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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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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올려 돈줄 죄는데, 지원금에 캐시백?…통화·재정 '미스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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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의 약 88%가 1인당 25만원씩 받는 코로나 상생국민지원금(재난지원금) 지급이 추석 전에 시작된다. 상생소비지원금(신용카드 캐시백)은 10월 소비분부터 적용된다.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 인상을 단행한 상황에서 이같이 돈을 푸는 것은 정책 효과를 반감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소상공인 희망회복자금은 추석 전 90% 지급, 국민지원금은 추석 전 지급을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재난지원금의 구체적인 지급 일정은 이달 30일 확정 발표된다. 재난지원금은 기본적으로 가구소득 하위 80% 이하인 가구의 구성원이 대상이다. 단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에는 특례기준이 적용돼 전 국민의 약 88%가 받는다.

소상공인ㆍ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추석 전후 41조원의 신규 금융지원도 추진한다. 부가세ㆍ종합소득세 납부기한은 내년 1~2월로 연장하고 고용ㆍ산업재해ㆍ국민연금보험료와 전기ㆍ도시가스요금의 납부유예 등을 3개월 재연장하기로 했다. 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 등의 금융지원 대책은 9월 중 발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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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 '커트라인' 기준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기획재정부]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상생소비지원금(신용카드 캐시백)은 10월 소비분부터 적용될 수 있도록 사전준비 작업을 착실히 진행하겠다”며 “백신접종률에 따라 재개하려던 오프라인 소비쿠폰은 재개 시점을 방역상황을 고려해 추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신용카드 캐시백은 코로나19로 줄어든 내수 회복을 위해 소비 증가분의 일부를 캐시백으로 환급하는 정책이다. 2분기 월평균 카드 사용액보다 3% 이상 증가한 신용카드ㆍ체크카드 사용액의 10%를 환급해준다. 1인당 월별 10만원씩 최대한도는 20만원이다. 온라인쇼핑몰, 백화점, 대형마트 등에서 쓴 돈은 소비 실적에 반영되지 않는다. 배달앱을 통한 카드 사용은 실적으로 인정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날 한국은행이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간 ‘엇박자’ 논란이 확대하고 있다.

한은은 기준 금리를 올린 것은 시중에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돈)을 거둬들이겠다고 ‘긴축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 정책도 이를 거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주택담보대출까지 틀어막거나 규모를 줄이도록 금융권을 압박하고 있다. 자산시장에 자금이 쏠려 부동산이 폭등하고, 이에 따른 이른바 ‘영끌’로 가계부채까지 급증하자 ‘돈줄 죄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반면 재정당국은 반대로 확장 기조를 이어가겠다며 ‘마이웨이’다. 코로나 4차 재확산에 따른 피해가 심각한 상황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경기 회복을 지지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여기에 내년 예산을 604조원으로 편성하며 추가 ‘실탄’까지 확보했다. 이는 대규모 추경까지 반영한 올해 예산 규모 604조7000억원을 웃도는 수치로, 올해 본예산(558조원)과 비교하면 50조원 가량 불어난 ‘초(超)슈퍼예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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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예산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처럼 재정과 통화정책이 서로 상반된 기조를 띠면서 일각에서는 정책 ‘미스매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앙은행의 유동성 회수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재정을 풀어 시행하는 각종 지원금이나 신용카드 캐시백 정책의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를 올리긴 해야 하는데 이로 인한 경기 위축이 걱정되니 한쪽에선 재난지원금 같은 재정 확대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준금리 0.25%포인트 올린 것으론 대출 수요가 줄어들지 않을 가능성이 큰데 이 같은 상황에서 추가 금리를 어느 정도 더 올려야 하는지 적정선을 잡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취약계층 지원과 금융 불균형 해소라는 각자의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초 단독 회동을 갖고 “부문별 불균등한 회복과 양극화, 금융 불균형 등 리스크가 잠재한 상황에서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간의 정교한 조화와 역할 분담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함께했다.

세종=손해용·정진호·임성빈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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