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7일 국회의장실에서 회동을 마친 뒤 이동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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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언론단체의 반대에도 귀를 막고 언론규제법을 밀어붙이고 있는 여당이 이번에는 느닷없이 2009년 당시 이명박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했던 신문법 개정을 문제 삼고 나섰다. 이명박정부가 종합편성채널 허용 등을 통해 언론에 재갈을 물렸다며 오히려 자신들이 추진하는 언론중재법은 언론 자유를 복구하기 위해서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종편 허용과 언론 자유의 훼손은 전혀 다른 사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더불어민주당은 원내지도부, 당 미디어특별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연석회의를 열고 언론중재법 처리 의지를 재확인했다. 한준호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회의 후 "8월 내 통과라는 원내대표단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09년 (이명박)정부에서 언론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압박하고 훼손했던 부분들이 있었다"며 "언론중재법은 이런 부분을 복구하는 과정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한 원내대변인은 "(구체적으로) 2009년 메이저 신문사의 종편 허용, 편집위원회 설치 의무 조항 삭제, 언론의 자유 보장과 관련된 조항 삭제 등을 가지고 저희가 미디어법 파업을 했다"며 "(당시) 여당이 강행한 미디어법이 '언론재갈'이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종편 허용이 언론 자유를 훼손했다는 근거로 "언론의 독과점을 허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종편 허용과 언론 자유 훼손은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종편 허용을 통해 지상파만이 뉴스 보도를 독과점하던 상황이 완화됐다는 것이다.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지상파와 YTN 등 4곳이 뉴스를 독점하던 환경이 종편 허용을 통해 8곳으로 늘어났다"며 "오히려 독점을 완화시킨 것이다. 그런 주장은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황 교수는 "그렇다면 현 정부에서 종편을 모두 막으면 독과점을 풀어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기성 언론의 힘 자체가 약화되면서 이미 독과점 문제가 사라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종민 경희대 미디어학과 교수는 "언론 자유의 문제라기보다는 언론 소유 구조의 과점 문제로 다른 차원의 이야기"라며 "2015년 이후부터 유튜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으로 종편 방송의 힘이 약해지면서 독과점이란 비판마저 수그러들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종편 허용이 언론 자유의 훼손이라는 주장은 보편적 관점이 아닌 정무적 관점에서의 판단이 아닐까"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보수 언론이 많아진 점은 동의하지만 전체 파이 안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영향력은 줄었다"고 덧붙였다.
한 원내대변인은 이명박정부가 신문사의 편집위원회 의무 설치 조항을 삭제하는 방향으로 신문법을 개정해 언론 자유를 훼손했다고도 주장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편집위 설치를 의무화한 조항은 신문법에서도, 신문법의 전신 역할을 했던 정기간행물법에서도 존재한 적이 없다. 신문사 편집위 설치 의무화가 언론 자유를 복구하는 일이라는 주장 역시 언론계에서는 정반대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편집의 자유를 해치는 행위라는 이유에서다.
한편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강행에 대해 청와대마저도 우려 의견을 전달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나온 가운데 당 지도부에선 "대통령이 주문할 사안이 아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최고위원인 김영배 의원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청와대가 언론중재법에 대해 드라이브를 걸거나 추진했던 법안이 아니다"고 선을 그으면서 "이 부분은 청와대가 이래라 저래라 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국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결정될 사안"이라며 종전 입장을 재확인했다.
[임성현 기자 / 이석희 기자 / 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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