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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먹튀 논란' 머지포인트

[issue Inside] 판매사·제휴사·금감원 “우린 책임 없다” 머지포인트 사태 키운 모럴해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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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만원짜리 상품권을 15만7900원에 구매할 수 있다면?’

사용처만 다양하다면 누구나 혹할 만한 거래다. 20% 할인에 카드할인까지 받으면 무려 4만2100원을 아낄 수 있다. 21%의 할인을 받는 스마트한 소비를 즐길 수 있는 셈이니 말이다. 2019년 설립된 머지포인트는 이러한 할인을 미끼로 100만 명의 고객을 유치했다. 문제는 사용자가 할인받은 만큼 누군가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용자가 할인받은 4만2100원은 운영사의 비용이 된다. 머지포인트가 발행한 상품권 규모는 1000억원을 넘어섰다. 자본금 30억원의 스타트업이 1000억원의 상품권을 발행할 수 있었던 비결은 돌려막기다. 구매자가 늘어나 상품권을 구매하면 그 돈을 통해 이전비용을 충당하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물론 머지포인트를 구매한 사용자들조차 반신반의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회사가 사라지기 전에 열심히 쓰자”는 내용의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올 정도로 높은 할인율에 의구심을 가진 사람들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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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빵한 제휴사 믿었는데”… 알고보니 묻지마 제휴

이러한 의구심은 현실이 됐다. 머지포인트의 추락은 지난 8월 11일 축소 운영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금융당국은 머지포인트가 선불 기능으로 보이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르면 두 개 이상 업종에서 결제수단을 제공하려면 반드시 금융당국에 등록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았던 머지포인트는 당분간 ‘음식업종’으로만 기능을 제한한다고 공시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사용자들은 머지포인트 본사로 몰려갔다. 현장에서 환불을 요구하며 빠져나가려는 직원을 붙잡아두는 소동도 일어났다.

머지포인트가 지속적인 가입자 유치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대형 제휴사에 대한 신뢰가 큰 역할을 했다. 머지포인트는 티몬·지마켓·11번가·위메프 등 대형 오픈마켓에서 판매했다. 토스, NH페이코, 하나멤버스 등과도 협업해 연간권을 선보이기도 했다. 미리 목돈으로 연간권을 구매하면 상시 할인과 함께 12개월 동안 포인트로 선결제 금액을 나눠 받는 서비스다.

하나멤버스와는 머지포인트 연간권을 18만원에 판매하며 구매한 이들에게 하나머니 5만원을 지급하는 한편, 매달 하나머니 1만5000원을 캐시백해준다고 약속했다. 금융사 간 멤버십 고객 확보를 두고 경쟁이 치열해지자 파격적인 할인으로 입소문이 난 머지포인트와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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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포인트가 지난 8월 11일 사용처 축소를 공지하자 고객들이 찾아가 환불을 요구하는 일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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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KB국민카드는 지난 6월 머지플러스와 협약(MOU)을 체결, 아예 올 하반기 머지포인트 이용 혜택에 집중한 특화카드(PLCC·상업자 표시 신용카드)를 출시할 예정이었다. 특화카드란 카드사 이름 대신 제휴사의 이름으로 내놓는 카드를 말한다. 제휴사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으로, 제휴사가 카드 상품 기획부터 전반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담하는 게 특징이다.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피해자들은 또 머지플러스와 연계 이벤트를 펼친 금융사나 판매를 중개한 이커머스 업체도 소송 대상에 넣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 업체는 단순 중개 역할만 했다거나, 마케팅 계약 제휴를 하지 않았다거나, 판매 당시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었다는 이유 등을 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머지포인트를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고 고객 유입 효과를 누렸지만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 한 대형 카드사 관계자는 “금융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검증 문제에는 관심을 덜 가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한 업체에서 시작하면 라이벌 업체들도 우후죽순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법외 영역’ 모르쇠 고수하던 금감원

사태 커지니 뒤늦게 “책임 통감”


국내 전반적인 금융업무를 관리·감독하고 소비자를 보호해야 할 금융당국에 대한 비판 여론도 커지고 있다. 사태 초기 금감원은 머지포인트가 전자금융업자 미등록 업체라고 관리·감독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피해자들의 규모와 반발이 거세지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대규모 환불 사태로 논란을 빚은 모바일 결제 플랫폼 머지포인트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등록 업체라 법적 권한이 없다’고 입장을 밝힌 금융감독원에 대해 “법적 등록 업체가 아니어서 책임이나 의무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금감원이 존재하는 목적은 소비자의 피해를 예방하는 건데, 등록 업체가 아니라서 모른다고 하면 국민들이 정부를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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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국 국민의힘 의원도 “누적 발행액 1000억원 상당의 유사 선불지급결제업자를 금융당국이 인지조차 못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며 “옵티머스, 라임 등 사기 사모펀드 사태뿐 아니라 암호화폐 대란에 이어 머지라는 금융사고까지 금융당국의 무능을 보며 국민들이 한탄하고 있다. 심지어는 존재 회의론까지 나온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금융당국은 태도를 바꾸었다. 지난 8월 20일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머지포인트 환불 사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머지포인트 이용자와 가맹점의 재산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근에 한 매체는 머지포인트가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전자금융업자 등록을 위해 준비했고, 이후 수차례 금융감독원과 만나 이를 위한 시스템 보완지시 등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어 진실공방도 벌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이미 머지포인트 사태를 알고도 소비자 피해를 방치했다는 의혹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다양한 금융사와 제휴를 맺고 활발하게 마케팅을 펼친 머지포인트의 존재를 몰랐을 리 만무하다”라며 “사태가 커진 이후 선불결제 업체들에 대한 모니터링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2호 (2021년 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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