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부터 전남대 학생일 될 예정이었던 아프가니스탄의 K씨의 사진. 현지 사정이 악화함에 따라 신변 보호를 위해 모자이크 처리했다. [K씨 본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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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님, 살려주세요.”
올해 22세 아프가니스탄 여성 K씨가 27일 중앙일보에 전해온 영상 메시지는 이렇게 끝난다. K씨는 한국 정부의 국가장학금을 받고 식품 및 바이오 테크놀로지 석사학위를 취득할 계획이었다. 원래대로라면 다음주 수요일인 9월1일 전남대 어학원에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지금 그는 아프간 카불에 발이 묶여있다. 한국 정부가 작전명 ‘미라클’로 한국 정부에 협력한 아프간인들을 구출했으나 K씨는 그 기적에서 제외됐다.
K씨가 직접 촬영해서 전송해온 영상 메시지 전문은 이렇다.
“문재인 대통령님, 카불에 있는 저와 다른 60명의 아프간인을 도와주세요. (한국어로) 문재인 대통령님, 도와주세요. 제 이름은 OOO OO입니다. 저는 9월1일부터 전남대에서 한국어를 공부한 뒤, 경북대에서 식품 바이오테크학과 대학원에 다닐 예정이었습니다. 이곳엔 지금 한국 정부를 위해 일했으나 직접 계약이 되지 않아 구출되지 않은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한국 정부의 말을 믿고 기다리다가 도망갈 시간도 놓쳤어요. 우린 너무 무섭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한국어로) 문재인 대통령님, 살려주세요.”
이밖에도 한국 정부에 직접 고용되지는 않았으나 한국 정부를 위해 일했던 이들 역시 최소 60여명 남아있다고 K씨는 전했다. 그런 이 중 한 명이 H(36)씨다. 그 역시 중앙일보에 보내온 메시지에서 “한국 정부의 도움으로 탈출한 아프간인들을 생각하면 참 기쁘지만 내 처지를 생각하면 그렇지 못하다”며 “한국과 아프간의 국기가 모두 걸린 환경에서 12년 간 일했지만 지금 생명이 위태롭고 무섭다”고 말했다.
H씨는 한국직업훈련원에서 일했지만 한국 정부에 직고용된 형태는 아니었다. 아프간 정부와 계약이 된 형태로 한국 정부 측의 일을 했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그는 “우리가 아프간의 대표처럼 보일 것이라는 생각에 정말 열심히 일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미라클’ 작전에 포함될 수 있길 희망하며 카불 현지 한국 대사관과 코이카(KOICA) 등에 문의했지만 “검토해보겠다”는 회신만 믿고 기다렸다고 한다. 그러다 한국행 비행기도 못탔을뿐더러 다른 탈출로도 막혔다. 그는 “어제 우리 훈련원 근처로 탈레반이 왔고, 옥신각신하다 탈레반이 경비원의 발을 쐈다”며 “탈레반은 나처럼, 외국 정부 관련 일을 했던 사람들을 다 뒤져서 잡겠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탈레반은 (퇴각하던) 2001년에서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며 “무섭다”고 전했다.
H씨가 보내온 증명서. 한국산업인력공단과 코이카 측에서 발급했다. 신변보호를 위해 이름은 가렸지만 구출하고자 한다면 한국 측에 등록된 번호로 확인가능하다. [H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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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씨처럼 한국 전문가가 되기 위해 꿈을 키워왔고, H씨처럼 한국과 아프간의 협력 현장에서 일해온 사람들은 아직도 아프간에 많이 남아있다. 현재 항공기로 이들을 추가 구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방법은 없지 않다. 이들을 돕는 한국인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육로를 통해 이들을 우선 이웃국가로 탈출시키고, 여기에서 (한국행 항공편이 더 많은) 인도로 이동시킨 뒤 인도에서 한국으로 데려오는 방법이 있다”며 “독일 등 유럽연합(EU) 국가뿐 아니라, 말레이시아며 인도네시아와 같은 국가들도 이미 이 방식으로 아프간 인들을 구출하고 있다,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K씨와 H씨가 이런 메시지를 전하는 데는 목숨을 건 용기가 필요했다. 신원과 소재지가 노출될 경우 탈레반의 표적이 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이들은 “한국의 도움이 더욱 절실하다”며 용기를 냈다고 했다. 이들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는 이랬다.
“꼭 살아서 만납시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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