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 위치한 병원 도착한 공항 인근 폭탄 테러 부상자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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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쯤 카불 국제공항의 남동쪽 애비 게이트와 250m 정도 떨어진 배런 호텔에서 두 차례 자살폭탄 테러와 무장 괴한들의 총기 난사가 이어졌다. 이 공격으로 이곳에 대피해 있던 아프간인 최소 60명이 사망하고 143명이 다쳤다. 첫 공격이 발생한 에비 게이트는 카불 국제공항에 들어가기 전 검문소다. 뒤이어 테러가 발생한 배런 호텔은 대피자들이 집결해 묵던 대기 장소였다.
빌 어번 미군 중부사령부 대변인은 이번 연쇄 테러로 미군 13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부상해 미 공군기로 후송됐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테러로 미군 13명, 아프간인 90명 등 최소 103명이 사망했고 부상자도 수백명을 헤아린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한 직후 열린 백악관 대국민 연설에서 “우리는 그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잊지 않을 것이며, 추적해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보복을 천명했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동안 검정색 브리핑 뭉치를 손에 꼭 쥐고 있었다”며 “마지막 질문을 받을 때는 눈물을 참는 듯 얼굴이 상기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26일(현지시간) 카불공항 테러와 관련해 기자 질문을 듣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
세계 정상들의 비판 성명도 잇따르고 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트위터를 통해 “비겁하고 비인간적인 공격이다. 공항에서 사람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도 “우리는 모든 피해자,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애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안전과 자유를 바라며 아프간을 떠나려는 사람들을 표적으로 삼았다”며 “매우 긴박한 상황에서 저지른 완벽하게 흉악한 공격”이라고 맹비난을 했다.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는 “긴급회의를 소집했다”며 “야만적인 공격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대피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교통부는 수송기들이 아프간 영공 2만5000피트 아래로는 비행하지 말 것을 권고한 상황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성명을 통해 “아프간 주재 프랑스 대사도 현지에서 대피해 파리에서 근무할 예정”이라며 “희생자 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이날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던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도 일정을 연기하고 “카불에서 희생된 미국인들에게 애도를 표한다”며 “미국이 그랬듯 이스라엘은 이번 힘겨운 시기에 미국과 함께 서겠다”고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아프간 인접 국가인 파키스탄과 인도, 터키 등도 외교부 성명을 통해 강한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이에 아프간의 현지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탈레반도 책임을 미국에 돌리면서도 용어 선택에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수석대변인은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과 인터뷰에서 “공항 인접 지역 치안책임은 미국인들에게 있고 우린 그곳에 없었다”며 “불행히도 공항은 탈레반 통제범위에서 벗어났다”고 말했다.
탈레반 정치국 대변인 수하일 샤힌. [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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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미군이 치안을 책임지고 있는 지역에서 발생한 카불 공항 민간인 폭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테러 세력에 대한 비판에 동참했다.
이번 자살폭탄 테러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IS의 분파 ISIS-K(호라산)의 소행으로 알려졌다. IS도 선전 매체인 아마크 통신을 통해 자신들이 이번 공격의 주체라고 주장한 상황이다.
이날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현장 사령관들에 따르면 탈레반과 IS가 공모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ISIS-K와 탈레반은 같은 수니파 단체지만, ISIS-K는 미국 정부 등과 대화를 시도하는 탈레반을 배교자라 지칭하며 반목해왔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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