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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지배구조 톺아보기] 국내 최초 증권사 중심 금융그룹 한국금융지주, 카뱅으로 ‘함박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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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금융지주(한국금융지주)는 국내에서 최초로 증권사(한국투자증권)가 중심이 된 금융지주사다. 동원그룹에서 금융지주로 분리된 지 20여년이 다 되간다.

특히 한국금융지주 계열사는 모두 투자매매·투자중개·집합투자·투자일임·신탁 부문에 진출해있기 때문에 국내 유일의 금융투자업 중심의 금융지주이기도 하다. 은행이 중심인 KB금융그룹이나 우리금융그룹, 신한금융지주와는 차별화된다.

최근에는 인터넷 은행 카카오뱅크에 투자해 유가증권 시장 상장까지 성공시키며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서의 입지도 굳게 다지고 있다. 25일 기준으로 한국금융지주 시가총액은 약 5조2440억원으로, 지난해 8월 말보다 약 48% 증가했다.

한국금융지주의 시작은 동원그룹이다. 동원그룹은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동원증권 등 그룹 내 금융계열사를 분리해 2003년 한국금융지주(당시 동원금융지주)를 설립하고, 2004년 동원그룹에서 분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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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2018년 9월 11일 고려대에서 개최한 채용 설명회에서 학생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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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간 경영권 분쟁을 원치 않았던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당시 회장)은 장남인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당시 동원증권 부사장)에게 금융계열사를 몰아주면서 금산분리 이슈까지 해소했다. 자연스레 차남인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은 식품 부문을 맡게 됐다.

1963년생인 김남구 회장은 40세에 동원그룹 금융계열사를 총괄하기 시작했다. 이후 중소형 증권사였던 동원증권은 국내 대표 증권 지주사인 한국금융지주로 거듭났다. 이를 두고 원양어선 말단 선원에서 동원그룹을 일궈낸 부친 김재철 명예회장과 닮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동원그룹이 성공적인 인수‧합병(M&A)으로 성장한 것처럼 한국금융지주도 한국투자신탁(한국투자증권의 전신)을 인수하며 커나갔다. 7~8위권이었던 동원증권은 2005년 한국투자증권을 인수하며 업계 4위로 올라섰다. 한국금융지주가 동원금융지주 이름을 버린 것도 이때다. 한국투자신탁을 품은 김남구 회장은 동원증권의 사명을 한국투자증권으로 바꾸고 동원금융지주는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됐다.

◇ 김남구 회장 1인 체제… 폐쇄적이라는 비판도

김남구 회장은 1987년 동원산업 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1991년 동원증권 대리로 입사했다. 이후 30년간 금융업계에 몸담으며 한국금융지주를 업계 최고로 키웠다는 평을 받는다. 김남구 회장은 2011년 한국금융지주 부회장으로 선임된 이후 지난해 3월, 9년 만에 회장으로 승진했다.

현재 한국금융지주는 사실상 김남구 회장(대표이사) 1인의 오너 경영체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남구 회장은 한국금융지주 지분 20.70%(소유주식수 1153만4636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김남구 회장 외엔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극히 적다. 한국금융지주가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한 자회사와 손자회사 등에 영향력을 미치는 구조로 돼 있다. 김남구 회장이 지배력을 굳건히 다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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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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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지주는 한국투자증권과 한국투자저축은행, 한국투자캐피탈, 한국투자파트너스 지분을 모두 100%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한국투자부동산신탁(59.9%), 한국카카오뱅크(4.99%) 등의 지분도 갖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아래에는 한국투자신탁운용(100%)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100%)이 있다. 두 운용사는 한국금융지주의 손자회사가 된다.

이렇게 김 회장이 한국금융지주를 통해 모든 자회사와 손자회사를 지배하는 체제를 비판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1인 체제의 폐쇄성에 대한 지적이다.

현재 김 회장은 한국금융지주 이사회 의장과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추천인을 동시에 맡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최근 금융지주사를 중심으로 불거진 ‘셀프 연임’ 논란과 이어진다. 국내 금융지주회사 중 지주사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는 곳도 한국금융지주가 유일하다.

이런 점 때문에 김남구 회장은 지난해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해외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연임 반대표를 받기도 했다. 물론 이들의 반대 의견은 통과되지 못했다.

◇ 지주 핵심 한국투자증권 ‘1조 클럽’ 가입 기대

한국금융지주의 핵심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은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지향하는 초대형 IB로, 올 상반기 기준 자기자본은 5조8831억원으로 집계됐다. 미래에셋증권(9조3897억원)과 NH투자증권(5조9145억원)에 이은 자기자본 3위다. 4조원 이상 자기자본 등 요건을 갖춰 초대형 IB가 되면 자기자본의 최대 2배 자금을 조달·운용하는 발행어음업에도 진출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금융당국으로부터 초대형 IB로 선정됐다. 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과 함께 초대형 IB가 됐지만, 당시 한국투자증권만 초대형 IB의 핵심사업인 어음발행 등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았다. 이 덕에 이듬해 경쟁사들이 단기금융업 인가를 얻기 전까지 발행어음 시장 선발 주자로서 자리 잡았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다른 증권사들도 뒤따라 발행어음사업에 진출했지만 2017년 홀로 한국투자증권이 인가를 받은 건 한국투자증권의 위상을 보여주는 예”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증권사 중 두 번째로 ‘영업이익 1조 클럽’에 가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상반기에만 지난해 전체 실적과 맞먹는 영업이익 7000억원 돌파라는 성과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이런 기록은 한국투자증권이 증권사로 전환한 2000년 이후 처음이다.

증시 호황을 맞아 기업금융, 브로커리지, 자산운용 등 주력 사업부 대부분에서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한 게 호실적으로 이어졌다. 지금까지 증권사 중에서는 미래에셋증권만 지난해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했는데, 한국투자증권도 미래에셋증권과 어깨를 나란히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투자증권은 브로커리지에 의존해 오던 기존 증권사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사업분야를 IB, 자기자본투자(PI), 자산관리(WM) 등으로 다변화했다. 증시 변동성이 커져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다만 한국투자증권도 사모펀드 사태를 피해가진 못했다. 한국투자증권에서 판매한 사모펀드 중 라임운용과 옵티머스운용 펀드를 포함해 디스커버리(US핀테크), 삼성Gen2, 팝펀딩(헤이스팅스), 팝펀딩(자비스), 피델리스무역금융, 헤이스팅스 문화콘텐츠, 헤이스팅스 코델리아, 미르신탁 등 10개 상품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펀드의 전체 판매액은 806계좌, 약 1584억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6월 투자자 피해가 발생한 사모펀드를 전액보상하기로 결정했다. 증권사가 먼저 나서 투자자에게 팔았던 금융상품을 전액 보상해주겠다고 한 건 파격적인 일이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지난 16일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금융소비자 보호와 고객 신뢰회복을 위해 부실 판매한 사모펀드 피해액을 전액보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100% 보상을 결정하면서 다른 판매사에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주주들로부터 배임 소송을 당할 위험이 있다’, ‘김남구 회장이 사모펀드 사태 수습 압박을 느껴 무리수를 둔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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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외벽에 카카오뱅크의 코스피 상장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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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카오뱅크 2대 주주… 지분법이익 수천억 예상

한국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에 초기 투자한 것으로도 잘 알려졌다. 한국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 2대 주주로, 한국금융지주와 손자회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보유한 카카오뱅크 지분은 31.77% 규모다. 최대주주인 카카오(31.78%)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금융지주는 카카오 기술 협력을 통해 금융서비스 플랫폼 확장에 계속 나서고 있다.

한국금융지주는 2015년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에 최대주주로 참여했다. 당시 김 회장은 인터넷전문은행 성장성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은행 자회사가 없었지만, 전 국민이 사용하는 카카오톡 플랫폼을 통해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2019년 11월 카카오에 카카오뱅크 최대주주 자리를 넘기고 2대 주주가 됐다. 카카오뱅크 지분을 50% 갖고 있던 한국금융지주는 카카오에 지분 16%를 팔고, 나머지 지분 중 29%는 손자회사인 한투밸류운용으로 옮겼다. 금융지주회사법 규정에 따라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 지분을 5% 이상 보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원래 이 지분을 최대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에 넘기는 구도를 구상했지만, 한국투자증권이 2017년 국민주택채권 판매과정에서 담합해 5000만원의 벌금형을 확정받은 게 문제가 됐다고 알려졌다. 특례법상 공정거래법을 어긴 곳은 원칙적으로 이후 5년간 인터넷은행의 한도 초과 주주가 될 수 없다.

비록 최대주주 자리는 내줬지만, 카카오뱅크가 지난 5일 상장하면서 한국금융지주도 같이 웃게 됐다. IPO 과정에서부터 카카오뱅크 흥행이 예상되면서 대주주인 한국금융지주의 처분 이익과 상장 이후 사업 시너지로 인해 시장의 기대를 받았다.

현재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카카오 지분은 26.97%로 알려졌다. 한국금융지주가 보유한 주식까지 합하면 지분은 31%대다. 한국금융지주가 가진 카카오뱅크 주식 수는 같으나 카카오뱅크의 총발행주식 수 변동으로 지난 6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 지분율은 0.02%p 내린 4.67%가 됐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한국금융지주의 지분법 처분이익은 5000억원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이홍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금융지주가 보유한 지분에 대해 지분법처분이익(영업외손익) 약 5000억원이 3분기에 인식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최근에는 한국금융지주와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 간 친인척 관계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고 후보자의 여동생의 남편이 김 회장으로, 둘은 매제 관계다.

이다비 기자(dab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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