2010∼2020년 난민 인정 현황 비교(자료출처=유엔난민기구)

난민 결정 건수(A)난민 지위 인정 건수(B)난민 인정률(%. B/A))
한국50218 655 1.3
미국1100523 279108 25.4
영국436974 125313 28.7
프랑스1290356 202206 15.7
독일3220268 791473 24.6
일본99032 287 0.3
이탈리아595569 47364 8.0
캐나다323251 149301 46.2
아르헨티나13044 1591 12.2
호주229276 61858 27.0
브라질81959 54885 67.0
사우디599 364 60.8
남아공1554969 64422 4.1
터키420545 131378 31.2
러시아503865 13619 2.7
중국3500 541 15.5
인도65392 34503 52.8
인도네시아41611 17587 42.3
멕시코83613 39084 46.7


◇ 난민인정률, G20 19개 국가 중 18위…2010년 이후 꾸준히 내림세

한국의 난민 지위 인정의 수준을 가늠하기 위해 주요 20개국(G20. 유럽연합을 제외한 19개국)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자료에 따르면 2010∼2020년 11년간 한국은 5만218건의 난민 지위 여부를 결정했다.

이 가운데 난민 지위를 인정한 사례는 655건(1.3%)으로, 난민인정률(결정 건수 대비 인정 비율)이 G20 소속 19개 국가 중 18번째로 최하위권이었다.

G20 가운데 난민인정률이 한국보다 낮은 국가는 최하위인 일본(0.3%)으로 같은 기간 9만9천32건 중 287건을 난민 지위로 인정했다.

반면 브라질의 난민인정률은 67.0%로 G20 중 가장 높았고. 이어 사우디아라비아가 난민 결정 건수가 599건으로 적었지만 364건을 인정해 60.8%를 기록했다.

이 기간 난민 지위 인정 건수가 가장 많았던 곳은 독일(79만1천여건)이었고 미국(27만9천여건), 프랑스(20만2천여건), 캐나다(14만9천여건), 터키(13만1천여건), 영국 12만5천여건)이 10만건이 넘었다.

한국(655건)은 일본(287건), 사우디(364건), 중국(541건)보다 많아 16번째였다.

2010∼2020년 한국의 난민인정률은 내림세였다.

2010년 13.2%였지만 이듬해 6.6%로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고, 2013년 4.3%, 2014년 3.2%, 2015년 1.1%에 이어 2016년에는 처음으로 1% 이하인 0.7%까지 떨어졌다.

2017년과 2018년 소폭 반등했지만 2019년 다시 0.3%로 떨어졌고, 2020년에는 0.4%였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관계자는 26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는 174개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난민수용 역량 및 기여도 지표'에서 139위였다"며 "낮은 난민인정률이 평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그래프] 우리나라 2010∼2020년 난민인정률 변화추이
(자료출처=유엔난민기구)



◇ 북한이탈주민은 난민 통계에 미반영…난민 주요 발생지역과 거리 멀어

통계상으로는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난민 인정에 소극적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다른 나라와 난민 정책을 비교할 때는 통계에는 반영되지 않은 한국의 특수성을 살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우선 우리나라는 사실상 난민의 지위를 가지는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을 난민협약과 상관없이 국내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난민협약에 따르면 난민은 외국인이거나 무국적자이어야 하는데, 북한이탈주민법에 따라 내국인 대우를 받는 북한이탈주민은 국내에서 난민으로 취급되지는 않는다.

즉 난민 지위를 획득하지 않더라도 북한이탈주민법에 따라 국내에 수용돼 난민 통계에서 제외된다.

통일부에 따르면 국내로 들어온 북한이탈주민 수는 2018∼2020년 3년간 2천413명이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에서 난민 지위가 인정된 외국인은 2018년 192명이다.

최근 3년간 해외 유입 난민보다 훨씬 많은 수의 북한이탈주민이 한국 사회에 편입된 셈이다.

더구나 전세계에서 유엔난민기구의 보호를 받는 북한 난민이 이 기간 2천249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은 북한이탈주민 수용이라는 방식으로 국제사회의 난민수용에 기여한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연합뉴스

탈레반을 피해 파키스탄 국경으로 도피한 아프가니스탄인
[AFP=연합뉴스자료사진]


법무부 출입·외국인정책본부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북한이탈주민은 우리나라에서는 난민 통계에 포함되지 않지만 외국에서는 난민으로 인정돼 통계에 포함한다"면서 "북한이탈주민을 난민 통계에서 뺀 한국의 난민인정률을 다른 나라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난민이 주로 발생하는 지역과 한국이 지리적으로 먼 점도 참작해봐야 한다.

세계적으로 난민은 내전이 발발한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을 비롯해 중남미에서 주로 발생한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출신 난민은 대부분 유럽으로 향하고 중남미발 난민의 목적지는 대부분 미국, 캐나다다.

G20 중 중국, 일본 등 한국과 같은 동아시아 지역에 있는 국가의 난민 지위 인정 건수가 적다는 점은 이런 설명을 뒷받침한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관계자는 "주로 난민이 발생하는 지역과 거리가 가까운 국가가 많은 수의 난민을 수용한다"면서 "난민인정률은 난민이 발생하는 지역과의 지리적 거리에 영향을 받는 지표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취업비자 등을 통해 입국한 외국인이 비자 만료를 앞두고 급하게 난민신청을 하는 사례가 많은 점도 낮은 난민인정률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법무부 출입·외국인정책본부 관계자는 "한국에 난민신청을 하는 대부분 외국인은 자국의 경제난을 피하려는 '경제적 난민'이 많다"라며 "즉 난민신청에 허수(虛數)가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난민 인정이 다른 나라에 비해 특별히 까다로운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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