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에 석유 팔아 달러 벌이…탈레반 자금원은 마약밀매 수익
미국의 대 이란·탈레반 제재 영향력 약화 우려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정파 탈레반. © 로이터=뉴스1 자료 사진 © News1 문영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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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이란이 이번주 대(對) 아프가니스탄 석유 수출을 재개했다고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직 미 관리·이란 무역상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탈레반은 수익성 좋은 마약 밀매 대금으로 석유 수입을 충당하고 있으며, 이는 서방 등 국제사회의 제재로 꽉 막힌 이란 경제에 호재다.
특히 이란과 탈레반 간 무역 관계는 양측을 제재로 압박하려는 미국의 전략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WSJ는 관측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5일 아프간 정부의 항복을 받아낸 뒤 새 체제 수립을 준비 중인 탈레반은 최근 이란과 석유 제품 무역 재개를 허용했다.
무역상들과 전직 미 관리들은 "이란과 아프간 간 하루 석유 교역액이 올해 초 수준인 약 500만 달러(약 58억 원)를 회복했다"고 말했다.
이란 석유·가스 및 석화제품 수출협회 하미드 호세이니 대변인은 "이란의 석유 판매 대금은 이란 국영 멜리은행의 아프간 지점에 달러화로 예치돼있다"고 말했다.
지점은 다시 환전소를 통해 이란으로 달러를 보내는데, 이는 전통적인 금융인프라 외부에서 작동해 국제 금융 제재를 회피한다. 멜리은행은 이라크 민병대에 송금 거래를 처리한 혐의로 2018년부터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다.
탈레반의 석유 구입 자금원은 마약 밀매 수익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따르면 마약 밀매로 인한 탈레반의 연간 총 수익은 16억 달러(약 1조 8728억 원)에 달하며, 이 중 4분의 1에 상당하는 과세 회피도 이뤄지고 있다.
아프간내 새 체제를 꾸리는 탈레반으로선 석유가 간절히 필요한 상황이지만 교역할 상대국이 부족하고, 이란은 국제사회 제재 속 달러 현금이 필요한 만큼 두 국가 간 무역은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워싱턴 싱크탱크 뉴아메리칸시큐리티의 레이첼 지엠바 연구수석은 "이 거래는 (탈레반 치하) 아프가니스탄에는 중요한 생명선인 동시에, 이란에는 달러 공급원"이라고 말했다.
이란 상공회의소의 마수드 다네쉬만드는 현지 일간지 엡테카르와의 인터뷰에서 "아프가니스탄 접경 지역의 무역은 대부분 현금 거래로 이뤄지고 있어 이란으로 더 많은 달러가 유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세이니 대변인에 따르면 탈레반은 이란 석유 제품에 대해 70%까지 관세를 인하해주고 있다.
이란과 탈레반 치하 아프간의 교역은 바이든 정부가 쥐고 있는 '제재와 압박' 카드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미국은 탈레반 득세 이후 아프간 정부 자금의 인출을 막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아프간 정부가 보유한 5억 달러 상당의 자금에 탈레반 접근을 차단하고 있으며, 세계은행(WB)도 탈레반 통치의 정당성 문제를 이유로 아프간내 진행 중인 수십 개 개발 사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
아울러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현재 자국군과 민간인, 조력자들의 안전한 대피를 위해 탈레반에 대한 별다른 제재를 발표하지 않고 있지만, 이후엔 강력한 제재 조치를 펼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 역시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 합의(JCPOA)' 탈퇴 이후 핵 개발 활동을 복원한 뒤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로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아프간과 국경을 맞댄 이란은 이전부터 아프간 정부를 지원하는 동시에 무장 반군 조직이던 탈레반과도 관계를 유지하며 상황을 관리해왔다.
다만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탈레반과 시아파가 집권 중인 이란은 결국 '물과 기름'의 관계일 수밖에 없다는 점은 위험 요인이다. 탈레반내 강경파나 탈레반과 가까운 테러조직 이슬람 국가(IS) 등에 있어 시아파는 '영원한 숙적'이자 척결 대상이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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