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라덴은 죽었지만 IS 조직 커지고 성전주의 테러 확대
美 우선순위, 中 견제로 변경…극우세력 테러도 부상
26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발생한 테러로 숨진 미국 군인들의 추모식이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엄수되고 있다. © AFP=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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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미국이 지난 20년간 벌인 '테러와의 전쟁'이 완전한 실패로 돌아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2001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했을 당시보다 이슬람 성전주의자들이 더 많아졌고, 전 세계적으로 더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29일(현지시간) AFP통신은 전문가들을 인용, 미국이 주도한 아프가니스탄의 침공은 탈레반을 무너뜨리고 알카에다의 역량을 약화했으나 근본적으로 이슬람 극단주의의 원인을 근절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성전주의를 연구하는 압둘 사예드 스웨덴 룬드대학 연구원은 "미국이 오사마 빈 라덴을 살해했지만 초국가적인 성전주의를 종식시키는 게 목표였다면 완전히 실패했다"고 말했다.
지난 20년간 미국은 아프간에서 탈레반과 싸우며 2448명의 군인들을 잃었고, 2조 달러(2340조원) 이상의 비용을 투입했다. 그런데도 오늘날 성전주의자들의 테러는 더욱 심각하고 폭넓은 위협으로 변모했다는 지적이다.
◇지하디스트는 오히려 늘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서방 세계는 그만큼 대규모 공격은 경험하지 못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것을 근거로 테러와의 전쟁이 성공했다는 주장을 펼쳐선 안 된다고 말한다.
아사프 모가담 이스라엘 국제 대테러연구소(ICT) 선임연구원은 "테러와의 전쟁은 그 목적 자체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테러리즘은 종식될 수 없고, 그 위협은 끊임없이 진화한다"고 말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2018년 기준 활동 중인 테러 단체가 67개로 1980년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했다. 테러 단체의 전투원 수는 10만명에서 23만명 사이로 2001년 추정치보다 270% 늘었다.
활동 범위 또한 넓어졌다. 이들은 과거 중동 지역에만 존재했으나 지금은 아프리카와 아랍 세계 대부분에 퍼져 있으며,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게 됐다.
30일 아프간 카불에서 로켓 공격으로 인헤 파괴된 차령의 내부 모습. © AFP=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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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국가(IS)의 등장
알카에다는 빈 라덴 사망 이후 세력이 약화됐다. 하지만 이로 인해 알카에다에 적대적이던 IS가 출현해 영향력을 키울 토대가 생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4년 출현한 IS 이후 성전주의자들의 저변은 더욱 확대됐다. IS에 충성하는 여러 지부들이 곳곳에 생겨났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의 사헬 지역과 마그레브·소말리아·리비아·모잠비크·콩고민주공화국 등도 성전주의자들의 새로운 전장이 됐다.
이런 분파 조직들은 서로 간의 연결고리는 느슨하지만 각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모가담 연구원은 "이미 몇몇 테러리스트들은 정치 행위자로 부상했다"며 "위협이 전이됐다. 더 많은 정권들이 폭력적인 극단주의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서방의 우선순위 변경
2001년 당시 미국과 동맹국의 가장 큰 적은 테러리즘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국제사회의 지형이 달라졌다. 제2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을 견제하는 게 미국의 최우선순위로 급부상한 상황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난 4월 아프간 철군 계획을 발표하며 "탈레반과의 전쟁으로 돌아가기보다는 우리 앞에 놓인 도전에 집중해야 한다"며 "갈수록 공세를 더하는 중국으로 인해 우리가 직면한 치열한 경쟁에 맞서려면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CSIS의 존스 연구원은 "미국은 해외 테러리스트 단체와 맞서는 것보다 중국에 먼저 대응하고, 그다음에 러시아와 이란에 대응하는 것으로 우선순위를 바꾸었다"고 분석했다.
30일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로켓 공격으로 손상된 자동차 인근을 지키고 있는 탈레반 대원. © AFP=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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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에다나 IS도 근미래에 2015년 11월 파리 테러처럼 대규모 공격을 감행할 만한 수단이 없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각국 경찰과 정보당국은 혼자 활동하는 소위 '외로운 늑대들'과 다른 고립된 무장세력의 출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에서 극단주의적 행태를 보이고 있으며 성전주의라는 명목으로 칼·총·차량을 이용해 살인을 자행한다.
AFP통신은 전문가들을 인용, 전쟁과 혼란, 잘못된 통치와 부패 등 성전주의의 근간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테러와의 정면 대결만을 고집한 것이 패착이었다고 지적했다.
런던대 국제급진화연구센터(ISR)의 토어 해밍 연구원은 "가장 큰 문제는 군사적인 것이 아니다"라며 "이슬람의 극단주의에 가담하는 것을 막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사람들에게 더 나은 대안을 제공하는 것이다. 무기는 그런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중동에 뿌리를 둔 이슬람 급진주의자보다는 서방 자체에서 발원한 극우 세력과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공격이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모가담 연구원은 "상당한 금전적 지원을 받고 있는 우익 극단주의에 맞서는 것은 미국에 훨씬 더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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