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마다 돈 찾으러 수백명 몰려…실물 경제는 휘청
아프간 카불의 은행 앞에 줄 서 있는 시민. [AP=연합뉴스] |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지난 15일 수도 카불을 장악한 후 문을 닫았던 현지 은행이 다시 영업을 시작했지만, 현금 부족으로 혼란은 여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26일 알자지라, BBC방송 등에 따르면 전날 카불 등에서는 그간 닫혔던 은행이 다시 문을 열기 시작했다.
약 열흘 만에 은행이 문을 열자 은행마다 현금을 찾으려는 시민 수백 명으로 장사진을 이뤘다.
하지만 각 은행에는 현금이 넉넉하지 않아 큰 금액은 인출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은행은 아예 현금 인출 서비스를 중단한 상태다.
은행들은 애초 탈레반의 도시 장악에 대한 공포로 문을 닫았지만, 이후에는 현금 부족으로 정상 가동이 늦어졌다.
미국이 아프간 중앙은행 자산을 모두 동결해 탈레반의 접근을 막은 데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아프간에 예정된 특별인출권(SDR) 배정을 보류하고 다른 금융지원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아프간 중앙은행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국제결제은행(BIS), 세계은행(WB) 등에 총 90억 달러(약 10조5천억원)의 자산을 보유 중이었다.
깃발 꽂은 차량 타고 카불 시내 순찰하는 탈레반. [AFP=연합뉴스] |
거래 대부분이 현금으로 이뤄지는 아프간에서 현금이 씨가 마르자 실물 경제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카불의 한 은행에서 4시간을 기다렸지만, 은행 안으로 들어서지 못한 한 시민은 알자지라에 "은행에 2만 아프가니(약 27만원)가 있는데 이를 찾으려면 며칠 더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수없이 포위당했고 물과 음식 없이도 싸웠다"며 "하지만 지금은 정부가 항복하면서 현금에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덧붙였다.
관공서와 민간 사업장 등도 문을 닫으면서 사실상 실업 상태에 놓인 이도 급증했다.
탈레반은 최근 재무부가 공무원 월급을 지급할 것이라고 했지만 시민들은 이 약속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탈레반은 지난 23일 하지 모하마드 이드리스를 중앙은행 총재 권한 대행으로 임명하며 경제 혼란 수습에 나선 상태다. 달러의 해외 송금도 막았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성명에서 총재 권한 대행이 기관들을 조직하고 국민들이 직면한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밑바닥 경제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밀가루, 식용유 등 생필품 가격은 최대 50% 올랐다.
한 건설업체 재무 담당자로 일했던 바히르씨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현금을 볼 수 없다 보니 카불의 사업체들은 운영을 멈췄다"고 말했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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