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보다 서너 배 늘어"…파키스탄은 난민 수용에 거부감
파키스탄 군인이 아프가니스탄으로 연결되는 차만 지역 국경 검문소 출입구를 통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수도 카불의 국제공항을 통한 '하늘길 탈출'이 막혀가자 현지인들이 파키스탄 국경으로 몰려가고 있다.
파키스탄과의 국경은 동부에 있는 카불, 남동부에 자리 잡은 '아프간 제2의 도시' 칸다하르와 지리적으로 가깝다. 파키스탄에는 과거 수십년 동안 약 300만명(유엔 공식집계는 145만명)의 아프간 난민이 넘어가 사는 것으로 추산된다.
28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과 돈(DAWN) 등 파키스탄 언론에 따르면 탈레반의 폭압 통치를 피하려는 아프간인들이 최근 파키스탄 국경검문소로 몰려들고 있다.
파키스탄이 아프간 국경에 설치한 주요 검문소는 북부 토르캄과 남서부 차만 등이다.
지난 15일 탈레반의 카불 장악 후 토르캄 검문소 등이 폐쇄된 상태라 현재 양국 국경 간 주요 통로는 사실상 차만 검문소만 남은 상태다.
이에 아프간인들은 남동부 도시 스핀 볼다크를 거쳐 차만으로 향하고 있다.
NYT는 파키스탄 당국 관계자와 현지 촌장 등을 인용해 평소 하루 4천∼8천명이 차만 검문소를 통과했는데 탈레반의 카불 점령 후 이 수가 3배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카불 북부의 파르완주에서 가족과 함께 이동, 차만 검문소를 통과한 알리는 "불확실성과 실업 때문에 나라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당국은 아프간 난민이 몰려드는 상황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임란 칸 총리는 지난달 말 "파키스탄은 이미 300만 명의 아프간 난민을 받아들였다"며 "우리 경제가 추가 유입 난민을 받아들일 만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국 관계자도 현재 "파키스탄 국민, 치료가 필요하거나 난민 관련 권리를 증명할 수 있는 아프간인만 수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군인이 아프가니스탄으로 연결되는 차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 철책에서 경계 근무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
양국 국경은 지난 수십년 동안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과 파키스탄에 흩어져 사는 파슈툰족은 그간 제집 드나들 듯 국경을 오갔다. 아프간과 파키스탄에 사는 파슈툰족의 수는 각각 1천500만명과 4천300만명으로 추산된다.
특히 파슈툰족은 탈레반의 세력 기반이기도 하다.
파키스탄에 사는 파슈툰족은 마드라사(이슬람 학교)에서 양성한 '학생'을 탈레반 전사로 꾸준히 지원해왔다. 아프간 내 탈레반 조직원 상당수는 파키스탄에 가족을 둔 채 전투에 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파키스탄은 양국 국경에 철제 펜스를 설치하고 있다. 이 작업은 현재 90% 이상 마무리된 상태다.
이중으로 구성된 이 펜스는 4m 높이로 윤형 철조망과 감시카메라 등이 설치됐다. 민간인이 뚫고 지나가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파키스탄 군 홍보기관 ISPR을 이끄는 바바르 이프티카르 소장은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파키스탄의 정치·군사 지도자들은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같은 상황을 예상했다며 "불안정 상황이 파키스탄으로 쏟아져 들어오지 않도록 계속 막고 있다"고 말했다고 돈은 전했다.
그는 "국경 지대 상황은 정상적이며 통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은 이달 31일인 아프간 철군 시한을 고수하며 자국민과 아프간 협력인의 대피 작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미군이 완전히 철수하고 나면 다음 달부터는 아프간인의 공항 탈출길은 사실상 막힐 가능성이 큰 상태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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