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봉지처럼 시신 날아가", "다섯살짜리 내 품안에서 죽어"
26일 카불공항서 발생한 폭탄테러 생존자들 |
(자카르타·서울=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이재영 기자 = "지구 최후의 날 같았다."
아프가니스탄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외곽에서 26일(현지시간) 벌어진 폭탄테러 목격자들은 이 같은 말로 참상을 전했다.
영국군 통역사로 일했던 한 남성은 가디언에 "사방에 부상자가 널려있었다"면서 '최후의 날'(Doomsday)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탈출을 희망하며 배우자와 3개월 된 딸을 데리고 공항 근처에 머물다가 이번 테러를 목격했다.
다른 남성은 로이터통신에 "폭발이 일어난 순간 내 고막이 터져나가고 청력을 잃은 줄 알았다"며 "토네이도에 비닐봉지가 휩쓸리는 것처럼 시체와 신체 조각들이 공중을 날아다녔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특별이민비자(SIV) 보유자로 공항 진입을 위해 이번에 폭탄테러가 발생한 장소 중 하나인 공항 주요 출입구인 애비 게이트에서 10시간을 대기하고 있다가 참사에 휩쓸리게 됐다.
카불공항 테러로 쓰러진 부상자들 |
폭발이 발생한 곳에서 불과 1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던 한 남성은 뉴욕타임스(NYT)에 "(폭발이 일면서) 우리는 땅바닥에 쓰러졌고 외국 군인들이 총을 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폭탄테러가 벌어졌을 당시 "사람들이 밀집해 있으며 서로 밀치는 상황이었다"면서 "폭발이 일었을 때 나도 사람들 가운데 갇혀있었다"고 덧붙였다.
폭스뉴스와 인터뷰한 한 아프간인 생존자는 "바닥에 여자아이가 쓰러져있는 걸 보고 안아서 병원으로 데려갔지만, 내 품 안에서 죽었다"며 "내 딸은 아니지만, 아이는 다섯 살밖에 안 됐다"고 충격적 상황을 증언했다.
카불 시내 병원으로 이송된 테러 부상자들 |
'밀라드'라는 이름의 목격자는 공항에서 나오는 하수가 흐르는 배수로에 "사람과 시신이 쏟아졌다"며 "완전히 공황 상태였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SNS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면, 이미 목숨을 잃은 이들의 시신이 물속에 잠겨있고, 일부는 피를 흘리며 주변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듯 앉아 있다.
익명의 목격자는 "사람들이 산채로 불에 탔고, 숨도 쉴 수 없었다"고 워싱턴포스트에 전했다.
또 다른 아프간 남성 2명도 "시신이 도처에 널려있었다. 피투성이가 돼 담요에 덮인 여성도 봤다"고 끔찍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SNS에는 부상자들이 급히 병원으로 이송되는 모습이 올라왔다. 구급차가 모자라 손수레에 싣고 가는 모습도 보였다.
카불 시내 병원은 테러 부상자들로 넘쳐나고 있다.
카불 한 병원 직원은 "실려 온 환자들의 상태가 심각하다. 많은 이들이 공포에 질려있고, 멍한 상태로 말도 할 수 없었다"며 "이 정도 상황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2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외곽에서 발생한 폭탄테러로 다친 사람들이 병상에 누워있다. [AP=연합뉴스] |
26일 서방국이 대피작전을 진행하는 카불 공항에서 연쇄폭탄테러가 발생해 수백 명이 사상자가 발생했다.
미군 13명을 포함해 100여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다친 것으로 추정된다.
테러 주체로 이슬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간 지부를 자처하는 IS-K (이슬람국가 호라산)가 지목됐으며 IS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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